마을 이야기106 주민동의 없는 주민사업 *오늘부터 우리 마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민의 입장에서 본 소회를 시간 나는 대로 조금씩 그려볼까 합니다. * 주민동의 없는 주민사업 지난 11월9일 마을 이장이 남종면 전체 공동자금 배분 건으로 서명이 필요하다고 하여 집으로 찾아왔었다. 서명을 끝낸 후에, 내년도 사업자금 계획 회의는 언제 하느냐고 묻자 이미 면사무소로 발송했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집회도 어렵고 하여 임원회의에서 의결하여 사업계획을 확정해 보냈다는 것이다. 매년 10월에 우리 마을 앞으로 배정된 정부지원금을 놓고 어디에 써야 할지 검토하여 사안을 확정짓는 것인데 반드시 주민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마을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난, 이장에게 이건 말이 안 된다. 어떻게 마을에서 가장 큰 주민사업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고 처리할 수 있.. 2020. 11. 24. 반장을 사임하며 반장을 사임하며 금년 말이면 내가 맡고 있는 반장과 감사임기가 끝나게 된다. 반장의 임기는 2년을, 감사는 후반기부터 맡게 되었으니 1년을 꽉 채우게 되는 셈이다. 임원이라고 해봐야 다섯 명인 우리 마을이지만 내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에 처음으로 맡게 된 직책이다. 약 8년간 많은 변화를 했다. 주로 내가 주도한 것이지만 처음부터 하나씩 끈질기게 설득을 하며 풀어나간 결과였다. 전 이장에게 마을 정관을 보여 달라고 하자 왜 정관을 보려고 하느냐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누렇게 퇴색된 정관을 사진으로 찍어서 이를 몇 차례 수정한 일은 지금도 생각하면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살던 세 사람이 술 한잔하면서 논의하면 그것으로 의결이 되었고 주민의 동의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고문을 두자는 내 주.. 2020. 7. 27. 도로포장과 가드레일 도로포장과 가드레일 6월중으로 예정되었던 도로포장과 클린하우스 설치를 위한 포장작업이 시작되었다. 이곳이 늘 깔끔하지 않고 지저분했는데 이제 말끔하게 정리가 될 것 같다. 아침부터 굴착기소리와 함께 인부들 몇이 나와 클린하우스가 놓일 바닥을 파내고 굵은 자갈을 깔고 로러로 다진다. 이곳에 호두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데 난 이것을 이참에 베어내자고 몇 차례 얘기했지만 이장은 조금만 자르고 그냥 두자고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전 이장이 수십 년 전에 심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나무다. 마침 이장이 현장에 나와 있어 다시 한 번 말했다. 클린하우스가 놓이게 되면 이곳이 깨끗해야 할터인데 낙엽과 호두가 떨어져 매우 지저분할 뿐 아니라 방해물이 된다. 지금까지 호두를 한 번이라도 따 먹은 적이.. 2020. 7. 5. 찜질방 찜질방 드디어 찜질방이 도착했다. 우리마을에 찜질방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주머니들의 바램에 큰어르신이 쾌히 그렇게 해주겠노라고 한 것이 찜질방이 들어오게 된 계기였다. 지난 3월인가 이장과 내가 일산까지 가서 찜질방 체험을 하고나서 내린 결론은 노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찜질방의 가격이 950만원 내외이고 화장실 및 사워실 등을 수리하고 타일을 새로 깔고 히터를 들이는 등 찜질방을 들여놓을 만반의 준비가 또 한달 정도 진행되었다. 약 450만원이 소요되었다. 총 1400만원이 들어간 찜질방이 된 셈이다. 큰어르신의 통 큰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같은 동네에 있는 명성암 스님이 가운 스무 장을 내 놓으셨다. 저녁 7시에 오프닝 행사가 간단히 진행되었다. 참석인원은 반도 채 되지.. 2020. 6. 26. 큰 어르신 큰 어르신 퇴촌행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정암천을 바라보면서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벌였던 연꽃심기가 떠올랐다. 벌써 2년이 흘러갔지만 이분의 열정과 애착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교우하면서 이분에게서 많은 걸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심코 다시 한 번 정암천 수련 밭을 바라다보았다. 담배를 입에 문채 수련을 심으면서 계면쩍어하던 이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을회관에 곧 들어설 찜질방 부대 공사인 샤워실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마을 총무의 카톡이 어제 도착했다. 우리 동네의 사찰인 ‘명성암’ 스님의 제안으로 이분이 노인들을 위한 찜질방을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소식이 들려온 지도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이 마을 임원으로 있는 이유이기도 해서 일산에 있는 찜질방 체험실에.. 2020. 5. 20. 쌈지공원 매화심기 쌈지공원에 매화와 자두나무 여덟그루를 심었다. 그저 잘 자라주기만 바랄뿐이다. 쌈지공원 매화심기 어제 작업을 했던 마지막 꽃씨를 3번 비닐하우스에 넣고 스프레이로 물을 정성스럽게 뿌려주었다. 이제 삼주나 한 달 동안 매일 아침에 물을 주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비닐하우스 3개 모두 안쪽에서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고 있다. 바깥 온도보다는 더워서 온실효과를 제대로 보는 것 같다. 이웃집 큰 어르신이 우리집에 자주 들리곤 하는데 마침 들린 김에 매실과 자두 몇 그루를 쌈지공원에 심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자 흔쾌히 좋다고 했다. 아침 11시 반에 공원에서 만나 나무를 심을 위치를 같이 고민했는데 운동기구가 있는 길가 쪽으로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가 구둣발로 하나씩 점을 찍으면 난 철제 지지대를 꽂아 .. 2020. 3. 25. 홍 반장 홍 반장 면사무소로부터 5만원이 입금되었다. 재작년 연말 총회에서 부녀회장의 추대로 내가 반장이 되었는데 수당이 오만원이라고 이장이 귀띔을 해주었기에 난 입금이 된 사유를 금방 알아챘다. 이제 완연히 법적인 반장이 되어있었다. 정부에서 돈을 보내왔기 때문에 시골 동네의 유명무실한 반장이지만 감투를 쓴 것이다. 이곳에 내려 온지 8년째가 되어가는데 여태 끝 반장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누가 반장인지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네와 관련된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했을 때도 우리 반이 마을로 들어오는 초입이어서 1반인 줄 알고 자칭 1반 반장이라고 했는데 지난 연말 총회의 결산서류 표지를 보니 ‘2반 반장 홍상표’로 되어있었다. 내가 반장으로 선출된 것은 부녀회장이 내가 가끔 산에서 쓰레기도 주워내려오는 걸 .. 2020. 2. 5. 오 멋진 대동회(大洞會)! 오 멋진 대동회(大洞會)! 10시에 회의가 개최된다고 하여 10분 전에 대문을 나서자 아래 집 김 씨네 대문 앞에 그의 친구인 이씨가 “시간됐어. 빨리 나와!”라고 외친다. 시간이 되었으니 대동회에 참석하러 가자는 소리였다. 난, 이들과 인사 않고 지낸지 꽤 오래된 터라 내려가면서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곳에 온 내내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김 씨와 이 씨의 아들이 들어온다. 느낌이 확 다가왔다. 내가 며칠 전에 배포한 “총회를 앞둔 공개질의와 건의” 문건을 보고 날 견제하려고 참석을 하려는 것이다. 신임 이장 내정자가 말한 것처럼 마을회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이 처음이라고 하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내가 공개질의서를 집집마다 돌리자 내가 무슨 꿍꿍이속이라도 가지고 있는 양 화들짝 놀라서.. 2018. 12. 22. 대동회(大洞會) 대동회(大洞會) 이번 주 12월20일, 목요일이 우리 동네의 ‘대동회’ 날이다. 일 년에 한번 있는 마을의 정기총회일인 셈이다. 한해를 결산하고, 새로운 임원도 선출하고 마을의 공통관심사를 논의하고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날이다. 이 ‘대동회’를 앞두고 난 ‘2018년 정기총회를 앞둔 공개질의 및 건의’라는 12페이지나 되는 문건을 만들었다. 첫 페이지는 인사말과 작성 배경을, 둘째 페이지는 15개 항목의 관심사항을 표로 만들고 세 번째 페이지부터 12페이지까지는 각 항목별로 질의와 건의를 병행하여 나열한 나의 주장이 실려 있다. 오늘 이 문건을 스무 곳 정도의 마을주민에게 직접 전달하여 설명하고 총회참석을 독려할 예정이다. 이곳으로 낙향한지도 벌써 8년째인데 그동안 현 이장과 몇 차례 충돌이 있었다. ‘.. 2018. 12. 18. 대동회라는 것 대동회라는 것 시골에 내려 온지도 벌써 6년이 되어 가는가 보다. 내가 외지에서 온 때문이었을 것이다. 좀처럼 그들의 이너서클에 들어가지 못하고 늘 외곽에 도는 신세였다. 2~3년 지나면서 조금씩 마을 사람들의 얼굴도 익히게 되었고 재작년부터 “한강 하천 살리기 사업” 이라는 일에 이장이 참여하겠느냐고 해서 기꺼이 하겠다고 했는데 매주 1회씩 3월부터 10월까지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대로변의 쓰레기를 줍는 일에 참여하고부터는 조금씩 친숙해지게 되었다. 모두들 모여 보았자 7~8명 내외다. 오전과 오후에 걸쳐 잠깐씩 일을 하는 것이 전부다. 그것도 선약이 있어서 참가할 수 없는 주민 일부는 아홉시에 나와서 오전 사진만 찍고, 그것도 오후 작업을 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까지 서서 또 하나의.. 2017. 1. 4. 이전 1 ···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