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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일상251

고라니 한 마리 고라니 한 마리 겁도 없는 놈이다. 남의 집 안마당에 몰래 들어온 저 놈은 무슨 배짱으로 물끄러미 날 쳐다보며 한동안 그러고 있는 것일까? 이른 봄이라면 일찍 나온 꽃잎이라도 잘라 먹을 속셈으로 월담 할 수 있겠지만 바짝 마른 풀잎만 남아있는 황량한 겨울 정원에 산책이라도 나온 것인가? 우리 집 울타리는 구조물로 만든 담이 아닌 에메랄드 골드 측백나무와 회양목을 섞어 조성된 생 울타리여서 이놈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점프하기 쉽고 나무사이로 쉬 탈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 여유 있게 무단침입을 감행한 것 같다. 물끄러미 창밖을 보는데 덩치 큰 고라니 한 마리와 눈을 마주쳤다. 창문을 살짝 열었는데도 도망가지 않는다. 이미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어 별로 놀랍지 않다는 듯 태연하다. 바로 옆.. 2023. 1. 26.
마지막 월동준비 마지막 월동준비 지난 가을 쌈지공원에 심어둔 해국과 청화쑥부쟁이가 겨울을 잘 이겨내고 내년 봄에 싱싱한 모습으로 나타나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실은 늘 걱정이었다. 봄에 옮겨 심었으면 간 장마와 강한 여름 햇볕을 견디며 제대로 뿌리를 내렸을 텐데 늦은 가을에 그것도 작은 모종을 심은 터라 늘 불안했다. 꽃창포, 에키네시아와 자엽펜스몬 그리고 비단동자 들은 추위에 강할 뿐만 아니라 모종이라도 봄에 심었음으로 큰 걱정은 없으나 해국 30포기는 큰어르신의 돈으로 구입한 것이어서 더욱 신경이 쓰였다. 이곳이 엄청 추운 곳이어서 혹시 잘못되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내 돈으로 구입한 것이지만 청화쑥부쟁이도 마찬가지다. 애써 돈을 들여 심은 꽃들이 내년 봄에 싹을 피지 못하면 낭패가 아니겠는가? 집에 있는 부직포 덮개.. 2022. 12. 14.
겨울의 아네모네와 디기탈리스 겨울의 아네모네와 디기탈리스 2주째 기침감기가 계속되고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그냥 쉬며 따뜻한 차로 목을 다스리며 견뎌내고 있다. 목소리가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나 컨디션은 크게 나쁜 것 같지 않다. 한동안 마시지 않던 막걸리도 며칠 전부터 한 병씩 마시고 있다.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산책도 중단된 상태다. 갑자기 닥쳐온 추위로 정원에 자라고 있는 늦깎이 디기탈리스를 화분에 옮기는 작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햇볕이 좋은 낮 시간을 이용해 한 포기 옮겨 심었다. 이미 냉해를 입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나 마른 잎들을 잘라내고 마사토를 이용해 옮겼다. 실내 온도가 20도 내외로 성장에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아네모네가 또 꽃망울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 달 전에도 피었는데 또.. 2022. 12. 12.
책장 비우기 책장 비우기 내 책이라고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 몇 권에 불과하지만 애들이 학교와 사회에 나와 모은 책들로 책장을 채우고 있는 실정인데 그들도 이제 관심이 멀어진 상태다. 몇 해 전에 딸에게 연락이 닿았을 때 책을 처분하겠다고 하여 이미 동의를 받아둔 터라 처분절차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청계천 헌 책방에 보내주면 좋겠지만 택배비와 운송작업 등이 힘들어 고민하던 차에 우리 집에 자주 오는 고물수집상에게 가져가겠느냐고 했더니 그냥 씩 웃고 만다. 이 양반 스타일이 늘 이렇다. 돈이 안 됨으로 싫다고 하면 그만인데 관심이 있으나 내게 돈을 못 주겠다는 뜻으로 난 해석하고 있다. 난 돈 받고 헌책을 넘길 생각이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세 박스에 딸의 책을 꽉 채웠더니 엄청 무겁다. 대부분의 책들이 미국 원서여서 .. 2022. 11. 30.
고향후배들 고향후배들 얼마 전 퇴촌에서 우연히 만나 집에서 차 한 잔 하고 다녀갔던 5년 고향 후배들이 다시 찾아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아마도 지난번에 함께 하지 못했던 김재학, 김재봉 후배들이 한 번 더 가자고 한 모양이다. 너무 고마웠다. 그들도 70 넘은 나이임에도 먼 이곳까지 우정 시간을 내어 찾아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게다가 점심을 내가 대접해야함에도 극구 말린다. 퇴촌에 있는 통보 장어집에서 만났다. 마치 내 생일날 같은 기분이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는가? 선배라고 해서 후배들에게 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예우를 해주고 있으니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오랜만에 울릉도 옛 이야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공감 가는 화제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고향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이렇게 즐거운가.. 2022. 11. 16.
아네모네 아네모네 기대, 기다림. 사랑의 괴로움, 허무한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사랑의 쓴맛. 배신, 속절없는 사랑이 아네모네의 꽃말이라고 한다. 아네모네의 꽃이 너무 좋아 몇 년 전에 여러 종류를 구입하여 심었는데 해가 바뀌자 모두 죽고 말았다. 그 후에 숙근 아네모네가 있다고 하여 구입해 화분에 심었던 것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한 때는 대 여섯 개의 꽃이 활짝 피어 즐거움을 주었지만 이후로 무관심하게 바깥에 팽겨 쳐두었는데 죽지 않고 올해에도 살아남아 잎이 올라오기에 마사토를 약간 덮어주고 물을 몇 번 주었더니 생기가 돈다. 이제는 실내에 둘 때다. 작년처럼 밖에 둬도 될 성 싶지만 아무래도 실내에 들여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며칠 전에 옮겨놓았는데 꽃봉오리 하나가 영글었다. 아가판사스도 마찬가지이지만.. 2022. 11. 10.
백합 구근 심기 백합 구근 심기 매년 이맘 때 즈음이면 백합 뿌리에 붙은 새끼 구근을 떼어내어 옮겨 심곤 한다. 백합의 종류에 따라 새끼구근이 많이 달리는 종이 있는가 하면 몇 년이 가도 좀처럼 새끼가 없는 종도 있다. 특히 트라이엄페트 종은 향기도 좋을 뿐 아니라 새끼를 많이 쳐서 좋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숫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형성된 손톱크기만한 새끼에도 이미 뿌리가 서너 개 달려있다. 몇 해 전에 심어보았는데 2년이 지나고 나니 꽃이 피었다. 새끼 구근 육십 여개를 정원에 임시로 심고 중간 크기의 백합 30 여개는 쌈지공원에 심기로 했다. 시작이 반이어서 수 년 내로 공원에 백합을 많이 늘려야겠다. 임시지만 쇠막대기로 경계도 쳐놓았다. 올봄에 퇴비를 섞어 로터리기계로 땅을 뒤집어 부드럽게 해놓았음에도.. 2022. 11. 8.
사진 공모전 사진 공모전 요즘 들어서 거의 매일 7천보 걷기를 하고 있다. 집에서 ‘물안개공원’의 다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6천보에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면 하루 목표가 달성된다. 나이가 들수록 걷는 것도 쉽지가 않다. 특별히 하는 운동도 없고 보니 걷는 것이라도 부지런히 빼먹지 않고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힘을 내고 있다. 공원관리사무소 옆에 무슨 현수막이 걸려있어 다가가보니 사진 공모전 안내였다. 광주도시관리공사에서 주최하는 관내 공원의 가을경관이 있는 사진을 공모한다는 것이다. 사실 물안개공원은 조경도 밋밋하고 멋진 나무도 없는 별 볼거리가 없는 곳이긴 하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카메라 만진지도 꽤 오래되었으나 공모전 핑계를 대고 안개가 약간 낀 아침공원에 나가보았다. 다리에서 내려다 본 바짝 마른 연이.. 2022. 11. 2.
뻐꾹나리가 만개하다 뻐꾹나리가 만개하다 올해는 ‘박각시’가 오지 않았다. 내가 미처 못 본 탓일까? 뻐꾹나리가 필 때쯤이면 어김없이 날아와 벌새처럼 양 날개를 펄럭이며 꿀을 빨아먹던 나방이다. 벌새의 새끼로 착각했던 주둥이가 벌새처럼 닮은 박각시다. 그들과 해후하는 잠깐의 즐거움은 없지만 어김없이 꽃이 피고 있다. 꽃 자체는 작지만 꽃대가 꼿꼿하고 한 줄기에 너 댓개의 꽃이 핀다. 크림색 바탕에 붉은 점이 곳곳에 알맞게 박힌 멋진 꽃이다. 꽃잎 여섯 개가 깔때기 형태로 원형을 이루고 그 위에 여섯 개의 작은 꽃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화사하지도 않고 향기도 없으면서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을 주는 꽃이다. 한동안 뻐꾹나리에 매일 아침 인사를 해야할까보다. @2022년10월25일 2022. 10. 31.
청화쑥부쟁이와 용담초 청화쑥부쟁이와 용담초 시골길을 걷다보면 흔히 눈에 띄는 쑥부쟁이와는 달리 푸른빛이 도는 쑥부쟁이가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이후에 여기저기서도 많이 보인다. 모두들 나와 같이 좋아하고 있는가 보다. 이웃하고 있는 김 교수 부인이 버리려고 내놓은 것을 이름도 모른 채 옮겨 심었는데 해를 넘기고 나니 꽃이 꽤 많이 피었다. 양평 친구네 집에서도 한 포기 봤는데 이름을 모른다고 했다. 그냥 쑥부쟁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도무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통해 겨우 알아낸 것이 ‘청화쑥부쟁이’ 또는 ‘청하쑥부쟁이’라고 했다. 푸른빛이 도는 꽃이어서 일반 쑥부쟁이와 구분을 위해 지은 이름인 것 같다. 쌈지공원에도 열다섯 포기 구입해 심었다. 별 문제가 없다면 내년 이맘 때 쯤 꽃을 .. 2022. 10. 29.
부지갱이 이식 부지갱이 이식 우리동네 사람들은 의외로‘부지갱이’를 잘 모른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꽤 된다. 주로 원주민들이 그렇다. 엊그제 노인회의 회식자리에서 마을회관 앞밭에 부지갱이를 옮겨 심었는데 내년 봄에 맛을 보고 씨를 받아 늘려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물론 부지갱이 나물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고 난 다음이었다. 울릉도에서는 ‘부지갱이’로 통하지만 표준어로는 ‘섬쑥부쟁이’다. 내 고향에는 좋은 나물이 많지만 재배하기 쉽고 맛이 뛰어난 나물은 역시 부지갱이를 따를 나물이 없다고 본다. 고비나물, 눈개승마, 전호나물, 산마늘 등이 있지만 난 이 부지갱이를 제일 좋아한다. 입 안에 들어왔을 때 감칠맛과 향이 그렇게 좋다. 물론 어렸을 때 먹던 맛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처음 먹는 사람들의 반응.. 2022. 10. 27.
해국(海菊) 해국(海菊) 해국 한 포기를 심었던 것이 벌써 10여 년 전인데 엄청 크게 자랐다. 한 두 송이 꽃을 피우더니 어느새 만개를 했다. 가을햇살이 쪼이는 정원에 귀한 자태를 뽐내며 뭇 꽃들을 지배하고 있다. 해국은 이름이 말해주듯이 바닷가에 피는 국화다. 지금이면 울릉도의 바위나 절벽에 무수히 많은 해국들이 향연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이 울릉도여서 더욱 애정이 가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두터운 잎과 보랏빛 꽃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고향에 온 느낌이다. 해안가의 깎아지른 바위 틈 사이에 뿌리를 박고 해마다 꽃을 피우는 강인한 꽃이다. 내가 이 꽃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잎과 줄기다. 겨우내 죽어있던 줄기가 봄이 되면 물이 오르고 작은 잎이 돋아나면서 일 년 내내 푸른 잎을 유지해주고 키 또한.. 2022.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