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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리67

‘부지갱이’ 잎 자르기 ‘부지갱이’ 잎 자르기 가을에는 부지갱이 꽃대를 잘라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이듬해 부드러운 잎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울릉도 농가에는 일손이 부족하여 농협직원들과 봉사단체들이 휴일임에도 꽃대 자르기를 돕고있다는 신문 기사도 눈에 띈다. 지난 4월에 심어둔 부지갱이는 위치가 약간 음지여서인지 아니면 병충해를 입었는지 잎이 말라 죽고 꽃대가 나오지 않았으나 예초기로 잎을 쳐주었다. 뿌리 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법 건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내년 봄에는 큰어르신네 농장에서 부지갱이 파티라도 해야겠다. 막걸리에 돼지고기라도 구워놓고 맛있는 부지갱이나물로 동네사람들과 나물잔치를 해야겠다. 2023년10월4일 2023. 10. 14.
고라니 한 마리 고라니 한 마리 겁도 없는 놈이다. 남의 집 안마당에 몰래 들어온 저 놈은 무슨 배짱으로 물끄러미 날 쳐다보며 한동안 그러고 있는 것일까? 이른 봄이라면 일찍 나온 꽃잎이라도 잘라 먹을 속셈으로 월담 할 수 있겠지만 바짝 마른 풀잎만 남아있는 황량한 겨울 정원에 산책이라도 나온 것인가? 우리 집 울타리는 구조물로 만든 담이 아닌 에메랄드 골드 측백나무와 회양목을 섞어 조성된 생 울타리여서 이놈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점프하기 쉽고 나무사이로 쉬 탈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 여유 있게 무단침입을 감행한 것 같다. 물끄러미 창밖을 보는데 덩치 큰 고라니 한 마리와 눈을 마주쳤다. 창문을 살짝 열었는데도 도망가지 않는다. 이미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어 별로 놀랍지 않다는 듯 태연하다. 바로 옆.. 2023. 1. 26.
눈 내린 ‘팔당 호반’ 둘레길 눈 내린 ‘팔당 호반’ 둘레길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가 팔당호 주위를 휘감고 있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차 들이 조심스럽게 운행을 한다. 불어대는 바람에 눈발이 휘날리곤 한다. 언덕 위의 로드카페에는 노래만 흘러나올 뿐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열흘 이상 한파가 지속되어 팔당호가 얼었다. 마스크와 털모자를 으늑히 쓰고 카메라를 둘러메고 호반 둘레길을 거닐고 있다. 잿빛 학 한 마리가 갈대숲에서 후다닥 놀라 먼 곳으로 날아간다. @2022년12월22일 2022. 12. 24.
11월 중순의 햇살 11월 중순의 햇살 요 며칠은 완연한 봄 날씨다. 비가 간헐적으로 내리고 아침 안개가 계속 깔리긴 했지만 정말 포근한 날씨다. 정원에 앉아있으면 따뜻한 햇볕에 졸리기 조차하다. 물안개 공원에 사람이 많다. 주말도 아닌데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고 운동장 쪽에도 자동차가 꽤 많이 모여 있다. 유물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으나 12월까지 발굴 작업을 한다고 굴삭기가 흙을 파내고 있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가 구름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구름사이로 강한 햇살이 구멍 난 문풍지 사이로 비쳐 들어오듯이 장렬하다. @2022년11월17일 2022. 11. 18.
물안개 공원의 만추(晩秋) 물안개 공원의 만추(晩秋) 날씨가 포근해졌다. 예년에 비해 무척 따뜻한 편이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직도 해가 중천에 떠 있다. 서쪽으로 넘어가면서도 햇빛이 강렬하다. 그 많던 코스모스를 전부 베어버려 약간 허전한 기분이 든다. 올 한 해도 이렇게 마감을 하는가 보다. @2022년11월9일 2022. 11. 12.
사진 공모전 사진 공모전 요즘 들어서 거의 매일 7천보 걷기를 하고 있다. 집에서 ‘물안개공원’의 다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6천보에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면 하루 목표가 달성된다. 나이가 들수록 걷는 것도 쉽지가 않다. 특별히 하는 운동도 없고 보니 걷는 것이라도 부지런히 빼먹지 않고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힘을 내고 있다. 공원관리사무소 옆에 무슨 현수막이 걸려있어 다가가보니 사진 공모전 안내였다. 광주도시관리공사에서 주최하는 관내 공원의 가을경관이 있는 사진을 공모한다는 것이다. 사실 물안개공원은 조경도 밋밋하고 멋진 나무도 없는 별 볼거리가 없는 곳이긴 하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카메라 만진지도 꽤 오래되었으나 공모전 핑계를 대고 안개가 약간 낀 아침공원에 나가보았다. 다리에서 내려다 본 바짝 마른 연이.. 2022. 11. 2.
꽃보다 친구 꽃보다 친구 매년 7월5일을 전후하여 우리 집 정원에는 900송이에 가까운 백합이 앞 다투어 핀다. 종류도 꽤 다양하다. 은은한 향을 내뿜으며 백합의 잔치가 열린다. 혼자 보기에는 뭔가 아까운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올해도 어김없이 이병철 친구가 꽃구경 가도 되느냐고 한다. 물론이다. 두 명이면 어떻고 열 명이면 어떠랴. 꽃보다 친구인 것을. 먼 곳에서 그것도 한증막에 가까운 더운 여름에 친구집에 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젊었을 때라면 무에 문제가 되겠느냐 만은 팔십에 가까운 나이다 보니 움직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도심의 아파트에 거주를 하다 보니 친구 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나처럼 시골에 살지 않고서는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공기 좋은 전원에서 그것도 단독주.. 2022. 7. 12.
제2공원 준비작업 제2공원 준비작업 큰어르신이 매입한 500여평의 땅에 퇴비를 섞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물론 이건 봉사다. 이장과 노인회장 그리고 내가 세 시간에 걸쳐 작업을 완료했다. 퇴비를 160포대나 빈 땅에 끌어다 늘어놓고 이를 한 포씩 칼로 잘라내고 쇠스랑으로 골고루 퇴비를 흩뿌리는 작업이었다. 노인들이어서 정말 힘 드는 작업이다. 이장이 로터리트럭을 가지고 와서 텃밭을 만들 곳과 꽃밭 만들 곳에 흙을 뒤집어 놓는 작업도 마무리했다. 지난봄에 큰어르신이 뿌려둔 코스모스, 해바라기와 꽃양귀비가 싹이 많이 났다. 이곳 한 곳에 꽃을 심을 계획인데 당장 진행하기에는 힘이 들 것 같다. 우선 돌이 너무 많아 골라내는 일도 쉬운 것이 아닐뿐더러 모종을 심어두면 매일 물을 주어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리.. 2022. 6. 1.
안개와 카메라 수리 안개와 카메라 수리 이른 아침 일어나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난 안개가 좋다. 원인이 딱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오래 전부터 안개 낀 강이나 바다 그리고 숲들을 좋아했다. 물론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내려 쪼이는 따뜻한 햇살 또한 좋지만 소리 없이 간혹 찾아드는 안개가 너무 좋다. 무언가 작품 거리가 있을 것 같아 카메라를 들고 후다닥 ‘귀여1리’ 쪽으로 나갔다. 엊그제 도착한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카메라기능이 너무 좋아 블로그에 필요한 이미지는 굳이 고급카메라가 아니어도 충분하나 제대로 작품다운 그림을 찾으려면 역시 카메라만한 것은 없다. 며칠 전 찍었던 사진에 얼룩이 많이 보여 스마트폰으로 알게 된 카메라 수리점에 보냈는데 곧바로 도착했다. 점포 주인에게 수리가 어떻게 되었는.. 2022. 1. 29.
‘나부리’ ‘나부리’ 어릴 적 우린 그것을 ‘나부리’라고 불렀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면 하얀 포말이 겹겹이 이어지면서 뭍으로 내쳐지곤 했다. 파도이면서 너울을 울릉도 아이들은 이렇게 불렀다. 내 고향에서의 하얀 파도가 생각이 났다. ‘나부리’라고 불렀던 원래 의미가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세찬 파도라도 좋고 '북저바위'에 부딪쳐 이는 잔잔한 파도이어도 난 개의치 않는다. 아무려면 어떠랴. 오늘은 ‘나부리’가 센 날이 틀림없다. 연이은 추위로 팔당호가 얼어붙었고 눈까지 살포시 덥혀있었는데 오늘은 강한 바람으로 흰 눈이 물결무늬처럼 편대를 이루어 음양의 조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쩌면 이 시간 난 고향 ‘울릉도’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팔당호가 마치 바다같이 넓고 시원할 뿐 아니라 오늘처럼 하얗게 뒤집어지는 파.. 2022. 1. 13.
금송을 옮겨 심다 금송을 옮겨 심다 손자의 출생을 기념해서 심은 나무가 어느 듯 많이 자랐다. 상일동에 있는 송원잔디에서 6~7년 전에 구입한 것인데 황금색 소나무가 전지가 잘 되어있고 모양이 예뻤다. 금송(錦松)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금송(金松)과는 달리 오히려 황금소나무에 가까운 귀한 소나무다. 이름은 둘 다 금송이지만 이 나무는 ‘비단 금(錦)’의 금송이라고 한다. 지난여름, 손자나무가 있는 정원이 팔렸다는 걸 알고 그럼 자기나무는 어떻게 하냐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어왔던 그 소나무다. 당연히 옮겨 심을 것인데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추위가 오기 전에 빨리 옮겨야 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둥그렇게 떠놓은 나무를 탈 없이 옮기냐는 것이다. 천을 대고 고무줄로 동여매어야 하는데 한 두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 2021. 11. 24.
첫 눈 첫 눈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있다. 올해 들어 첫눈인 셈이다. 한 시간 남짓 가늘게 내리더니 이내 그쳤다. 거실에서 물끄러미 밖을 바라보다 갑자기 지나온 세월이 떠오르면서 ‘가정(假定)’이란 단어가 입에서 툭 튀어나왔다. 내 삶에 있어 가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래, 그 때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일걸.” “좀 더 일찍 방향을 바꿀걸 그랬어.” 등 실패를 정당화하며 후회가 엄습할 때 튀어나오는 것 같다. 요즈음에 와서 이 가정이 자주 내 입에서 맴돌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냥 살아온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돈을 벌기위해 이런저런 일을 했을 뿐 80이 내일 모레인 지금도 무언가 아쉽고 허전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결국, 지나온 일들이 후회스러운 것이 .. 2021.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