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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안개와 카메라 수리

by 빠피홍 2022. 1. 29.

 

 

안개와 카메라 수리

 

 

이른 아침 일어나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난 안개가 좋다. 원인이 딱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오래 전부터 안개 낀 강이나 바다 그리고 숲들을 좋아했다. 물론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내려 쪼이는 따뜻한 햇살 또한 좋지만 소리 없이 간혹 찾아드는 안개가 너무 좋다. 무언가 작품 거리가 있을 것 같아 카메라를 들고 후다닥 ‘귀여1리’ 쪽으로 나갔다.

 

엊그제 도착한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카메라기능이 너무 좋아 블로그에 필요한 이미지는 굳이 고급카메라가 아니어도 충분하나 제대로 작품다운 그림을 찾으려면 역시 카메라만한 것은 없다. 며칠 전 찍었던 사진에 얼룩이 많이 보여 스마트폰으로 알게 된 카메라 수리점에 보냈는데 곧바로 도착했다.

 

점포 주인에게 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묻자 수리해서 바로 보냈다고 한다. 돈도 받지 않고 그냥 먼저 보냈느냐고 하자 택배비는 착불로 했고 그 안을 보시면 된다고 했다. 박스를 열어보니 뽁뽁이를 몇 겹 싸고 카메라 본체에는 비닐봉지까지 씌워 보냈다. 수리 청구서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포장지를 몇 차례 훑어보고 박스 앞뒤로 재차 확인을 해봐도 청구서 같은 것은 없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바로 전화를 했더니 “먼지 털고 닦아낸 것뿐인데요. 뭘” 하는 것 아닌가? 아니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내가 그의 단골도 아닐 뿐 아니라 시간이 돈인 세상인데 카메라 안의 미러를 털고 닦아내고 정성스레 포장하여 택배까지 보내는 일련의 과정이 연상되었다.

 

보통이라면 1~2만원이라도 요구하지 않았을까? 생면부지의 상인으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점포 주인은 무엇을 기대하여 내게 무상으로 수리해 보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앞으로 단골을 만들기 위해 간단한 것을 서비스한 것이라고? 이 각박한 세상에 그럴 리는 없지. 주인이 너무 착해서? 이건 더욱 말이 안 되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데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명성암’ 쪽으로 떠오르는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 짙은 안개와 함께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언제 갑자기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남대문에 있는 ‘카메라수리닷컴’ 주인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말씀을 드리고 싶다. 전화번호 잘 보관했다가 꼭 한번 찾아가리라.

 

 

@2022년1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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