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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소고(小考) “울릉도 여인들”

by 빠피홍 2022. 1. 31.

2018년 8월 고향방문단으로 입도한 여성향우 들

 

 

소고(小考) “울릉도 여인들”

 

 

울릉도 여인은 향기가 난다. 야생마(野生馬)다. 너무나 맑고 순수하다. 그리고 열정적이며 아름다운 자태(姿態)가 물씬 풍긴다.

 

사람은 태어나고 자란 토양과 특별한 인과관계를 맺게 된다. 서양과 동양의 여인들이 다르고 같은 동양이라도 나라마다 조금씩 피부색과 외모가 다른 것은 바로 이 토양이 원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땅의 여느 곳에 태어난 아이들은 밋밋한 유년시절을 보내지만 거친 파도를 친구삼아 지내는 섬 아이들은 언제나 세찬 바람을 맞으며 자기보호 능력을 키우려 한다. 울릉의 여인들은 절해(絶海)의 고도에서 태생적인 외로움을 안고 태어났지만 육지인(陸地人)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울릉도에는 특이한 꽃들이 많다. 섬기린초, 섬노루귀, 참나리, 섬말나리, 해국 등 고고한 맵시로 뽐내는 꽃들이 있는가 하면 은은한 향이 섬 전체에 퍼지는 섬백리향 꽃도 있다. 온 산천에 흰 눈이 쌓이는 겨울에도 울릉도 특유의 빨간 동백은 너무나 단아(端雅)하다. 울릉도 여인들은 오랫동안 산과 들 그리고 해변에서 유년시절을 꽃들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일까 많이 닮아있다. 그 아름다운 꽃들이 항상 그들의 곁을 맴돌고 있어 심성 또한 곱기 그지없다. 그래서 몸속에 축적된 꽃의 향기가 체화(體化)되었을지 모른다.

 

범상치 않는 산세(山勢)는 어떤가? 오각형 섬으로 된 섬 둘레는 깎아지른 낭떠러지로 둘러쳐져있다. 여차하면 굴러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바윗돌이 항상 곁을 떠나지 않는 단애(斷崖)가 위협적이다. 언제 덮칠지 모르는 불안감에 아래 위 앞뒤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습성이 몸에 밴 탓에 세파(世波)에도 결코 덤벙대지 않는다. 작은 세상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주눅 들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치며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야생마와 같아서 어디를 가도 개척정신이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싱그러운 공기와 함께 맑고 깨끗한 물이 섬 전체를 요동치며 여인들의 매끈한 피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울릉도 물은 고운 피부를 만들어내고 마음마저 맑게 만드는 울릉도 특유의 마법(魔法)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도 두레박으로 끌어올리는 물이 아니라 땅속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용천수(湧泉水)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울릉도 여인들이다. 맑고 깨끗한 물만으로도 미백(美白)의 극치를 이룬다. 도동과 저동, 사동, 남양, 태하동 그리고 천부동이 다르지 않다. 특히, 천부의 여인들은 가까이 있는 추산(錐山) 용천수를 다른 동네 여인들보다 많이 쓰기 때문일까 더욱 아름답다.

 

이 뿐만 아니다. 이들은 화산암 토양에서 나온 울릉도 고유의 산나물인 부지갱이, 명이, 미역취, 고비 등을 일상적으로 섭취한다. 나쁜 공기와 오염된 땅에서 재배되는 육지의 농산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울릉도 흙에서 생산된 산나물은 향 자체가 다르거니와 고운 피부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먹거리의 독창성 또한 차별화에 한몫 하고 있다.

 

결국 울릉도 여인들에게는 담박(淡泊)한 향기와 열정적이고 자유분방(自由奔放)한 야생의 미(美), 순수함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연스레 일체화되어 아름다운 자태로 표출(表出)되어 진 것이 아닐까 한다.

 

육지에서 들어온 사내들이 울릉도 여인에 홀딱 빠져버리고 만 에피소드는 차고 넘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육지에서 입도한 내 몇몇 친구들이 한 눈에 반했던 여인들이 모두 그러했다. 이들은 내가 잘 알고 있는 같은 시대의 향기 나는 울릉도 여인들이었다. 더러는 결혼으로 성공했지만 더러는 가슴앓이만 하다가 젊은 날의 추억으로 마감된 일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울릉도를 ‘3無5多’의 섬이라고 한다. 5多는 물(水), 돌(石), 바람(風), 향나무(香) 그리고 미인(美)이다. 어떤가? 펑펑 쏟아지는 나리분지로부터 흘러내린 용천수의 물(水)과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바위덩어리 돌(石), 윙윙 소리 내며 매섭게 불어대는 바닷바람(風)과 온 산천을 휘감는 향기(香)들이 4多이다. 이 모두가 서로 아우러져 5多 중 마지막인 미인(美)을 만들어냈으니 ‘울릉도 여인들’은 그들의 초석(礎石)이 된 이 4多에게 오히려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다.

 

 

*** 2022년1월28일, 울릉향우회 페이스북에 게재된 안 찬숙(68도동, 송파)향우의 댓글 “어머... 울릉도 사람같이 안 생겼네요.”를 읽고 가볍게 적어보았습니다.***

 

 

@2022년01월31일

 

▲ 2018년 울릉도 내수전 전망대에서 향우들

 

▲ 2018년 구리에서 개최된  장학금모금 바자회에 향우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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