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을 이야기

오 멋진 대동회(大洞會)!

by 빠피홍 2018. 12. 22.

 

 

 

오 멋진 대동회(大洞會)!

 

 

10시에 회의가 개최된다고 하여 10분 전에 대문을 나서자 아래 집 김 씨네 대문 앞에 그의 친구인 이씨가 시간됐어. 빨리 나와!”라고 외친다. 시간이 되었으니 대동회에 참석하러 가자는 소리였다. , 이들과 인사 않고 지낸지 꽤 오래된 터라 내려가면서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곳에 온 내내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김 씨와 이 씨의 아들이 들어온다. 느낌이 확 다가왔다. 내가 며칠 전에 배포한 총회를 앞둔 공개질의와 건의문건을 보고 날 견제하려고 참석을 하려는 것이다. 신임 이장 내정자가 말한 것처럼 마을회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이 처음이라고 하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내가 공개질의서를 집집마다 돌리자 내가 무슨 꿍꿍이속이라도 가지고 있는 양 화들짝 놀라서 한 걸음에 온 것이었다. 그들의 속내를 잘 알고 있기에 회의진행을 주시하기로 했다. 이 씨는 무조건 현행대로 하자는 주장이다.

 

신임이장 선출방법에 대해서 나는 연장자가 사회를 봐야한다고 했고 이 씨는 현재의 이장이 맡아야한다고 했다. 의견충돌이다. 나와 이 씨가 옥신각신 다투다가 내가 제안을 했다. 만장일치라면 문제가 없으나 의견이 충돌되면 정족수를 확인하자고 했다. 나중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일반적인 관례대로 연장자가 해야 되지 않느냐고. 이쪽저쪽에서 내 주장이 틀렸다고 아우성이다. 난 내 주장을 철회한다고 물러났다. 누가 하든 이장은 이미 내정 된 터라 가볍게 양보를 했다.

 

신임이장 선출은 김 씨가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 부녀회장이 이장 하고 싶을 사람이 또 있을 수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었다. 아무도 다른 사람을 추천하지 않았다. 난 이미 내정된 이장이 당선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알고 모든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터다.

 

정관변경 건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두 번째 안건이 임원구성인데, 현재는 이장, 총무, 감사 각1인으로 되어있고 개정안에는 이것 외에 부녀회장을 당연직 임원으로 추가하고 고문 약간 명을 둔다.” 라는 것이었다. 드디어 찬반양론이 불거졌다. 세대수가 적은 마을에 임원이 많으면 아니 된다는 주장과 마을의 화합을 위해서는 약간의 고문이 필요하다는 나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반대편의 주장은 현재의 임원과 부녀회장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었다. 난 발언권을 얻어 재차 설명을 했다. 우리 마을에는 현지인과 외지인이 있음으로 외지인도 추가하고, 여성이 더 많음으로 여성도 조금 넣고 마을에 지혜와 경륜이 뛰어난 큰 어르신도 있으니 이런 분들을 고루 썩어 임원회로 운영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의견이 팽팽하여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먼저 고문의 필요성에 찬성하는 사람이 4, 반대하는 사람이 5명으로 의결되려는 순간에 내가 이의를 제기했다. 조금 전까지 회의에서 발언을 하던 부녀회장이 자리를 비웠으니 의견을 물어보자고 했다. 부녀회장은 고문단을 두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5:5 동수가 된 것이었다. 부녀회장은 음식 장만하느라 옆방에 간 사이임으로 5:4의 실상을 모른 채 들어온 것이었다. 가부동수의 최종 결정은 신임이장이 해야만 한다. 잠깐 뜸을 들이던 신임이장이 내 눈치를 살피더니 고문은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라고 선포를 한다. 현재의 이장, 총무, 감사 3인과 오랫동안 함께 했으니까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혁은 어려워진다. 고문 하나 두자는데 이렇게 거센 기득권의 저항이다. 그러나 5:5가 된 것 또한 기쁘다. 기득권세력의 저항으로 완패할 뻔 했던 것이 동률까지 되었으니 머지않아 밝은 미래가 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 동네에서 살지만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 세 명은 밥도 먹지 않고 나가버렸다. 자기들의 주장이 먹혀들었고 날 눌렀다는데 아마도 의기양양했을 것이다. 기껏 고문을 두지 않기로 한 것에 분명 그들은 승리의 미소를 띠었을 것이다. 마을의 앞날을 위해 고문을 약간 명 두자는데 왜 반대했을까? 혹시 내가 고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막으려는 심산이었을까?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일이다.

 

신임 이장에게 이미 몇 차례 설명을 한 탓일까 통장사본 첨부나 감사보고 등 조금씩 변화가 보였다. 난 이것만으로도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워낙 엉망이었으니까 말이다. 신임이장을 뒤에서나마 도와 새로운 마을 만들기에 일조하려는 나의 생각은 초반부터 벽에 부딪쳤다. 그러나 내가 시도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렇게 하나씩 바뀌어 가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으니 별다른 문제가 있을 수 없으나 고문이 필요 없다는 신임이장은 앞으로 험난한 임기를 보내야 할 것 같다. 현재의 3인과 오랫동안 함께 했으니까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나 그들만의 기득권으로 마을의 발전을 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씩 바뀔 것이다. 왜냐하면 난 줄기차게 주장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 주장을 할 것임으로 오늘은 기쁜 날이었다. ! 멋진 대동회여!

 

 

@20181221(금요일)

 

'마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 어르신  (0) 2020.05.20
쌈지공원 매화심기  (0) 2020.03.25
홍 반장  (0) 2020.02.05
대동회(大洞會)  (0) 2018.12.18
대동회라는 것  (0) 2017.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