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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홍 반장

by 빠피홍 2020. 2. 5.

홍 반장

 

 

면사무소로부터 5만원이 입금되었다.

재작년 연말 총회에서 부녀회장의 추대로 내가 반장이 되었는데 수당이 오만원이라고 이장이 귀띔을 해주었기에 난 입금이 된 사유를 금방 알아챘다. 이제 완연히 법적인 반장이 되어있었다. 정부에서 돈을 보내왔기 때문에 시골 동네의 유명무실한 반장이지만 감투를 쓴 것이다.

 

이곳에 내려 온지 8년째가 되어가는데 여태 끝 반장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누가 반장인지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네와 관련된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했을 때도 우리 반이 마을로 들어오는 초입이어서 1반인 줄 알고 자칭 1반 반장이라고 했는데 지난 연말 총회의 결산서류 표지를 보니 ‘2반 반장 홍상표로 되어있었다. 내가 반장으로 선출된 것은 부녀회장이 내가 가끔 산에서 쓰레기도 주워내려오는 걸 보기도 하여 마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하는 게 어떠냐고 하여 난 쾌히 수락을 한 것이었다.

 

홍반장,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김주혁이와 엄정화가 주연한 영화의 제목이 홍반장이다. 그는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맥가이버 반장이지만 난 펜만 굴리면서 한 평생을 살아온 탓에 농사는 물론이고 시골생활 자체가 매우 서툰 호칭만 같지 다른 홍반장인 셈이다. 편리한 점도 있었다. 정원에 흙을 받으려고 흙 업자와 소통을 할 때도 이 동네 홍반장이라고 합니다.”라고 하면 매우 간단히 나를 알리는 효과가 있었다. 연봉 5만원짜리 반장이지만 감투라는 것이 묘한 느낌을 준다.

 

오늘은 오래 전부터 철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했다. 마을회관에서 윗동네로 올라가는 길목 전주 두 개에 자동차 광고와 벽난로 광고의 현수막이 수 년 째 높이 걸려있어서 헝겊으로 된 천이 해어진 채 너풀거렸다. 가위와 3단으로 된 긴 전지가위를 가지고 갔다. 비교적 간단히 제거했다. 마침 이장과 부녀회장이 지나가면서 이를 목격했다. 그들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우연히 들킨 것이다.

 

시골에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은 광고물을 제거해야 하는지 마는지 도무지 관심이 없다. 그냥 관성으로 지나치며 보고만 있을 뿐이다. 마을 한가운데에 오랫동안 바람에 너들거리며 흉물이 되어 바래버린 광고물을 누구하나 치울 생각을 않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어제도 로드카페에서 내려오는 길목의 전주에 모텔이라는 현수막 두 개를 거두어버렸다. 이전에도 몇 차례 면사무소에 연락을 하여 철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난 용서를 하지 않는다. 동네가 지저분해서 이다.

 

4~5년 넘게 걸려있던 누렇게 바래버린 헝겊을 벗기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이게 홍반장의 작은 역할인가? 날씨가 차갑다.

 

 

@202025

 

 

 

 

         큰 전주에 오랫동안 걸쳐있던 광고현수막

 

 

 

        잘라낸 후의 헝겊과 나무막대

 

 

 

 

 

          짤라낸 이후의 전주 모습이 깔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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