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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대동회라는 것

by 빠피홍 2017. 1. 4.

 

 

 

 

 

대동회라는 것

 

 

시골에 내려 온지도 벌써 6년이 되어 가는가 보다.

내가 외지에서 온 때문이었을 것이다. 좀처럼 그들의 이너서클에 들어가지 못하고 늘 외곽에 도는 신세였다. 2~3년 지나면서 조금씩 마을 사람들의 얼굴도 익히게 되었고 재작년부터 한강 하천 살리기 사업이라는 일에 이장이 참여하겠느냐고 해서 기꺼이 하겠다고 했는데 매주 1회씩 3월부터 10월까지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대로변의 쓰레기를 줍는 일에 참여하고부터는 조금씩 친숙해지게 되었다.

 

모두들 모여 보았자 7~8명 내외다. 오전과 오후에 걸쳐 잠깐씩 일을 하는 것이 전부다. 그것도 선약이 있어서 참가할 수 없는 주민 일부는 아홉시에 나와서 오전 사진만 찍고, 그것도 오후 작업을 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까지 서서 또 하나의 인증샷을 날리기도 한다.

일을 하지도 않고 참여했다는 인증샷에 일일이 시비를 걸 수도 없고 그냥 두고 보고 있는 내가 한심스러우나 자칫 시비를 걸다가는 동네에서 왕따를 당할 것이 뻔한 일이다. 일당이 5만원씩이나 되는 큰돈이고 보니 서로가 편리를 봐주는 좋은 암거래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물론 원주민들과의 소통이 쉽지는 않지만 마을 가구 수도 적고 좋은 사람들이어서 잘 지내고 있는 편이다. 속으로 불만이 있어도 그냥 잠자코 있으면 좋은 게 좋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계속 있어왔던 터라 내년부터는 무언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장을 1230일 금요일 만나기로 했다. 무엇 때문이냐고 재차 물어왔지만 그냥 해 넘어가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A4용지 한 장에 귀여2리 발전을 위한 제언라는 제목으로 지난 1220일에 있었던 대동회 연말 정기총회에서의 일과 2017년에 내가 바라는 내용 몇 가지를 적어서 단독으로 만나기로 했다. 당초에는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등 몇몇 사람들을 부른 자리에서 제안을 하려고 했으나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장의 입장도 있고 하여 그렇게 해서는 아니 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독대하기로 했다.

 

이장선거 방법의 문제점, 2017년 지원사업 신청에 대한 문제점, 마을회의가 일 년에 한번 뿐인데 이를 두 달에 한번 정도 확대하는 안, 마을회의 의결사항을 주민에게 통보하고 공지사항도 문자메시지로 연락해달라는 것, 회계감사보고서를 제출해달라는 것, 증빙서류가 전혀 없으니 올 해부터는 반드시 챙겨달라는 등등을 건의하기로 한 것이다.

 

이장은 이 모든 나의 제안에 쾌히 승낙했다.

그는 연속 두 번 이장을 하면서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다시 네 번 연속 이장을 하게 되었다. 지켜볼 일이다. 그가 내게 약속을 했으니까. 이장의 모든 것이 정말 주먹구구식이다.

화가 날 지경이다. 그러나 어쩌랴. 마을 사람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해온 것에 동의를 했으니 말이다.

 

일어서려고 할 즈음 오늘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장어파티를 한다고 했다. 십 여 명이 모였다. 내게는 아예 모임이 있다는 연락도 않았던 일이다. 생선회와 장어구이로 모두들 즐거운 하루였다.

 

@201713(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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