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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주민동의 없는 주민사업

by 빠피홍 2020. 11. 24.

*오늘부터 우리 마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민의 입장에서 본 소회를 시간 나는 대로 조금씩 그려볼까 합니다. *

 

2020년11월18일 남종면주민센터로부터 정보공개 수수료를 납부하고 서류를 찾아가라는 통지가 래도했다

 

주민동의 없는 주민사업

 

 

지난 11월9일 마을 이장이 남종면 전체 공동자금 배분 건으로 서명이 필요하다고 하여 집으로 찾아왔었다. 서명을 끝낸 후에, 내년도 사업자금 계획 회의는 언제 하느냐고 묻자 이미 면사무소로 발송했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집회도 어렵고 하여 임원회의에서 의결하여 사업계획을 확정해 보냈다는 것이다. 매년 10월에 우리 마을 앞으로 배정된 정부지원금을 놓고 어디에 써야 할지 검토하여 사안을 확정짓는 것인데 반드시 주민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마을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난, 이장에게 이건 말이 안 된다. 어떻게 마을에서 가장 큰 주민사업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느냐고 따지면서 내일 면사무소에가서 제출된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11월9일 면사무소에 전화를 하자 담당자가 내일 오라고 한다. 11월10일 오전 10시에 가서 우리 마을에서 제출한 2021년도 주민지원 사업계획서 관련 서류 일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담당자와 팀장도 합석을 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민회의를 거치지 않고 서류를 발송했기 때문에 주민으로서 그 내용을 알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그들은 동네에 무슨 일이 있었음을 순간 직감한 듯 했다. 주민회의를 거치지 않은 사업계획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는 열흘이 걸린다고 했다. 난 속으로 웃었다. 열흘 사이에 이장과 면사무소 간에 통화가 있을 것이고 그러면 이장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즉시 주민들에게 알리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진행하는 일련의 흐름을 그릴 수 있었고 추후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경종을 울려주자는 것이었다.

 

이 번 만큼은 이장의 잘못을 딱 부러지게 끝까지 물고 늘어질 작정이었다. 유사한 일로인해 말과 행동으로 몇 차례나 바로 잡아주었음에도 그때뿐인 것을 잘 알고 있는 지라 이번엔 정말 문제를 만들어야 앞으로 해결이 될 것으로 봤다.

 

이것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2018년12월에도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전 이장이 주민에게 회의공지도 않고 몇 명이 모여서 4천 여만원이나 되는 사업내용을 확정하여 주민이 모른 채 시행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즉각 면사무소에 가서 정보공개 요청을 하여 동 지원자금의 유래 및 각종 법률, 제출된 사업내용을 알 수 있었고 즉각 이를 효력정지 신청까지 검토를 했으나 마을에 폐를 줄까보아 그냥 참고 이장을 위시한 임원에게 강력한 항의를 한 바가 있었다.

 

 

2018년 12월에 우리마을에 배포한 이장에게 요구하는 공개질의서

그리고 무려 12페이지에 달하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조목조목 이장에게 항의성 질의를 했지만 자기는 임기가 다 되었다며 답변을 신임이장에게 넘기려 했다. 난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았었다. 나의 주장이 옳은 것이었다는 것이 그들도 인지를 했고 수긍을 했기 때문에 다음부터 잘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2019년 2월경에는 면에서 내려 온 추가 지원자금 2백만원을 어디에 쓰면 좋겠느냐는 이야기들을 마을회관에서 하고 있었다. 결국 회관에 비치된 정수기가 낡았으니 이를 대체하자는 부녀회장의 제안에 모두들 수긍들을 하는 눈치였다.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정수기가 필요하면 그것을 합의해서 구입하면 되는 것이었다.

 

당시 난 모든 것이 다 좋으나 다른 주민들의 의견도 들어야 하는데 이 자리에 모인 몇 사람들이 결정할 수가 없다. 반드시 본건에 대해 회의공지를 하고 주민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된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돈 2백만원을 가지고 무슨 회의를 또 하느냐 여기 모인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인데 하고 내게 막 대드는 일도 있었다. 주민 몇 명이 모였던 것은 회의를 한 것이 아니라 몇이 모여 밥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를 그냥 확정짓자는 것이었다.

 

더 이상 다툴 수는 없어서 그럼 내가 면사무소에 가서 정식으로 회의공지와 절차 없이 의결된 것도 가능하냐고 질의를 하겠다고 하자 모두들 말이 없었다. 그래서 정식으로 3일 후에 회의공지를 하고 절차를 거쳐 모두들 서명을 하는 전례도 있었다.

 

작년 10월에는 내가 반장으로 있던 시기여서 물론 당연히 모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시행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 8월에 임기 4개월을 남겨두고 임원들과의 정관해석과 감정문제로 감사를 사임하자마자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내가 임원직에서 빠지자마자 또 그 못된 버릇이 나온 것이다.

 

정말 못 말릴 사람들이다. 원주민들이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그 중 대학을 나온 임원이 동의를 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내가 감사직을 팽개친 사유도 바로 이 친구 때문이었다. 정관해석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고 내게 대들고 하는 나이도 한참 아래인 임원이었다. 내 평생 새파란 젊은이로부터 이런 수모를 당한 것은 처음이었다. 본인도 미안했던지 밤늦게 사과문자가 왔지만 이게 문자사과로 끝날 일인가?

 

몇 차례 이와 유사한 건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모두들 보완을 했고 앞으로는 더 잘 할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내가 임원직에서 내려오자마자 또 도루아미타불이었다.

 

 

@2020년11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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