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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클린 하우스

by 빠피홍 2020. 12. 1.

 

클린 하우스

 

 

마을회관 앞의 쓰레기 하치장이 새롭고 깔끔한 클린하우스로 바뀌어 모습을 나타냈다. 종전의 하치장은 녹슨 양철지붕 밑에 비닐봉지를 넣은 네모 칸 쓰레기통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곳이었다면 지금 완성된 것은 서너 평 되는 땅에 콘크리트 바닥으로 마감하고 쓰레기통은 시대에 어울리는 조립식 형태의 철판으로 만들어졌다. 꽤 오래전에 완공되었음에도 무슨 이유인지 아직 활용을 못하고 있다. 높은 어르신들이 나와 오픈 세리머니라도 할 계획인가? 쓰레기 통 하나 때문에?

 

난 지금도 클린하우스 설치에 대해 이장이 행한 모든 절차 및 의사결정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감사로 있던 금년 초 만해도 임원회의에서 ‘클린하우스’ 설치 건으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몇 차례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장은 하게 될 때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잘라버렸다.

 

공사 끝난 지가 벌써 두 달이 넘어가는 것 같은데 아직도 출입금지 테이프만 덜렁 걸쳐져있고 사용을 못하고 있다. 언제부터 사용을 하는지 도무지 아무런 정보도 없다.

 

11월9일 다른 용무로 집에 온 이장에게 귀여2리에 유명 사찰인 명성암도 있고 광주시 8대 경관 중 하나인 물안개공원도 있는데 클린하우스의 벽 그림이 왜 하필 우리 동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남한산성으로 했느냐고 물었었다. 그의 대답은 교인들의 반대로 명성암은 사찰이어서 제외되었고 물안개공원은 마땅한 그림이 없고 하여 그냥 남한산성으로 했다고 한다. 남한산성의 ‘수어장대(守禦將臺)’가 우리 마을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서 행한 것인지 정말 못 말릴 사람이다.

 

그리고 클린하우스의 종류가 딱 한 개 밖에 없었느냐고 물었다. 몇 개 중에서 골랐다고 한다. 참으로 딱한 사람이다. 당연히 마을회의를 열어서 클린하우스 설치에 관한 개요를 설명하고 설치장소, 우리 마을에 맞는 클린하우스 모형, 벽 그림에 대한 주민의 의견 등을 듣고 절차에 따라 진행했으면 되었을 것을 아무런 공지도 없이 그냥 임원 몇 사람과 마을회관에 자주 모이는 아주머니들의 이야기만 듣고 그것이 주민 모두의 의견인양 처리를 하고 만 것이다. 내가 이곳에 온지 벌써 8년이 되어 가는데 늘 이런 식이다.

 

물론 내가 감사로 있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은 당연하다. 주민들이 날 두고 원칙주의자라고 하는 모양이다. 말이 원칙주의자이지 까탈스러운 노인으로 비쳐 졌을 것이다. 이제 와서 뜯어고칠 수도 없는 일이고 보니 정말이지 이런 엉터리 같은 처리는 용서가 안 된다. 난 생리적으로 이렇게 얼렁뚱땅 해치우는 이장의 행태를 용인하기가 매우 힘들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이것 하나 제대로 못하는 이장이 못마땅하기 짝이 없다.

 

공사로 인해 너부러져있는 각종 농기구들은 언제 어디로 치울 것인지, 고추말리기 기계가 있는 양철지붕은 철거를 한다는데 언제 어디로 치우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마을회관에서 오랫동안 사용하다 고장이 나거나 용도 폐기된 안마기와 간이 찜질방 등은 면사무소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허가를 득한 후에 없애야 한다고 한다. 정말 편의주의다. 면사무소에 가서 절차를 밟으면 될 것을 이런 식으로 뭉개고 있다.

 

 

@2020년11월30일

 

왼쪽이 종전의 쓰레기하치장이고 오른쪽이 새로만든 클린하우스다
▲▼수 개월동안 널부러져있는 각종 농기구들
▲남한산성의 '수어장대' 그림을 그려놓았다
고물 전시회도 아닌데 냇가 쪽에 나란히 진열해두고 있다. 치울 생각은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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