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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이장으로 향한 험난한 길

by 빠피홍 2020. 12. 8.

귀여2리에서 분원리로 가는 둘레길, 오른쪽은 팔당호다

 

이장으로 향한 험난한 길

 

 

지난 11월19일 이장과 단둘이 만나 나누었던 그 결과를 듣고 싶은데 통 연락이 없다. 즉, 내가 이번에 이장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을 때 본인도 긍정적으로 내게 말했기 때문에 가까운 지인들과 상의해보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던 것이다. 열흘 정도면 이장이 마을사람들과 대충 상의를 끝내었을 시간인데 아무런 연락이 없기에 12월 2일에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이런 일로 내가 먼저 연락을 취한다는 것이 쪽팔리는 일이긴 하나 이왕에 벌어진 일임으로 차근차근 대시를 하는 수밖에 없다.

 

전화통화가 되지 않아 “지난번 말씀드린 건으로 연락을 기다렸는데 ...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연락주세요.” 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전화가 왔다. 전화로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는 듯 “회장님이 불러서 갔더니.... ” 라고 하는 걸 내가 가로 막고 전화로 할 이야기가 아니니 만나야 되지 않겠느냐고 되묻자 12월4일 금요일에 만나자고 했다.

 

하루 종일 연락이 없다. 이 친구 원래 이런 친구다. 아무리 시골에서 성장했다고 해도 기본 매너는 알 터인데 그냥 자기 편의주의다.

이튿날 12월5일 토요일 아침 10시에 메시지를 보냈다. 전화걸기도 싫고 해서 “금요일 연락주신다고 하여 기다렸는데 바쁘신가 봅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했더니 오후 1시경에 메시지로 회답이 왔다.

 

“서면으로 말씀드립니다. 동네분들이 많이 원하기에 한번 더 보겠습니다. 어제 너무 늦게 와서 연락을 못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동네사람들과 의논을 했는데 자기보고 한 번 더 해달라고 하여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비록 메시지에 “한번 더 보겠다고”에 ‘해’자가 빠지긴 했으나 분명한 의사를 내게 통보한 것이었다. 이 친구 이런 중요한 일을 보름이나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기껏 한다는 소리가 한 번 더 할 테니 그리 알라고 문자메시지로 툭 던져놓고 서면통보를 한다는 것이다.

 

난, 즉각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군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라고 회신을 했다. 짐짓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투의 회신이다. 이 친구 생각이 꼭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처신인 것 같다. 단 둘이 이야기 할 때는 자기도 생업 때문에 별로 할 생각이 없는데 마을에 할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면서 나의 제안에 좋습니다 라고 까지 해놓고서 자기의 생각이 바뀌었다면 날 만나서 다시 해야겠다고 내게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이장을 하겠다고 말한 사람이 더 궁금해서 기다리는 것은 뻔한 이치이거늘 이 친구 아랑곳없이 이런 투로 메시지 하나 달랑 보내놓고 끝내려는 것 같다. 무슨 말씀. 이게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인가? 내가 이장을 하려한다는 것을 동네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는데 이제 와서 문자하나 받고 내가 포기할 사람이었던가? 예의도 없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는 여전하다.

 

이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 8시에 마을회관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약속 시간 두어 시간 전에 또 전화가 와서 주민들과 임원들이 같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왔다.

“내가 이장을 하겠다고 공식발표도 안 했는데 왜 주민들과 임원을 먼저 만나야 되느냐? 우선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내가 어떻게 할지 결정을 할 일이지 이건 순서가 바뀐 것이 아니냐? 이장을 하게 되면 당연히 임원들부터 먼저 만나려고 했다.”

이렇게 설명을 하면서 둘이서 먼저 만나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몇 차례 강조하자 어차피 같은 일이니 같이 만나자고 계속 우긴다. 오케이! 임원들만 모인다면 좋다고 했다. 주민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20일에 총회가 있는데 그 때 할 일이지 공식모임도 아닌데 주민 몇 사람 모아놓고 이야기를 해보라고? 만일 경선을 하게 된다면 총회에서 똑같은 내용을 되풀이해야 한다고? 그래 이장청문회를 하자는 것 같은데 오히려 잘 된 것인지 모르겠다.

날짜와 시간은 조율해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통화가 끝난 후 난 바로 회신을 했다.

“이장님의 제안대로 임원들 모임을 만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군요.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2020년12월5일 토요일

 

주고 방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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