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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감사 보궐선거 [2]

by 빠피홍 2020. 12. 11.

 

투표함에서 투표용지를 꺼내어 개수 작업을 하고있다. 참으로 거창하다. 생쑈를 하는 것일뿐이다

 

 

감사 보궐선거 [2]

 

 

12월 8일 저녁 6시에 마을회관에 들어서자 이장과 총무 그리고 반장과 부녀 몇 명이 자리를 하고 있고 참석자 서명을 하라고 한다. 투표용지를 주면서 싸인을 하라고 한다. 주방 싱크대 쪽으로 투표함도 보인다. 건너 방에는 책상이 놓여있고 투표를 위한 볼펜을 준비해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열 체크를 하고 난 이후 총무가 투표용지를 건네주었으나 난 받지 않았다. 투표의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마무리를 했다. 임원회의 때 내게 대들었던 총무가 모든 걸 맡아 하고 있다.

 

감사를 맡아 하실 여성분이 조금 늦게 들어왔다.

난,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 참고로 몇 마디 하겠다. 지금까지 감사선출을 위해 이렇게 까지 한 적이 없는데 제대로 하자는데 원칙적으로 좋다. 그러나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감사 후보자에게 이장이 정중히 부탁을 하고 추대를 하는 것이 맞지 찬반투표가 뭐냐? 정책에 대한 찬반도 아닌데 앞으로 이점도 참고해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왜 임기가 보름도 안 되는 감사를 이렇게 요란스럽게 선출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장이 선출되고 1년이 넘도록 총무를 선출 못해 내가 몇 차례 총무를 선출해야한다고 했음에도 1년2개월 만에 겨우 총무를 뽑은 전례도 있고 감사를 선출하려면 내가 사임한 7월 이후에 바로 하지 왜 이제야 한다는 것인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그러자 총무가 중간에 나선다. 이장은 입 다물고 뒷전이다. 나와 총무 간의 대화다.

 

총무: 그간 감사를 뽑으려고 노력을 했음에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이제야 추천을 받게 되었고 총무는 이장이 겸직을 해도 되지만 회계감사보고서 때문이라도 감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언제부터 우리 마을에 감사보고서가 있었느냐 하면 제가 주장을 하여 불과 3년 전부터 시행해오던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 새로운 감사를 선출해서 그 때 감사보고서를 사후에 내어도 되지 않겠느냐? 우리 마을에 누가 회계보고서를 보고 시정을 요청한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느냐? 뭐 이렇게 굳이 요란을 뜰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감사의 찬반투표는 조금 심한 것 같다. 두 명이 추천을 받아 경쟁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 추천 되었으면 본인이 하겠다고 하면 무투표 당선으로 하면 되는 것이지 이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참고해주었으면 한다.”

총무: 감사선거도 안건으로 채택된 것인데 찬반투표를 할 수 있다. 왜 찬반투표가 아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감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지금에서야 추천요청을 대화방에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8월에는 왜 추천요청을 대화방에 올릴 수 없었는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는다. 총무가 성질을 부린다. 되지도 않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은 여전하다. 지난 번 내가 감사사임의 원인이 되었을 때의 그 표독스러운 표정과 정말 닮았다. 나도 자연 목소리가 커진다. 원로인 종씨 형님이 소리를 줄이라고 한다. 내가 설명을 하자 옆에 앉아있던 주부가 총무의 설명이 옳다고 작은 소리로 궁시렁거리며 맞장구를 친다.

 

총무가 투표함을 들고 와서 개표를 하고 있다. 저녁에 집에 와서 대화방을 보니 15명 투표에 15명 찬성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참 못 말릴 사람들이다. 북한의 선거도 아니고 신임 감사에게 반대표를 던질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감사선거가 끝나자마자 이장 선거공고 3개가 대화방에 올라왔다.

 

모든 걸 정리를 하면서 총무가 내 뒤에서 무어라고 중얼거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판단이 잘못 되었던 것 같다.” 라는 취지의 말을 혼자 말 하듯이 내뱉는다. 내게 들어라고 한 말일까? 이 친구 항상 이런 식이다. 잘못이 있으면 살짝 꼬리를 내리고 우물쭈물한다.

 

 

@2020년12월9일

 

투표소
투표함
개표결과 100% 찬성으로 감사가 선출되었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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