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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이장 출마 포기

by 빠피홍 2020. 12. 13.

우리마을에서 분원리로 가는 길목에서 내려다 본 팔당호

 

이장 출마 포기

 

 

어제 저녁에 집사람과 이장출마 건으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주민들이 이장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음이 틀림없다. 아니면 짐짓 내게는 생업에 전념하기 위해 당분간 이장을 맡지 않겠다는 투의 말은 하고 있지만 실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시골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특히 외지인이 들어와서 무얼 하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 저항을 한다. 그들의 기득권을 완고하게 지키려고 한다.

 

이장 후보 등록일까지 기일이 촉박하여 일자별로 행할 항목을 적어보았다. 이웃 한 분에게 추천을 부탁하고 이장 추천서를 프린트하여 세 사람 정도로부터 추천 서명을 받고 등등....

그러나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애초에 집사람과 의논했던 것도 꼭 이장이 되려는 것이 아니었다. 현 이장이 자기도 쉬겠다고 하니 그렇게 한다면 2년간 내가 맡아서 제대로 하고 본인이 어쩔 수 없이 하겠다면 그만 두는 것으로 생각을 했었다. 경선을 해서까지 출마를 고집해보았자 되지도 않거니와 분란만 일으킬 뿐이고 그만한 가치도 없기 때문이었다.

 

혼자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정리를 했다. 마침 단톡방에 선거공고도 나온 이상 이 기회를 활용하여 입장문을 내고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집사람도 대 찬성이다.

 

오전 내내 입장문을 작성했다. 원래는 임원들 모임에서 하려던 내용인데 오히려 전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단톡방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 마음속으로 정리를 하고 분원리 쪽으로 7천보를 목적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우리 마을의 큰어르신이 오고 있다. 내게 묻는다. 지난 번 이장관련 건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를 물어왔다.

 

이장이 어떤 입장인지 아직까지 내게 알려주지 않으나 여전히 하고자 하는 것 같아 내가 그만두기로 정리를 했다고 하자 밝은 표정으로 잘 되었다고 했다. 실은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마을사람들이 내가 이장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고 할 참이었는데 정말 잘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농촌사회의 현실을 여러 예를 들어가며 외지인을 결코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며 나로 인해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장단에게 내가 육하원칙대로 따지고 듦으로써 마을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하며 이번 건도 좋은 경각심이 될 것이라고 좋아했다. 난 공연히 폐를 끼치게 되어 송구스럽다고 정중히 예를 표했다.

 

이장 이 친구 진작 내게 와서 솔직한 이야기를 했으면 끝났을 것을 정말이지 답답한 노릇이다. 이것이 농촌사람들의 음흉한 이중성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시원하다.

 

 

@2020년12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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