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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이장 출마포기 입장문 발표

by 빠피홍 2020. 12. 14.

 

단톡방에 올린 입장문

 

 

이장 출마포기 입장문 발표

 

12월12일 모든 걸 정리하고 단톡방에 입장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집사람에게 보여주고 몇 차례 수정요구를 받았고 조금 긴 내용을 줄이려고 애썼다. 마음 같아서는 이 기회에 몇몇 괘심한 주민들에게 은근히 심한 말도 들어내고 싶었지만 집사람의 권유를 받아들여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최대한 절제를 했다.

 

이 같은 일은 우리 마을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것이어서 모두들 숨을 죽이면서 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회원이 22명인데 모두 본 것을 보니 잔잔한 파장이 있었을 것이다. 내용 전반의 내용은 늙은이가 왜 이장을 하려고 했는가? 우리 주민들은 좋다 싫다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욕을 하면서 이장이 던져주는 것만 받아먹는 노예와 다름없지 않는가? 오랜 관습에 젖어 변화를 거부하는 주민들에게 이제는 발상을 전환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 마을의 지도자라는 사람이 일개 주민과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도 좋은가? 뭐 이런 내용이 짙게 깔려있지만 그들이 알아차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 샘이다. 이장과 임원들 그리고 주민들도 약간은 놀랬을 것이다. 지난 2월 회의에서 내가 주장하여 만든 단톡방이 제대로 효과를 본 것일까? 그러나 기대는 금물이다. 이곳 사람들은 그때만 지나면 까마귀 알 감추듯이 모든 걸 잊어버리니까.

 

 

아래는 마을 단톡방에 올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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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선거 공고를 보고 저의 생각을 주민 여러분에게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에 임원모임에서 발언하려고 했던 내용을 요약하여 이장을 해야겠다는 동기와 경과과정, 향후계획 그리고 당부말씀 등 저의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입 장 문

 

 

1. 이장을 해야겠다고 결심하다

 

지난 11월9일에 이장이 저의 집을 방문한 바 있는데 우리 마을의 내년도 지원사업 계획은 언제쯤 논의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주민회의를 열 수 없어서 임원회의에서 의결을 하여 이미 면사무소에 제출을 했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주민회의를 열 수 없었다면 단톡방에라도 이를 알리고 후속 조처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장의 책무가 아니던가요?

 

저는 깜작 놀랐습니다. 지난 몇 년간 주민지원사업 계획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임원 몇 사람이 논의하여 처리하는 것을 보고 제가 계속해서 시정을 요구해왔고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귀여2리 주민인 저도 모르는 사업계획이 어디 있겠습니까? 내용을 알기위해 면사무소를 찾아 알아본 결과 지난 10월13일에 이미 접수가 된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마을 주민들에게 이 중요한 사안을 알리지 않고 임원 몇 명이 모여서 일방적으로 처리하는지 이건 명백히 우리 마을 정관 및 지원법, 조례 위반행위입니다. 그리고 주민을 무시하는 행위로 보입니다. 이를 이장에게 강력히 항의를 하자 11월16일이 되어서야 주민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아 정식으로 면사무소에 다시 제출하게 되었고 그때서야 우리 주민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린 주민들과 논의 한번 없이 이장이 들고 온 내용에 싸인만 해주는 노예가 되고만 셈이지요.

 

몇 년간에 걸쳐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을 해왔고 조금씩 변화가 보여 안심을 하던 차에 또다시 이런 황당한 일을 겪고서 저는 큰 실망감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 이런 이장단을 그냥 두어서는 아니 되겠구나 하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며칠 고민 끝에 이장과 단독으로 만나서 이장의 의중을 알아보고 기회가 된다면 내가 이장을 2년간 하여 마을회 운영을 제대로 해 보이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 경과 과정

 

지난 11월19일에 마을회관에서 이장과 단 둘이 만나 이번에도 이장을 할 것인가를 단도직입으로 물었습니다. 이장의 대답은 “나도 생업에 바빠서 힘이 들지만 마을에 이장 할 사람이 없으니 내가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이지 꼭 하려는 것은 아니다.” 라는 취지로 본인의 입장을 내놓기에 저는 “그럼 제가 이장을 한 번 하면 어떨까요? 내가 나이도 많고 농촌일은 잘 모르나 사회경험이 많음으로 딱 2년만 해서 제대로 된 마을의 기초를 닦아보겠다.”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이장은 반색을 하며 “이렇게 직접 말씀을 해주시니 좋습니다.”라고 했고 전 “작은 마을에 이장 경선을 한다면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이장 주변사람들과 잘 상의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세요.” 라고 했습니다. 이는 제가 이장을 해보겠다는 의사와 동시에 이장 본인이 더 하겠다면 당연히 난 빠지겠다는 표시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나도록 회신이 없어서 12월 초하루에 연락을 하여 “둘이 만나서 마무리를 지어야 되지 않겠느냐?” 라며 결과를 알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몇 차례에 걸친 약속이 연기되고 “서면으로 말씀드립니다. 동네분들이 많이 원하기에 한번더 보겠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고 저는 직접 이야기를 듣고 마무리하고 싶다고 회신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5일 토요일 오후 8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으나 이장으로부터 주민들과 임원들 함께 만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내가 공식적으로 이장출마를 선언한 것도 아니고 이장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될 일인데 왜 주민을 만나야하느냐고 반문을 했으나 몇 차례 계속 이장이 요구하기에 임원들만 모인 자리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일정을 조율해서 연락을 해주겠다고 한 이후로 벌써 또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결국 이장과 만나 이장출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지 벌써 20일이 지나도록 그로부터 아무런 회신이 없습니다.

 

3. 이장이 되면 무얼 할 것인가?

 

매우 간단합니다. 마을회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운영을 하며 모든 걸 주민들과 소통을 해가면서 신뢰를 쌓도록 하겠습니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썩여있는 현실에서 이렇게 해야 만이 마을의 화합이 되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마을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들은 주민들과 수시로 호흡하면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여러 가지 생각해둔 것이 있으나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나 이장이 되어 가시적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이장의 수당(매월 30만원, 연간 360만원 가량)은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전액 마을회에 기부하여 적절히 사용하도록 한다.

 

둘째, 부녀회를 적극 활성화하도록 한다. 마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부녀회에 정기적으로 지원을 하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임원들의 회의 참석비를 지급 한다. 임원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임원회에 참석하여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하는 수고를 조금이나마 도와주고 책임감을 갖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4. 당부 말씀

 

이상이 나이 많고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11월19일 이장과 만나서 다음 이장에 대한 나의 생각을 나누었고 그리고 이장이 다시 할 것인지 이번에 한 번 쉴 것인지의 대답을 기다린 것 밖에 없습니다.

 

이일을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이렇게 어렵게 끌고 온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부족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이장께서는 일개 주민과의 작은 약속일지언정 무시하지 말고 상대를 배려하는 보다 성숙한 자세로 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장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고 이장선출 공고마저 났으니 제가 이장에게 말했던 모든 이야기는 이 순간부터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2020년12월12일

 

제청말길 홍 상표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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