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마시며99 1967년의 ‘십 원’ 1967년의 ‘십 원’ 회상록(回想錄)을 쓰려고 지난 일기장을 펼치자 ‘십 원’이라고 쓰인 지폐 한 장이 나왔다. 1967년 일기장 속에서였다. 난 전혀 예상하지 못한 터라 깜작 놀랐다. 내가 20대에 통용되었던 ‘원’ 표시 지폐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 모습을 보자 오랫동안 깊이 숨겨놓았던 보물이라도 찾은 듯 화들짝 놀라면서 어머님이 떠올랐다. 마침 1966년 일기장을 훑어보는 중에 12월22일자 어머니와의 대화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돈과 어머니가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이다. 아래가 그 내용이다. “안경점에 가서 엄마 안경을 사고 내 안경은 유리를 새로 갈아 끼웠다. 그리고 여비를 좀 달라고 하자 2천원을 주었다.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엄마가 돈을 세면서 ”열 다섯“하고 천오백원을 셌을 때 내 눈을.. 2022. 1. 18. 회상록 쓰기 회상록 쓰기 지난 2018년 11월에 ‘회상록’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한동안 고민하던 끝에 결국 쓰기로 작정한지가 벌써 3년이 지났다. 파일을 열어보니 그간 써놓은 글이 A4용지 50여 페이지나 된 것에 스스로 놀랐고 이를 처음부터 다시 읽고 나니 포기한다는 것이 너무 아쉽기도 하다. 아무래도 나이가 든 탓에 눈도 어둡거니와 체력이 버텨줄지도 의문이어서 또 다시 망설여지지만 시간을 메꿀 필요성도 느껴져 도전해보겠다는 충동이 다시 일어난다. 겨울은 역시 집안에서 생각하고 글이라도 끼적이기 좋은 계절이어서 귀찮기도 하고 글쓰기에 대한 애착이 흔들리곤 했으나 이제 다시 조금씩 용기가 돋아나는 것 같다. 그래 다시 해보는 거야! 마음을 고쳐먹고 키보드 앞에 앉아 이런저런 사연이 깃든 옛 일기를 돋보기로 들여.. 2022. 1. 15. ‘나부리’ ‘나부리’ 어릴 적 우린 그것을 ‘나부리’라고 불렀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면 하얀 포말이 겹겹이 이어지면서 뭍으로 내쳐지곤 했다. 파도이면서 너울을 울릉도 아이들은 이렇게 불렀다. 내 고향에서의 하얀 파도가 생각이 났다. ‘나부리’라고 불렀던 원래 의미가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세찬 파도라도 좋고 '북저바위'에 부딪쳐 이는 잔잔한 파도이어도 난 개의치 않는다. 아무려면 어떠랴. 오늘은 ‘나부리’가 센 날이 틀림없다. 연이은 추위로 팔당호가 얼어붙었고 눈까지 살포시 덥혀있었는데 오늘은 강한 바람으로 흰 눈이 물결무늬처럼 편대를 이루어 음양의 조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쩌면 이 시간 난 고향 ‘울릉도’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팔당호가 마치 바다같이 넓고 시원할 뿐 아니라 오늘처럼 하얗게 뒤집어지는 파.. 2022. 1. 13. 구멍가게와 새우만두 구멍가게와 새우만두 지난 12월부터 하루 6천보 걷기를 빼먹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 딱히 하는 운동도 없거니와 걷는 것 자체만 해도 그리 쉽지는 않지만 건강을 위해서 하고 있다. 언제나 목표는 7천보였으나 주로 6천보를 전후하여 걷고 있다. 추운 날씨 탓에 점심을 끝낸 직후 햇볕이 따뜻할 때 집을 나선다. 오늘은 분원리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무판을 이어 만든 둘레 길을 걷고 있다. 강촌 구멍가게에 들려 과자나 한 봉지 살 요량으로 문 앞에 다가서자 손잡이에 우편물이 몇 장 끼어있는 것으로 보아 며칠 째 장사를 접은 모양이다. 문이 닫혀있다.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는 한적한 동네인데 주말 손님을 겨냥했다 기에는 투자금액(?)이 과도한 것 같아 늘 걱정이었는데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접은 것.. 2022. 1. 8. 엉겅퀴 동인 엉겅퀴 동인 추운 날을 피해 간다는 것이 지난 수요일이다. 눈이 조금씩 내려 약간 걱정이 되었으나 예보대로 날씨가 겨울 같지는 않다. 마석우리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전화로는 자주 연락을 취하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수 년 간 만났던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한 해가 이렇게 또 넘어가는 것이 무언가 아쉬워서일까 용문에 있는 친구와 함께 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셋 모두 한반도의 중앙이나 동쪽에 살고 있는 셈이다. 1961년 고등학교 시절 만난 이후로 정확히 60년이 되는 해에 기념 모임이 된 셈이다. 우린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대학생활과 각자의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줄곧 쉬지 않고 연락을 취하며 지금까지 우정을 쌓고 있다. 고2 때인가 용문에 있는 친구 성수가 주동이 되어 문학 동인을.. 2022. 1. 4. 국민가수 김동현 국민가수 김동현 지난 목요일 밤은 정말 짜릿했다. TV조선에서 매주 목요일에 진행하는 ‘내일은 국민가수’ 선발 경선의 최종 결선이 있는 날이어서 어느 때보다 긴장 되었다. 마치 내가 무대에 선 당사자인 것처럼 말이다. 난 아무래도 트롯보다는 발라드나 포크송에 끌리는 편이어서 더욱 관심이 컸던지 모른다. 메모지를 내놓고 나름대로 점수를 매겨나갔다. 평소에 하지 않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경연에는 그다지 흥분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그냥 조용히 즐기는 편인데 이번에는 정말 관심이 갔다. 마스터들이 매기는 최고와 최저 점수가 나오기 전에 내가 한 번 맞춰보자는 심산이었다. 딱 두 사람 것만 정확히 일치했다. 이병찬 100/90 과 김동현 100/98 이다. 방송국에서 원하는 국민가수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잘 .. 2021. 12. 28. 금주 30일 금주 30일 올 들어 눈다운 눈이 내린 것이 지난 18일이 처음인 것 같다. 아침부터 함박눈이 많이 내렸다. 집사람의 직장에서 코로나 양성자가 나오는 통에 꼼짝없이 열흘간 집에서 격리를 하고 내일이면 출근해야하는데 눈이 많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여간 신경이 쓰여 그냥 있을 수가 없다. 작년 이맘때쯤인가 집사람이 눈 내린 언덕을 올라가다 차가 미끄러져 구석에 처박힌 일이 있고나서부터 눈 예보만 있으면 신경을 곤두세우기에 언덕 위 로드카페가 있는 곳에 주차를 해두었다. 미끄러운 언덕만 피하면 통행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아침에 나가보니 많은 눈이 차를 뒤집어쓰고 있다.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어내리고 집사람의 출근을 도왔다. 미국에 있는 사위가 보내준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인 “MASTIC GUM”을.. 2021. 12. 27. 노인의 하루 노인의 하루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는 요 며칠 사이 내가 이렇게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것도 아마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원에 있는 나무와 야생화들의 월동준비는 대충 끝났고 땅은 이미 얼어 딱딱하기 그지없다. 삽과 괭이 등 각종 연장도 비를 맞지 않도록 창고에 넣어 바깥일은 거의 마무리된 셈이다. 집사람이 일을 나가느라 거의 매일 나 혼자가 된 것이 수 년 째다. 젊었을 때는 싫어하더니 나이가 들어 일을 하다 보니 재미가 있다고 한다. 내가 힘들 때 생계를 책임진다고 나간 것이 이제 일상화가 된 것이다. 게다가 투 잡을 뛰고 있으니 몸에 무리가 올 수 밖에 없다. 내년부터는 그만 두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해도 일 이 년만 더 하겠다고 한다. 쓰레기 치우는 것과 설거지의 반은 내 몫이다. 설거지는 정.. 2021. 12. 4. 첫 눈 첫 눈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있다. 올해 들어 첫눈인 셈이다. 한 시간 남짓 가늘게 내리더니 이내 그쳤다. 거실에서 물끄러미 밖을 바라보다 갑자기 지나온 세월이 떠오르면서 ‘가정(假定)’이란 단어가 입에서 툭 튀어나왔다. 내 삶에 있어 가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래, 그 때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일걸.” “좀 더 일찍 방향을 바꿀걸 그랬어.” 등 실패를 정당화하며 후회가 엄습할 때 튀어나오는 것 같다. 요즈음에 와서 이 가정이 자주 내 입에서 맴돌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냥 살아온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돈을 벌기위해 이런저런 일을 했을 뿐 80이 내일 모레인 지금도 무언가 아쉽고 허전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결국, 지나온 일들이 후회스러운 것이 .. 2021. 11. 11. 내가 해야 할 마지막 일 내가 해야 할 마지막 일 내 나이가 벌써 일흔일곱이다.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빨리 흘러왔는지 놀랍긴 하지만 이제 무언가를 준비해야할 시간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오늘은 용인에 있는 처인구청 사회복지과에 다녀왔다. 면사무소에서 고인의 제적등본을 발급 받아 제출해야 하는데 어머님의 제적은 알 수가 없다고 하여 가족관계증면원으로 대체 발급 받아 무사히 개장(開葬)허가를 받았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묘를 개장하여 화장을 하려면 개장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이었다. 위로 형님 세분은 벌써 돌아가시고 생존자는 팔순이 넘은 누님과 내가 유일하다. 아버님은 37년 전에, 어머님은 27년 전에 돌아가셨다. 지금 용인공원묘지에 편히 쉬고 계신다. 자주 가 뵙지는 못하지만 지난 번 갔을 때만 해도 우거진 숲과 산꼭.. 2021. 10. 2. 용문사 감자전 용문사 감자전 칠읍산 월성리에 살고 있는 오랜 친구 정 성수 시인을 만나는 날이다. 금년에 들어와서 두 달에 한번은 얼굴을 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데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올 들어 세 번 째 인가 네 번 째로 친구 집에 갔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60여 년을 같이 했으니 정말 긴 세월을 함께 해온 사이다. 그는 항상 스스로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지인들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주는 활력소 역할을 해오면서도 정작 본인은 건강문제로 조금씩 체념하는 듯 하는 글들이 여러 SNS를 통해 올라와 걱정이었다. 이제부터는 틈이 나면 자주 만나는 길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오랜만에 용문사에 들려 막걸리와 감자전을 놓고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많은 주제를 놓고 대화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페이.. 2021. 9. 10. 죽음과 꽃들과의 이별 죽음과 꽃들과의 이별 최근 한 달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과 애써 키우고 가꿨던 정원을 쪼개어 팔기로 한 것이다. 슬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서일까 도무지 키보드를 두드릴 의욕이 나지 않아 여름 꽃들의 소개도 못하고 한 주일을 그냥 흘려보내버렸다. 육촌 동생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세상을 떴다. 사업도 크게 성공하였고 인품이 좋을뿐더러 자선도 많이 하여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한 사업가가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떠난 것이다. 나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더욱 미안하기도 했다. 10년 전 같이 사업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하여 동업을 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하여 난 늘 마음의 짐을 지고 괴로운 심정이었는데 그는 오히려 날 위로하며 과거의 일은 깨끗이 잊어버리자고 늘 날 편하게 하던 동생이었.. 2021. 6. 21. 이전 1 2 3 4 5 6 7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