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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죽음과 꽃들과의 이별

by 빠피홍 2021. 6. 21.

 

 

죽음과 꽃들과의 이별

 

 

최근 한 달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과 애써 키우고 가꿨던 정원을 쪼개어 팔기로 한 것이다. 슬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서일까 도무지 키보드를 두드릴 의욕이 나지 않아 여름 꽃들의 소개도 못하고 한 주일을 그냥 흘려보내버렸다.

 

육촌 동생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세상을 떴다. 사업도 크게 성공하였고 인품이 좋을뿐더러 자선도 많이 하여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한 사업가가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떠난 것이다. 나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더욱 미안하기도 했다. 10년 전 같이 사업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하여 동업을 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하여 난 늘 마음의 짐을 지고 괴로운 심정이었는데 그는 오히려 날 위로하며 과거의 일은 깨끗이 잊어버리자고 늘 날 편하게 하던 동생이었다.

 

장례식장에서 그와의 마지막 이별을 할 때도 정말 소리 내어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데려가다니 이건 아닌 것 같아 한 달 내내 그의 생전모습과 죽음이 오버랩 되어 힘들어했다. 나를 믿고 투자한 동생에게 실망을 주어 죄인이 되어서일까 수시로 꿈속에 나와서도 날 위로하던 동생이었다.

 

또 한 사람, 울릉도 고향 친구 전 태봉이다. 울릉도 친구이긴 하나 묘한 인연으로 서울에서 처음 알게 되어 지금까지 친한 친구로 지내오던 터다. 결혼 후 잠깐의 직장생활을 끝으로 조울증으로 인해 한 평생 제대로 된 사회활동을 못하던 그가 이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가 죽기 하루 전 그의 집을 찾아가서 외출중인 그의 아들과 부인에게 연락을 취해도 문이 열리지 않아 그냥 돌아온 것이 아쉽다. 그가 혼자 집 안에 있는 걸 알기 때문에 큰 소리로 몇 차례 이름을 불렀어도 대답이 없어 돌아오고 말았는데 몇 시간 후에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전갈을 받았다.

 

우리 집 땅이 모두 310평이다. 적은 평수가 아니다. 애초에는 현재의 집을 팔고 앞에 있는 정원에 새로운 집을 지을 계획이었는데 모두들 땅에만 관심이 있어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집 사람과 상의하여 땅을 팔기로 했다.

 

이제 내 나이가 머지않아 팔십이 되는데 체력적으로 점점 더 힘들어 정원관리가 어려워지고 있었고 은행대출 이자도 부담이 되어 조기에 처분하기로 한 것이었다. 아이들 둘이 모두 미국에 있고 한국에는 돌아올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애당초 관심이 없어 적당한 가격이면 팔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며칠 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100평은 내가 살고 210평을 팔았다. 젊은 부부인데 수 년 안에 집을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무언가 아쉽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했다. 일 년에 16회 내외로 잔디를 깎는 일도 점점 힘에 부친다. 풀을 뽑는 것도 쉽지가 않다. 애써 오랫동안 만들어 논 각종 야생화와의 이별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 이번 가을부터 새로운 정원을 만들 것이다. 비록 작은 정원이 될 것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더 멋진 정원을 만들어야겠다.

 

 

@2021년6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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