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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구멍가게와 새우만두

by 빠피홍 2022. 1. 8.

 

 

구멍가게와 새우만두

 

 

지난 12월부터 하루 6천보 걷기를 빼먹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 딱히 하는 운동도 없거니와 걷는 것 자체만 해도 그리 쉽지는 않지만 건강을 위해서 하고 있다. 언제나 목표는 7천보였으나 주로 6천보를 전후하여 걷고 있다. 추운 날씨 탓에 점심을 끝낸 직후 햇볕이 따뜻할 때 집을 나선다.

 

오늘은 분원리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무판을 이어 만든 둘레 길을 걷고 있다. 강촌 구멍가게에 들려 과자나 한 봉지 살 요량으로 문 앞에 다가서자 손잡이에 우편물이 몇 장 끼어있는 것으로 보아 며칠 째 장사를 접은 모양이다. 문이 닫혀있다.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는 한적한 동네인데 주말 손님을 겨냥했다 기에는 투자금액(?)이 과도한 것 같아 늘 걱정이었는데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가게를 접은 것은 아닌지?

 

이 집 멋쟁이 여주인은 계절마다 각종 장식을 다르게 가게 앞에 전시를 하고 있다. 지금은 플라스틱 오엽송 나무에 각종 구슬을 달고 은빛 망으로 만든 키 큰 사슴들과 여러 장식을 해 놓고 있다. 언뜻 보아도 수 십 만원이 들었을 물건들이다. 도대체 이 여주인은 왜 이렇게 큰돈을 들여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멋진 가게를 매번 새롭게 만드는지 늘 의문이었다. 프리미엄 2천만원에 내놓았다는 소문이 들리곤 했는데 아주 접었는지 공연한 걱정이 든다.

 

바로 위의 ‘왕만두’ 집에서 뜨거운 김이 무럭무럭 나오고 있다. 지난여름 이 가게에서 사먹었던 새우만두 생각이 나서 한 팩을 사들고 낡은 벤치에 앉아 팔당호를 바라보면서 먹고 있다. 늦게 일어나 아침을 들은 터라 만두로 해결하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살짝 언 팔당호의 그림이 보기 좋다.

 

돌아오는 길에 바닥에 떨어져 죽어있는 검은 새를 봉투에 넣어 왔다. 색깔은 까마귀와 흡사하나 다리 쪽에 작은 물갈퀴가 있고 목 주위 털이 빨간 것으로 보아 까마귀는 아닌 것 같은데 목 쪽에 심한 상처를 입어 죽은 것이었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큰 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가 총을 쐈다면 이렇게 정확하게 목을 관통할 수 있을 것이며 고양이가 물었다면 벌써 밥이 되어 털이 온통 흐트러져 있을 것이고 자연사는 더더욱 아님이 분명하나 길거리에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는가?

 

오늘은 정확히 8721보나 걸었다.

 

 

@2022년1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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