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30일
올 들어 눈다운 눈이 내린 것이 지난 18일이 처음인 것 같다. 아침부터 함박눈이 많이 내렸다. 집사람의 직장에서 코로나 양성자가 나오는 통에 꼼짝없이 열흘간 집에서 격리를 하고 내일이면 출근해야하는데 눈이 많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여간 신경이 쓰여 그냥 있을 수가 없다.
작년 이맘때쯤인가 집사람이 눈 내린 언덕을 올라가다 차가 미끄러져 구석에 처박힌 일이 있고나서부터 눈 예보만 있으면 신경을 곤두세우기에 언덕 위 로드카페가 있는 곳에 주차를 해두었다. 미끄러운 언덕만 피하면 통행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아침에 나가보니 많은 눈이 차를 뒤집어쓰고 있다.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어내리고 집사람의 출근을 도왔다.
미국에 있는 사위가 보내준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인 “MASTIC GUM”을 지난달부터 매일 두알 씩 먹었는데 눈 내리는 오늘이 끝나는 날이다. 식도염은 쉽게 낫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도 있었지만 사위가 모처럼 보내준 약을 먹는데 매일 마시는 술과 함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꼬박 한 달을 참고 또 참아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끝나는 날이 오늘이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막걸리 마시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견디면서 한 통에 60알이 들어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전부 테이블에 꺼내놓고 몇 알이 남았는지 세어보기도 하면서 참았던 한 달이다. 집사람은 한두 잔 마시라고 했지만 자존심이 걸린 문제여서 기어코 참아냈다.
정원에는 눈이 쌓여 운치를 더하고 있고 한 달간의 인내 뒤에 오는 달콤한 맛이 대기하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캔 맥주를 딴다.
@2021년12월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