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와 꽃씨심기
저녁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다. 아침에는 햇빛이 잠깐 비치다가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날씨는 여전히 여름 날씨다. 벌똥과 송진가루로 인해 창문과 바닥이 지저분해 오늘 청소를 하기로 했다. 이웃집 양봉업주 이씨네의 벌들이 올봄 내내 유리창에 뿌린 똥과 이웃집의 송진가루로 더럽혀진 데크마루를 비로 쓸고 물로 씻어내었다. 날씨가 맑으면 바로 데크에 덧칠을 해야 함으로 사전 준비차원이기도 하다.
2번째의 비닐하우스를 폐쇄한 뒤에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차에 씨앗통을 열어보니 네페타와 베르가못 씨앗이 의외로 꽤 있었다. 아마도 지난 가을에 채취한 꽃을 털거나 비벼서 씨앗을 빼내야 하는데 그냥 내버려 둔 탓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구입한 씨앗만으로도 올 봄 작업에는 충분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업을 하려는데 어제부터 파라솔이 있는 내 작업대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의자에 꼼작도 않은 채 앉아있다. 벌써 몇 년 째 청개구리 한 마리가 파라솔을 켜면 속에서 뚝 떨어지곤 했었는데 그 때의 청개구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매년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가 도망도 가지 않고 멀리 떠나질 않는다. 신기하다. 어떻게 저렇게 높은 곳으로 올라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단은 의자까지 올라와서 그리고 점퍼를 할 터인데 직접 눈으로 본적이 없음으로 그저 고개가 갸우뚱할 뿐이다.
바짝 말라있는 꽃잎을 뜯고 씨를 털어내는 작업을 거쳐 다시 모종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올해에 꽃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을에 성체가 되면 내년 봄에는 멋지게 꽃을 달고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이를 2번 하우스에 있던 자리에 심기로 했다. 빈 공간을 다 못 채우면 일부는 올 가을에 새로운 꽃에서 씨를 받아 보충을 하면 된다. 혹시 남으면 베르가못은 기존의 베르가못 옆에 빈 곳이 군데군데 있어 이를 보완하고 네페타는 희망하는 이웃이 많아 분양도 할 계획이다.
다섯 시 경이 되었는데 천둥이 있더니만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내일은 수돗가와 창고정리를 해야겠다.
@2020년5월18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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