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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야기

돌 치우기 3일

by 빠피홍 2021. 9. 1.

한번씩 옮길 때 마다 사진을 찍어 각각의 그림이 다 다르다.

 

 

돌 치우기 3일

 

 

쌈지공원 안 운동기구 뒤편은 온통 풀밭이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이장이 주로 베 내긴 하나 며칠 새에 쑥쑥 자라는 풀로 여간 짜증스러운 것이 아니다. 정말 보기 싫고 귀찮은 존재다.

 

지난달에는 동네 큰어르신이 스웨덴산 잔디깍기 트럭을 한 대 구입하여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고 공원에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테스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크고 작은 돌 때문에 칼날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여 공원에서 사용하려면 먼저 돌을 캐내어야 했다.

 

공동사업의 일환인 마을정화작업이 오랜만에 행하게 되어 일상으로 하는 쓰레기 줍기는 오전에 하고 오후에는 남자들이 돌을 캐내기로 했다. 남자라고 해보았자 세 명이 전부인데 왜 돌을 캐내어야 하는지 내가 그 이유를 소상히 알고 있는지라 잠깐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의견충돌이 발생하여 큰소리가 오가게 되어 연장자인 옆집노인은 마지못해 돌을 캐내자는데 동의를 했는데 젊은 친구는 씩씩거리며 중도에 가버렸다.

 

26일 옆집 한 씨와 함께 오후 1시부터 4시 반까지 돌을 캐내어 여러 곳에 모아두었다. 땅에 박혀있는 돌들이 의외로 큰 것들이어서 생각보다 은근히 힘이 들었다. 집에 가서 막걸리 한 병을 들고 돌아와 잠깐씩 쉬어가면서 일을 마무리했다.

 

28일 오후에 비가 그쳐 모아둔 돌들을 손수레에 담아 버리는데 다섯 번 정도 돌을 치우고 나니 날이 어둑해져서 내일 끝내기로 하고 돌아왔다.

 

29일 일요일이다.

아침부터 작업을 하여 당일 끝낼 참이었다. 마을회관 쪽에 보관해둔 손수레를 가지러 가는데 동네주민들이 고추를 세척하고 건조대에 넣는 작업이 한창이다. 위에 사는 아주머니가 내게 왜 혼자서 하느냐며 나중에 같이 하지요 한다. 누가 나서서 돕겠는가? 동네 봉사일은 모두 들 싫어한다. 돌 치우는 일이 본래의 마을 정화 활동범위에 해당이 되느니 안 되느니 시비를 하는 판인데 농사일도 바쁘고 공원미화 같은 것은 애초부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같이 일을 마무리하려면 내가 이장에게 설명하고 이장은 청소반장에게 재차 설명하는 등 구차하기 짝이 없는 절차가 필요한 일이다. 그냥 내가 해치우면 되는 것을.

 

여덟시 반부터 열한시 반 까지 꼬박 세 시간을 혼자서 모두 처리를 했다. 큰 돌을 담아 옮기느라 플라스틱 통이 깨져버렸다. 원래 약간 깨어진 것인데 큰어르신이 내게 선물 한 노란색의 새 수레로 마감을 했다.

 

한 번 옮길 때마다 잠깐씩 쉬면서 사진을 찍었다. 수레를 몇 차례 옮기는지 확인도 할 겸 해서였다. 모두 열아홉 번을 날랐다. 땀이 흐르지만 기분 좋은 봉사였다.

 

 

@2021년8월30일

 

 

▲깨져버린 손수레와 돌을 담은 손수레
▲운동기구 뒤편의 돌들을 제거했다

                                                          ▼ 모아 두었던 돌들을 제거한 잡초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