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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안개 낀 아침

by 빠피홍 2020. 1. 5.



안개 낀 아침

 

 

며칠 전부터 기상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곤 하더니 오늘도 9시가 되어 일어났다. 딱히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도 없지만 늘 7시 전후로 일어나곤 했는데 알람 소리가 울리자말자 일어나기 싫어서 꺼버렸다. 밖이 어두운 겨울이어서 일까 잠이 부족했던 젊은 날도 아닌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집 사람이 작년 가을부터 일을 나가게 되어 귀가시간이 밤 열한시를 넘기는 날이 잦다 보니 밤잠이 늦어진 탓도 있겠지만 요즘 들어 자주 늦잠을 자게 된다. 집사람이 생활비 보태느라 일을 마치고 서울에서 이곳 광주까지 늦게 돌아오는데 남편이란 자가 할 일도 없는 주제에 피곤하다고 미리 잠자리에 드는 것이 쪽팔리는 짓 같아 억지로 견디며 아내를 기다려준다.

 

오랫동안 같이 쓰던 침대가 약간 좁기도 했지만 두어 달 전에 아내 전용침대를 산 이후로 난 이층에 혼자 자게 되었다. 나이가 든 탓일까 혼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진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일 터인데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 같다. 난방을 펠릿난로로 한 탓에 2층까지 열기가 올라갈지 걱정이 되어 그간 아래층에서 지내왔는데 의외로 난방이 좋았다. 저녁에 난방을 시작하면 잠자리에 들 때 22도 전후여서 아주 쾌적하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2층 블라인드를 열자 안개가 자욱하다. 먼 산 뿐 아니라 앞집 한기소씨 집까지 안개가 자욱하다. 이곳은 팔당호가 있는 곳이라 호수에는 언제나 물이 가득하여 안개가 잦은 편이다. 안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안개 낀 아침은 정말 기분이 좋다.

    

점심시간 즈음 한기소 댁 밭에 남정네 몇 사람이 서성거리고 있다. 측량 팀인가 궁금하여 밖으로 뛰쳐나갔더니 경계목인 보리수나무를 잘라 달라 했느냐고 내게 묻는다. 환경부에서 나온 것이었다. 몇 달 전 환경부 직원을 만나 나무가 너무 크니 잘라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오늘 나온 것이었다. 무려 다섯 명이나 왔다. 난 현재의 높이에서 반을 잘라달라고 했다. 원형으로 된 톱니바퀴 모양의 날이 달린 장비로 몇 차례 잘라나갔다.

 

팀장으로 보이는 분이 장비가 부족해서 우리집 쪽의 보리수나무를 깔끔하게 잘라내지 못하겠다고 한다. 가벼운 가지치기라고 생각했는데 보리수나무는 쉬 휘청거려 가지치기가 까다로워 앞부분만 자르고 뒤쪽은 내년 봄에 자르겠다고 한다. 긴 사다리가 준비되지 않아 자칫 사고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매년 잘라왔는데 이제는 힘에 부친다.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잘라 내어주었으니 며칠 내로 건너 쪽으로 가서 전부 잘라내야겠다.

 

옆집 이용문씨의 경계에 있는 보리수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큰데 이왕이면 잘라달라고 하자 장비가 닿지 않아 작업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장비가 필요한지 답답할 뿐이다.

매번 세상 참 좋은 시절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 나무 잘라달라고 하면 잘라주고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마감을 한다. 이 좋은 세상을 요즘 문재인정권이 망치는 것 같아 정말 짜증이 난다. 내일은 토요일, 오랜만에 광화문 이승만 광장에라도 나가볼까 보다.

 

202013

 


    환경청 직원들이 나무가지치기 작업을 하고있다

     오른쪽의 가지치기 작업을 남겨둔채 작업이 완료되었다

     이틑날 오전부터 오후 4시까지 사다리를 걸치고 나무가지 하나하나를 전정가위로 잘라내었다.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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