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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검은 지갑

by 빠피홍 2018. 12. 23.




검은 지갑



최근에 들어서 물건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몇 년 전에는 버스 안에서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린 일도 있고 딸이 해외에서 선물로 사다준 버버리 머플러를 찾기 위해 버스종점인 동원대학 분실센터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에는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고 돌아왔을 때 며느리 선물인 가죽지갑이 없어져서 그 이튿날 천호동까지 이집 저집으로 찾아 헤매기도 했다.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두 시간이 넘는 버스를 타고 엊저녁에 다녔던 술집을 아침부터 찾아 헤매는 자신이 너무나 처량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해보지만 똑같은 일이 계속 되풀이된다. 나 스스로가 정말 짜증스럽다. 나이가 들은 탓일까 왜 이렇게 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지 한심스럽기 조차하다.

휴대폰, 카드와 집 열쇠 그리고 현금을 사용한 후에 어디에 보관할지 수시로 보관방법이 바뀌다보니 혼란스럽다. 아직도 윗도리 왼쪽과 오른쪽 주머니, 바지의 오른쪽 왼쪽에 어떤 물품을 넣을지 확정짓지 못한 탓에 수시로 손을 넣어 확인하면서 다닌다. 왼쪽 주머니에 카드를 넣었던 것 같아 손을 넣어보고 잡히지 않으면 깜작 놀라 오른쪽으로 다시 손을 가져간다. 내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참 별스럽고 한심하다. 언제까지 매번 이렇게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일까?

외출 시에는 무조건 멜빵이 달린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버스를 타기 직전에 버스카드를 빼서 체크를 하고 곧장 가방 주머니에 넣는다고 해놓고는 또 옆 주머니에 넣어 버리고 만다.


겨울에 들어선 올해만 해도 몇 차례 더 있었다. 빨간 색의 노인우대교통카드로 체크인한 후에 윗저고리 주머니에 넣었던 카드를 버스바닥에 흘려버려 두 차례나 옆의 여학생과 어느 아주머니로부터 돌려받은 일이 있었다. 11월 중순에는 서울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이후에 밤색 머플러를 잃어버렸다. 지난 125일 대학동기 모임에 다녀온 이후에 털모자가 없어진 것을 늦게야 알았다. 분명히 가방 안에 넣어두었는데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은 것이었다.

 

여름에는 옷을 많이 입지 않을 뿐 아니라 가방 메는 것도 귀찮아 바지주머니에 넣고 좌석에 앉게 되면 카드나 현금이 삐져나올 확률이 높고, 셔츠 주머니에 넣었다가 몸을 구부리거나 셔츠를 손에 들게 될 경우에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겨울에는 점퍼를 입고 휴대폰, 집 열쇠, 비상금 그리고 손 장갑도 넣어야함으로 물건을 흘리게 되는 확률이 더 높아진 것 같다.

 

지금은 비상금 약간과 카드 몇 장만을 넣은 메시로 만든 검정색 헝겊 지갑을 갖고 다니고 있는데 며칠 전 옆집 이 씨네 집에 잠깐 들렸다가 로드카페를 들려 팔당호반의 정경 몇 장 찍고 오겠다고 나섰는데 날씨가 추워 일찍 돌아오는데 내 발등 밑에 검정색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에 시력이 많이 떨어진 탓에 자세히 보니 내 지갑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어떻게 떨어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루 이 씨네 쪽으로 가지 않고 곧장 집으로 왔다면 또 잃어버렸을 지갑이다. 비상금 약간과 운전면허증, 그리고 신용카드 몇 장이 든 내 지갑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찾지 못했으면 카드가 없다고 난리를 피었을 텐데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식은땀이 난다. 불현 듯 집사람이 생각났다.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것인가? 집으로 돌아와서 난 집사람에게 종내 오늘의 해프닝은 없었던 듯 모른 채했다. 정말 혼란스럽다. 왜 이런 현상이 계속 되풀이되는 것일까?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도무지 자신이 없다.

 

 

@20181223(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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