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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자서전을 쓸 것인가?

by 빠피홍 2018. 1. 6.




자서전을 쓸 것인가?

 

 

오랫동안 애정을 쏟았던 블로그를 몽땅 날려버린 그 아쉬움, 애잔했던 시간도 벌써 2년이나 흘러가버렸다. 가족과 친구, 그들과 함께 했던 각종 사진과 신문기사를 보고 흥분하여 써내려갔던 나름의 칼럼들이 내 생전에는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 그 허전함은 꽤 오래 남아있었다.

 

지나온 과거를 정리할 겸 블로그에 써내려갔던 자전적 에세이가 10여 회 만에 공중으로 날아 가버린 후 포기하고 있었던 지난날의 역정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다. 한번쯤 정리해두고 싶었는데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을 해볼까, 무슨 멋진 인생을 살았다고 기록을 남기지 ... 몇 차례 내게 다가왔던 갈등이 아직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책상에 앉아 유년기, 중고시절, 청년기, 결혼과 사회생활 등을 크게 분류하고 거기에 소제목 몇 개를 붙이면서 기억에 남는 추억들을 잠깐 회상해보았다. 부끄러운 과거가 많은데 이를 어떻게 하지, 집 사람이 읽어보고 실망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보면 아빠의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을까, 손자에게 어떻게 보여 질까 하는 등으로 움찔해진다. 그렇다고 이것 빼고 저것도 빼면 무엇이 될 것인가에 이르자 그냥 조용히 흘러가면 될 것을 무에 새삼스럽게 자서전이랍시고 쓸 필요가 있을지 공연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시인인 내 절친 정성수는 시집은 물론이고 페이스북에도 옛 사랑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그리고 뻔뻔스럽게(?) 잘도 쓰는데 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노라고 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달관을 넘은 나이일 테니까. 허긴 그는 시인이고 글을 쓰는 직업이어어서 용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배우 신성일은 그의 자서전에 미국에 살던 김영애를 진정 사랑했었다는 글이 항간에 큰 비난을 받은 적도 있지 않는가? 집사람도 그 뉴스를 보고 같은 비난을 했었다.

 

내가 지금 정치하려고 자서전을 쓰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나 스스로 진솔한 삶의 궤적을 그리면서 반성하고 못다 이룬 그때의 꿈과 현실을 돌이켜 보고 들어내 보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에 살고 있는 네 살짜리 손자 나우가 햇빛 쏟아지는 정원에 앉아 할아버지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왔을 때 난 쓸데없는 긴 이야기로 얼버무리고 말까? 아님 자서전을 쥐어주면서 이거라도 읽어 보렴 하고 씨익 웃고 말 것인가? 잘 났던 못 났던 명쾌한 삶의 뒤안길을 고백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내 나이 이미 칠순이 넘은지 몇 해가 지났고 한 번 왔다가 가는 인생임으로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쓴다는 것도 우습지 않는가 말이다.

내 아들이 칠순잔치를 하자고 몇 차례 제안을 했었지만 난 거절했었다. 내가 나중에 책을 내겠으니 그때 모두가 모여서 가벼운 잔치를 하자고 했었다. 그러고 보니 아들과 약속이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준비를 해볼까. 시작을 하면 금년 한 해는 매달려야 할 텐데 마음에 드는 작품이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까 염려된다. 다시 한 번 진중하게 생각을 해보자.

 

@201816(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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