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뜨기 풀로 가득한 꽃밭
쇠뜨기
내가 이곳 시골에 오자마자 하루에 몇 차례 다니는 버스를 타고 싱그러운 강바람을 마주했던 5년 전이 생각이 난다. 회사 일을 정리하고 이곳에 내려온 다음 날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볼 심산이었다.
“아, 이제는 일도 없어졌구나. 그냥 이렇게 쉬는 것인가? 지금부터 뭘 준비를 해야지.... ”
정말 그랬다. 싱그러운 바람을 마주하는 기분이 새삼 달랐다. 머리를 짓누르던 온갖 고민들이 사라지면서 뭔가 개운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한 평생 내게 달라붙어 쉬 떠나지 않던 압박감에서 해방이나 된 듯 혼자 중얼거리며 동네 입구의 둘레길 난간에서 강바람을 맞으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정거장 건너편에는 공사 때문에 세워두었던 간이 화장실이 대로변에 놓여있고 오른쪽에는 20평 남짓한 공터에 온갖 잡초가 가득하여 이를 보고 지나치자니 마치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았다. 며칠 내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뇌리에 남아있어 이를 그냥 두어서는 아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장에게 몇 차례 부탁도 해보았으나 진전이 없어서 광주시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기로 했다.
간이 화장실을 동네입구에, 그것도 대로변에 수 년 째 방치되고 있다는 것은 미관상뿐만 아니라 위생상으로도 문제가 있으니 치워줄 수 없느냐고 말이다. 며칠 후에 확인을 하였더니 사유지임으로 관의 입장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회신이었다. 그리고 화장실은 현재의 위치로 1미터 옆으로 옮겨져 있었다. 자기 집 정원은 깔끔하게 관리를 하면서 동네 입구에는 보기에도 민망한 화장실을 댕그렇게 놓아두고도 무감각한 이 사람의 배짱이 가증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자기 집 정문 앞의 대로변 공터는 온갖 잡풀로 가득해도 베어낼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공동체 의식이라고는 전혀 없이 뒷짐 지고 행세만 하려는 꼴이 정말 가증스럽기조차 했다.
간이 화장실 이전 요청은 실패를 했지만 난 이 공터를 꽃밭으로 만들기로 했다.
도로 공사 후에 남은 크고 작은 돌들을 가려내고 쑥과 여러 잡초를 호미로 쏙아 내었다.
열 평 남짓한 크기였지만 공터 정리에 며칠이 걸렸다. 잡초 중에도 쇠뜨기란 풀이 제일 큰 문제였다. 뿌리가 매우 깊이 박혀있고 베고 나면 다시 바로 올라오는 풀이라고 동네 어른들이 일러주었다. 엄청나게 뒤덮여있던 쇠뜨기 풀을 베어내고 집 정원에 있던 벌개미취를 가운데에 옮겨 심고 둘레에는 물망초와 코스모스, 원추리, 루드베키아 등을 심었었다.
올해에도 쇠뜨기 풀이 자랐지만 날씨도 덥고 힘이 들어 내버려두었더니 온 꽃밭이 쇠뜨기 풀 천지다. 게다가 심한 가뭄으로 쇠뜨기에 짓눌린 꽃들이 누렇게 변하고 별반 크지도 않았다. 이 쇠뜨기를 베어내야 할 텐데 허리가 좋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꽃밭이 망가질 것 같아 풀을 베기로 결심을 했다. 풀을 베고 있는 나를 보고 이장이 격려를 한다. 누구 하나 도와줄 사람은 없다. 모두들 생업에 바빠서이다.
며칠 걸려서 쇠뜨기를 다 베어냈다. 허리가 몹시 아프다. 물도 많이 주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둘레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한결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나이 든 노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발품 파는 것이라면 계속 할 만 한 일이 아닌가?
@2017년7월7일(금요일)
쇠뜨기 풀을 모두 쏙아 낸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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