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 보(步)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려 바깥나들이를 포기했다. 마치 봄비 마냥 질펀하게 내렸다.
오늘도 그간 꽁꽁 얼어붙어있던 화단에 발을 살짝 디디면 물렁하게 쑥 들어간다. 정원 잔디 바깥쪽 산책길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돌면서 내년 봄에 할 일들을 생각하면 벌써 이만큼 봄이 와 있는 것 같다.
금년 들어 하루에 7천보를 걷고 있는데 벌써 열흘째다. 예전에 비해 걷는 것이 훨씬 편해졌는데 우연히 만나게 된 ‘바른 도보’ 안내판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몸에 밴 나쁜 습관 때문에 허리가 좋지 않아 작년 한 해 내내 천호동에 있는 손철호 병원에 다녔는데 크게 개선되지도 않고 고만고만했다. 그러다가 2주 전에 친구들과 모임을 갖고 헤어졌는데 큰길 옆에 ‘바른 도보방법’이 적힌 안내판을 보게 되었다. 먼저 발뒤꿈치를 내 딛고 발바닥의 오목한 곳을 살짝 누르고 마지막으로 앞꿈치를 누르고 시선은 똑 바로 라는 식이었다.
내 걸음걸이에 대해서 집사람이 허리를 펴고 걸으라고 내게 핀잔을 주면서 걷는 방법도 몇 차례 알려주었건만 제대로 실행을 하지 않았는데 신통하게도 이 방법이 내게 딱 들어맞았다. 지금까지 내가 걷는 것은 속보(速步)에다가 자라목 형태로 늘 몸보다 목이 앞서는 형태였는데 고개를 똑 바로하고 바른 도보방법대로 천천히 걷는 걸음걸이 자세로 고치자 신기하게도 편해졌다.
보통 분원리까지 왕복으로 한 시간 거리인데 9천보, 뒷산 유 회장 선산까지 다녀오는데 7천보, 물안개공원 다리까지 왕복 7천보를 번갈아 가며 걷는 재미가 생겨났다. 자세를 고치고 나서부터다.
오늘은 물안개 공원 쪽으로 가다가 자신이 생겨서일까 방향을 명성암(明性庵)으로 돌렸다. 정암천 벚나무 옆 개울물이 세차게 흘러내린다. 스님은 출타중이고 흰둥이 두 마리만 내게 다가와 요란하게 짖을 뿐 산사는 고요하기만 하다.
2020년1월8일
명성암으로 가는 벚나무길이다
개울물이 세차게 흐르고있다
명성암에서 하산하는 길 양쪽에 밤나무 낙엽이 가득하다
물안개공원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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