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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마시며

복덕방(福과 德이 있는 방)

by 빠피홍 2020. 1. 20.



복덕방(이 있는 방)

 

 

이름도 없는 모임이지만 오랜만에 모두 모였다. 벌써 반년은 족히 넘어 모이게 되었나보다. 일 년에 몇 차례 꼭 모여서 막걸리라도 한잔 걸치곤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모임의 빈도가 다소 떨어진 것 같다. 모두 다섯 명인데 한 친구가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더니 이제는 네 명이다. 건강이 회복되어 다시 모였으면 좋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햇수로 수 십 년이 되었건만 딱히 두드리진 모임의 명칭은 없다. 서로가 얽혀있는 인연에서 소모임으로 변해 지금까지 잘 지내오고 있다. 박 해민은 중학교 3학년 시절 내 짝이었고 소식이 끊겼다고 생각하면 어디에선가 우연히 만나기를 몇 차례 하고나서 지금까지 질긴 끈을 이어오고 있다. 김 용은 80년대 초반 한국생사 그룹에서 같이 일을 했고 잠실에서 한동안 그의 차로 출근을 같이하며 주말이면 모여서 고스톱을 즐겼던 사회에서 만난 친구다. 임 병무는 해민이와 너무나 친한 고등학교 한 해 후배인데 90년대 초에 우리 집 애들 두 명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게 해준 은인이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들 멋쟁이들이며 반듯한 인생을 살아왔으며 아이들을 모두 미국에 유학을 보냈다는 것과 오랜 세월 골프를 같이 했다는 점이다.

 

이제 마지막 길목에 와 있는 내 인생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아이들은 행복했을 것이다. 우리들이 이루지 못했던 해외유학을 그것도 미국에서 경험했으니 말이다. 김 용의 아들은 우리집 아이들과 함께 미국 그린빌에 있는 밥존스 아카데미에서 같이 공부를 했고 박 해민의 아들은 커넬대학, 임병무의 딸은 쥴리아드를 다녔으니 어쩌면 유학파 애비들의 모임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벌써 30여 년의 세월을 같이 해온 셈인데 모두들 훌륭한 인격에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인물들이다. 고향이 울릉도인 내가 마치 옛 고향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어느새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러버렸다.

 

반포에 있는 식당 산들해에는 인파로 북적인다.

맑디맑은 동동주 맛이 친구들과 어울렸던 젊은 옛 시절을 되살리기라도 하듯 입맛을 댕기게 한다.

 

오늘 카톡이 도착했다. 무명의 모임 이름을 복덕방으로 하자고 말이다. 작명풀이가 꽤 그럴 듯하다. ‘이 있는 방이라고.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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