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자주 만나야
10여년 이상 써왔던 노트북이 늘 조금씩 말썽을 부려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새 것으로 바꾸기로 작정하고 21년도 형 모델을 구입했다. 예전 것과 달리 손에 익히는데 며칠 간 애를 먹었다. 사진 다운로드도 전혀 방식이 새롭고 아이콘 배치도 전과 많이 달라서 한동안 어리둥절했으나 이젠 별 문제없이 활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안과에 정기점검을 하고 약을 타러 가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번개모임이지만 시간이 어떠냐고? 천호동 돼지갈비집에서 내 친구 정성수와 두 달 만에 만났다. 늘 만나도 반가운 오랜 친구다. 이번에는 주로 다음에 출간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월 2개 내지 3개 정도 테마를 정해 에세이를 쓰기로 작정했는데 그의 조언을 듣는 것이 중요했다. 내게 에세이라고 해봐야 울릉도에 관한 것이 전부다. 전체적인 테마는 ‘울릉도의 대 변신’이다.
나의 계획에 대 찬성이었다. 그는 항상 나의 주장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어서 용기를 주고 있다. 때로는 과장되게 용기를 주어 민망할 때도 있지만 우린 오랜 친구다. 며칠 전에 써두었던 첫 번째 에세이를 보낼 터이니 읽어보고 방향에 대한 피드백을 달라고 했다.
스타벅스 천호점에서 아이스크림이 든 커피를 마시면서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광역버스에 몸을 싣고 안전벨트를 매려는데 도무지 구멍을 찾을 수 없다. 옆 자리의 노인이 구멍을 일러준다. 그리고 이런저런 많은 말을 한다. 우리들 노인은 앞자리에 주로 타는데 반드시 안전벨트를 매야지 그렇지 않으면 큰 일 난다고 말이다. 버스에서 하차 후 동네로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83살이라는 노인이 내게 퇴촌 가는 버스가 몇 시에 오느냐고 묻는다. 엄청 더운 날이다. 그냥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다. 살 집을 알아보려고 가는 중이라고 했다. 이 더위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노인이 집을 보러간다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즘은 인터넷에 들어가면 모든 부동산 정보를 알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 시킬 일이지 이 더위에 이러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서 복덕방이 몰려있는 퇴촌 삼거리에 같이 하차를 하고 안내를 했다.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분명히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다. 관음리 쪽에 빌라가 엄청 많이 있으니 부동산에 가서 알아보면 그들의 차로 안내를 해줄 것이니 이 더위에 혼자 다니지 말라고 일러주고 헤어졌다.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노인, 3-4년 후의 나의 모습이다.
@2023년7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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