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한잔 마시며

아흔셋의 노익장을 보며

by 빠피홍 2023. 10. 31.

▲아흔셋의 노 화가가 색칠을 하고있다

 

 

아흔셋의 노익장을 보며

 

 

이젠 따가운 햇살이 더 좋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올해의 정원에는 유난히도 사마귀가 눈에 많이 띄었는데 며칠 전부터 기력이 다한 한 마리가 옴짝달싹하지 않은 채 햇볕을 쬐고 있다. 이제 곧 자연으로 돌아갈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왠지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은 곤충들을 사정없이 낚아채던 포식성이 강한 놈이었는데.

 

물안개 공원으로 산책을 가는데 이젤을 세워놓고 많은 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동양화풍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고 유화와 수채화로 원경을 그리는 사람들도 있다. 옛날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은 터라 한 노인이 그리고 있는 걸 곁눈질하며 보고있으려니 자기소개를 한다. 아흔셋으로 동호인들과 자주 야외로 나오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멋진 그림이다. 나보고 관심 있으면 인사동으로 오라고 한다. 아흔셋이라는데 무척 건강해 보인다. 참 대단한 분이다. 그림을 잘 그려 선생님으로부터 칭찬받던 학창시절이 갑자기 떠오른다.

 

집으로 돌아와서 응달과 잡초에 가려 황금색을 잃어버린 ‘황금주목’을 양지바른 곳에 옮겨심었다. 이놈은 햇볕을 받아야만 잎이 황금색으로 변한다. 백합을 캐낸 곳에 두 그루를 심었다. 내년에는 초록색 주목이 황금색 주목으로 바뀔 것이다.

 

 

@2023년10월25일

 

 

'차한잔 마시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릉문학 제16권이 도착한 사연은  (1) 2023.11.16
물안개 공원의 만추(晩秋)  (0) 2023.11.02
민병호의 고국 나들이  (0) 2023.10.22
나이 들수록 자주 만나야  (0) 2023.07.24
지금 늙어가는 중  (0) 2023.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