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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일상

농산물 직매장 대청소

by 빠피홍 2023. 3. 3.

 

 

농산물 직매장 대청소

 

 

동네를 깨끗하게 하는 데는 큰어르신이 늘 중심에 있다. 수년 전 마을회관 청소만 해도 그랬다. 회관 앞 구석진 곳에 수 년 간 쌓여있던 고장 난 안마기, 찜질기 등을 과감하게 버려야한다는 큰어르신과 정부 돈으로 구입한 것이어서 허락을 받은 후에 처리하겠다는 이장과의 의견차이가 있었지만 모두 들어내어 폐기한 적이 있었다. 또한 회관 2층에 있던 오래된 가구와 전기제품들도 큰어르신의 지휘 아래 몽땅 정리된 바 있었다.

 

오전에 큰어르신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2시경 마을 입구 버스정유소에 있는 농산물직매장을 대청소한다는 것이었다. 이 어른이 또 나선 것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곳에서 토마토와 농산물을 판매하던 곳이다. 그러나 전 이장이 세상을 떠난 이후 수 년 째 비어있어 관리가 안 되어 미관상 좋지 않았었다. 지난 해 강풍에 쇠막대는 녹이 쓸어 구부러져있고  햇볕 가리개 천막이 찢겨져나가 너들너들거리는 것을 내가 가위로 잘라낸 적도 있었다.

 

몇 년 전 광주시청 담당과에 전화를 하여 관리문제를 문의한 적이 있었는데 관리는 마을에서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이곳에 오래 사는 주민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마을 입구에 놓인 직매장이 지저분해보여도 누구하나 나서는 법이 없는 것이다. 직매장 밖은 썩어가는 목제 판매대가 부러진채 지저분하게 놓여있고 훤히 들여다보이는 안쪽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하다. 결국 이장이 나서는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보니 큰어르신이 직접 나선 것이었다.

큰어르신이 나서면 모두 꼼짝을 못한다. 바로 즉시 실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어 시간 만에 몽땅 정리를 했다. 두 명은 지붕위에 올라가서 천막을 잘라내고 다른 이들은 안에 있는 물건들을 죄다 바깥으로 내놓고 재활용과 폐기물로 구분하여 작업을 했다. 노인회장은 자기 운반차로 몇 차례에 걸쳐 집기와 쓰레기들을 날랐다. 너무나 깨끗해졌다.

 

역시 큰어르신이 진두지휘하지 않으면 도무지 해결이 되지 않는다. 부러진 쇠막대기두개를 고쳐야 함으로 자기 돈을 내어 사오라고 시킨다. 늘 이렇게 돈을 낸다. 열성이 보통이 아니다. 결국 이렇게 서둘러서야 직매장은 물론이고 바깥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2023년2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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