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2009년11월24일 울사모에 게재한 것으로 현재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해초 오징어 비빔밥
한식의 국제화가 최근에 와서 부쩍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미국 워싱턴에서 ‘우리가 즐기는 음식예술’이라는 긴 이름의 식당 안정현 사장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 행사를 열고, 한식 알리기에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을 비롯한 각종 한식의 국제화 관련 기사들이 연일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그녀는 ‘스시’가 일본을 대표하는 요리가 된 것처럼 한식을 대표할 수 있는 단품 요리가 개발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전후하여 ‘스시’를 일본의 대표 음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단지 ‘스시’ 하나만으로 전 세계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본’을 패키지로 묶어서 진출 한 것이다. 일본 술(사케), 도자기, 실내장식, 정원, 꽃꽂이, 다다미 방, 기모노, 종업원의 친절, 청결 제일주의 등 일본문화를 몽땅 일본식당에 집약한 것이다.(“日 스시는 왜 강한가?”에서 광주요 조태권 회장)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식으로는 ‘비빔밥’을 추천하는데 모두들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예닐곱 종류의 야채에 볶음 쇠고기를 약간 걸치고 고추장에 비벼먹는 맛이 서양에 없는 것이기에 강한 인상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비빔밥의 국제화 원조 이야기를 하자면 대한항공이 가장 앞선 선구자였을 것이다. 20년 전부터 대한항공은 비빔밥을 기내식으로 개발하여 오늘까지도 많은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의 CJ푸드 시스템이 운영하는 ‘웰리& 돌솥비빔밥’ 식당이 공항의 푸드 코트에서 매출 2위를 차지했다는 소식과 중국 베이징의 비빔밥 전문식당 ‘대장금’이 한식은 건강식이라는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했다는 소식 또한 전해온다.
이제 비빔밥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에 당당히 오르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울릉도에는 ‘산채 비빔밥’이 어느 음식보다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물론 오징어 내장탕 같은 울릉도 특유의 음식도 울릉도를 대표하는 음식이 될 수 있겠지만 이에 비하면 그래도 산채비빔밥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원래 울릉도에는 영양이 많고 향과 맛이 좋은 각종 산나물이 많이 나는 섬이어서 산나물 비빔밥이 다른 지역의 그것보다 더 짙은맛을 내는 것 같다.
그러나 울릉도는 바다가 있는 섬이 아닌가? 바다에서 나는 해초를 이용한 비빔밥으로 관광객들에게 선을 보일 수는 없을까?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울릉도를 다니면서도 아직 ‘해초 비빕밥’을 손님에게 내 놓고 있다는 식당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며칠 전 친구들과 들른 경기도 어느 식당에서 ‘해초 멍게 비빔밥’이라는 걸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다. 바다냄새가 물씬 나고 혀끝을 감도는 멍게와 콤비를 이룬 색다른 별미여서 사진을 찍고, 해초가 많은 울릉도에서는 왜 산채 비빔밥만 있고 해초 비빔밥은 없을까 하고 의아스러웠다.
‘해초멍게 비빔밥’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릇 바닥에 밥과 약간의 양상추를 깔고 옆으로는 한천, 진두발, 녹색 갈래곰보, 적색 갈래곰보로 세팅되어 가운데는 싱싱한 멍게 약간으로 모양새를 내었다. 멍게의 독특한 향과 해초의 향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해초에 대한 상식이 별로 없어 울릉도의 여러 해초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없으나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울릉도의 해초’ 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식용 파래, 대황, 모자반, 톳, 한천, 진두발, 꼬시레기, 돌가사리 등이 아닌가? 갈래곰보가 꼭 있어야만 되는 것이라면 들여오면 될 것이고, 멍게도 꼭 필요하다면 들여오면 될 것이다.
오히려 오징어나 한치를 얇게 썰어서 멍게를 대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소라와 홍합을 잘게 칼질하여 멍게 대신에 포인트를 둔다면 더욱 훌륭한 메뉴가 될 것이다.
‘해초 오징어 비빔밥’ ‘해초 한치 비빔밥’ ‘해초 소라 비빔밥’으로 품목을 다양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주시에서는 전주비빔밥을 전주의 명물로 만드는 노력이 지금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작년 우연히 전주에 들러 맛본 ‘전주 한국관’의 ‘놋그릇 비빔밥’이 깔끔한 인상으로 아직도 내게 남아 있다.
일본이 ‘스시’단품 하나로 전 세계에 일본의 대표 요리로 각인되었듯이 우리 울릉도도 ‘산채 비빔밥’과 ‘해초 비빔밥’을 울릉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체계화하여 최고의 명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울릉도 요리사들의 도전 정신이 기대된다.
“우리가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데 남들이 우리를 존중할까”
" 코스 요리에서는 '메인 접시'가 어떤 것인지 얼른 구별이 되지 않아요. 갈비찜, 잡채, 비빔밥 중 어느 것이 메인일까요? 일본을 대표하는 스시처럼 한식을 대표하는 단품(單品)요리를 부각시키는 게 필요합니다. 프랑스와 일본 요리는 또 얼마나 아름답게 나옵니까. 이런 디자인 개념을 보완하면 가치가 더욱 높아지겠지요.” (조선일보 2009년4월13일, ‘우리가 즐기는 음식예술’의 안정현 사장의 대화중에서)
2009년11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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