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2009년11월11일 울사모에 게재한 것으로 현재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맛 본 생선요리
지난 6월25일 실로 오랜만에 업무 차 일본 오사까(大阪)에 다녀왔다.
일본도 불경기가 계속되어 모두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청년실업자들이 늘어나고 일가족이 생활고를 비관하여 자살을 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인 현상이 그 곳에서도 계속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업무관계를 대충 마감하고 거래처 손님과 함께 이바라끼 역을 나오자 풍환(豊丸)이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큰 간판 밑에 차양을 내고 비닐시트로 가리개를 한 낯익은 식당이었다. 낯이 익다는 것은 서울에서 늘 보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간혹 이바라끼를 찾아오지만 이 식당은 최근에 만들어 진 듯했다. 동행자의 이야기로는 일 년 정도된 것 같다고 한다. 체인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모든 생선은 산지에서 직접 식당까지 배송되어 옴으로 부담 없는 가격에 품질이 좋은 생선을 먹을 수 있어서 요즘처럼 불경기에는 무척 인기가 좋다고 한다.
오늘은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체험하기로 하고 십 여분 정도 밖에서 대기했다. 시간이 조금 이른 여섯시 반 정도인데도 테이블에는 이미 사람들이 그득했다.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시끄러운 소리, 점원들이 동시에 내 지르는 큰 소리(물론 “어서 오세요” 도 있지만 종업원 스스로 사기 진작차원에서 주문을 확인하는 소리를 우정 크게 내는 것도 있다), 담배연기, 철판을 덧붙인 실용 테이블, 꽁초가 가득한 찌그러진 알루미늄 재떨이, 튀김용 소스를 담는 멜라민 볼, 어지럽게 벽에 나붙은 ‘오늘의 특선 주문표’, 곧 떨어질 것만 같은 덜렁거리는 등, 조그만 세면기와 엄청 큼지막한 소변용 변기 하나만 달랑 있는 남자 화장실.
도무지 일본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듯 했다. 40여 평 정도의 서울에서 늘 대하는 조금도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 그런 식당 분위기였다. 마치 활기가 넘치는 한국의 어느 식당을 수입해 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주문표를 보면 참 재미있다. 매일매일 당일에 준비가 가능한 주방장 추천 요리를 메뉴판에 기재하여 손님에게 내놓는 것이다. 맨 위쪽에는 “平成 21年6月25日 木曜日”이라고 적혀있다. 내가 찾아 간 날이 6월25일이었다. 또한 오른쪽에는 “튀김요리 주문은 별도의 용지에 기입하여주세요”라고 적혀있다.
대충 70여 개의 요리가 준비되어있으며 오늘의 특선요리가 빨간 펜으로 밑줄이 쳐 있다. 고객을 위한 최대의 배려로 보였다.
물론 튀김요리 몇 개를 용지에 기입하여 종업원에게 건넸다. 무척 어지러운 식당 분위기였음에도 매끄럽게 진행되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듯이 보였다.
울릉도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섬’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짠 바다냄새가 베인 해산물이다. 여기에 시골 인심을 곁들여 내놓는 각종 해산물 요리는 여행을 한결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울릉도에는 먹을 것이 없다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토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쉬 바뀔 조짐이 보이지 않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결국 먹거리에 대한 관광객들의 요구는 한층 높아지고 있음에 반하여 울릉도 현장에서 종사하는 요식업자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짧은 소견이지만 울릉도에는 차별화된 요리가 많지 않다는 것과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는 오징어 내장탕, 홍합밥, 따개비 밥, 또는 따개비 국수, 오징어 불고기 등으로만 손님을 맞을 것이 아니라 도회인들의 기호에 맞게 과감하게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가족과 커플을 위한 고급식당의 필요성은 새삼 부언할 필요 없이 꼭 있어야 되는 것이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이런 식당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징어나 홍합, 소라를 날 것으로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찌고, 볶고, 굽고, 삶는 형태의 요리방법으로 바꿔 볼 수는 없는 것일까?
풍환(豊丸)에서 맛 본 다양한 생선요리와 손님에게 서비스하는 시스템, 양질의 재료 등을 보면서 시설도 좋지 않고, 멜라민이나 플라스틱 그릇을 사용하면서도 고객들에게 기쁨을 주는 이런 식당이 울릉도에도 어서 빨리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귀국길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2009년11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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