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2009년8월19일 울사모에 게재한 것으로 현재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울릉도의 물개
‘아시아의 물개’라는 칭호가 더 친근했던 한국 수영계의 큰 인물이 지난 8월4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1952년생이니 채 이순도 아니 된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요즘의 60 나이면 청춘이라고 들 하지 않는가? 한창 나이에 더군다나 내년에 다시 대한해협에 도전하겠다고 해놓고서는 이렇게 훌쩍 떠나고 말았으니 말이다.
나와 조오련은 학교가 같은 것 이외에는 달리 연관이 없다. 그가 나보다 6, 7년 후배일 뿐이며 수영 동호회의 회원도 아니다.
그가 1980년에 대한해협을 13시간 16분에 건넜고, 2년 후인 1982년에는 도버해협을 9시간 35분에 횡단한 것 이외에도 2005년에는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몇 차례의 순연 끝에 장남 성웅군과 차남 성모군과 함께 가족 릴레이로 18시간 만에 횡단에 성공한 바 있었다,
그 당시 MBC가 며칠간에 걸쳐서 중계방송을 했던 것 같다. 철제로 만들어 진 안전망 속에서 열심히 헤엄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아버지가 쉬겠다는 신호를 보내면 큰아들이 얼른 물에 뛰어들고, 또 둘째 아들이 다시 이어받고 이렇게 대장정을 끝내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연은 이를 받아준다는 것을 알았다” 고 말이다.
당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을까 전 매스컴들이 꽤 관심이 많았던 같았다.
울릉도와 질긴 인연 때문이었을까 그는 또 하나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건국 60주년 기념일을 맞이하여 작년 7월 한 달 내내 울릉도에 머물면서 뜻깊은 도전을 준비했던 것이다. 마침 도동 한청 위쪽의 삼거리에 있었던 나는 조오련과 그의 일행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후배로서 학교 이야기도 나누고 독도 선회수영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민족대표 33인을 상징하는 의미로 33바퀴를 돌 계획이라고 했다. 너울파도 때문에 무척 힘이 든다는 그는 결국 독도지킴이의 과업을 이뤄내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도동항 바다에서 수영대회가 있었다.
도동항의 오른 쪽 해안도로로 쭉 따라가면 꽤 넓은 바위 터가 나온다. 지금은 파라솔과 전깃줄이 주렁주렁 달린 도무지 울릉도의 멋진 해안 길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꼴불견 해산물 판매 장소이지만 이곳에서 많은 군민들이 모인 가운데 수영대회가 열렸었다. 그 곳에서 너 댓 명의 선수들이 건너편 쪽으로 헤엄을 치는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우리들의 다이빙 터도 있었다,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확실치는 않으나 약 10여 미터는 되지 않았을까? 여름이면 팬티도 입지 않은 나를 포함한 많은 개구쟁이 꼬마들이 왼손으로 코를 쥐고선 무조건 뛰어내리던 멋진 다이빙도 있었다.
방학이 되어 고향에 돌아온 여름날이면 내수전의 친구 전태봉이가 살던 집 아래에서300여 미터는 족히 될 ‘작은 북저바위’ 쪽으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왕복 횡단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온 몸이 오싹하다, 작은 북저바위 쪽으로 헤엄쳐 나갈 때마다 바닷물의 온도가 갑자기 차가워지는 통에 소스라쳐 놀란 기억이 난다.
울릉도가 전국에서 눈이 제일 많이 온다는 곳임에도 유명한 스키 선수가 없고, 사방이 바닷물인 울릉도에서 박태환이나 조오련 같은 훌륭한 수영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 괜히 억울한 느낌마저 든다. 허기야 자연이 만들어 준 혜택만으로 어찌 훌륭한 선수가 나오겠느냐 만은 질투심에서 공연히 투정 부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다. 최근 저동에 만들어 놓은 헬스클럽이 무척 반응이 좋다는데 수영장 하나쯤 더 만들어서 전국 수영대회라도 개최한다면 이 얼마나 울릉도와 딱 어울릴 것인가?
울릉도에 수영장이 생기는 날, 난 옛 친구들과 함께 ‘작은 북저바위’까지 헤엄치던 그 기백으로 힘껏 양팔을 저어보리라. 저 끝이 댓섬이고 독도라고 말이다.
@2009-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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