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내 고장 울릉도’를 정규 교과목으로

by 빠피홍 2023. 1. 20.

*본 칼럼은 2009620일 울사모에 게재한 것으로 현재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내 고장 울릉도’를 정규 교과목으로

 

 

“우리 동네 환경보호 우리가 체험하며 배우는 일본인들” 이라는 기사가 났다(중앙일보, 2009-2-6). 일본 교토 동쪽 시가현의 비와호(琵琶湖)에 있는 박물관에서는 동식물이나 호수를 오염시켰던 쓰레기들을 단순히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보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시가케 프로그램’을 만들어 체험을 위주로 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을 소개한 것이었다.

2일 일본 교토의 신재생에너지 교육관인 에코롤로지센터를 찾은 한국 초등학생들이 소형 풍력발전기에 부채질을 하며 풍력발전의 원리를 배우고 있다. 이들은 롯데백화점과 환경재단이 주관한 제7기 롯데 어린이 환경학교에 참여한 어린이다.[강기헌 기자]


1990년 초반으로 기억된다. 나 자신이 일본출장이 꽤나 잦을 때였는데 어느 날 우연히 일본의 텔레비전에서 어느 지방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동네의 우체국과 은행에 가서 현장 체험교육을 받는 것을 보고, 난 문득 울릉도의 청소년들도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울릉도에 깊은 애정을 가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왜냐 하면 나부터 일찍 울릉도를 떠나왔고(물론 부모님의 의지를 따른 것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많은 청소년들이 새가 둥지를 훌훌 떠나듯이 미련 없이 울릉도를 떠날 것이라는데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귀국하고 바로 일본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을 하였더니 초등학교의 각종 교과서를 보내왔다. 그 중에는 내가 관심을 가졌던 교과서가 십여 권이나 있었다. 은행과 경찰서 등이 있는 동네의 그림지도를 포함하여 해당 지역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여러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은 지방자치제가 해방 전부터 시행되고 있어서 이런 교과서가 나온 것으로 나름대로 생각을 했다.

 

당시 이종열 선생이 울릉군 교육장이었던 때로 기억이 난다. 일본에서 내게 보내온 모든 자료를 이 교육장에게 우송하면서 내가 평소 생각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제안서도 잊지 않고 함께 보내었다. 울릉도만의 독창적인 교과서를 만들어 이를 정규 커리큘럼으로 정하고 초등학교 4학년이나 5학년에게 한하여 주 한 시간씩 정기 교육 시간을 갖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물론 교과서 제작 목적과 세부적인 교과 내용도 함께 보내면서 필요하다면 출판비용의 일부를 내가 부담하겠다고 했다.

 

주요 내용은, 독도와 울릉도의 그림 지도(주요 공공기관 및 명소, 유적지, 기타 주요 동식물 서식지 등)를 만들고,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와 문화, 경제활동, 환경, 어류, 동식물, 주요 관광 명소, 유적지, 기업 등을 컬러 사진과 함께 싣고 반드시 현장체험 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 후 이종열 교육장으로부터 울릉도에 관해 발표한 당신의 글과 함께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어도 앞으로 잘 될 거라는 회신과 함께 구체적인 어떤 계획이나 언질도 없어서 그냥 넘어간 일이 있었다.

 

요즘이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데 굳이 돈을 들여서 내 고장을 소개하는 교재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꼭 그렇지 많은 아닌 것 같다. ‘내 고장’이라는 교재를 만들고 교과과정을 1년으로 하여 교재에 나와 있는 곳곳을 찾아가서 내 고장에는 어떤 곳이 있으며 무엇을 하는 곳이며 이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현장 체험교육을 통하여 알 수 있게 된다면 학생들 모두가 내 고장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자긍심이 생겨날 것이 기 때문이다. 물론 캠핑과 같은 모험이 깃든 단체 활동을 병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에는 어디를 불문하고 지역개발과 환경보호라는 대립 각으로 시끄럽다.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인천 서해대교 옆의 저어새 집단 서식지, 제주의 군사기지 등의 예에서 보듯이 이해 당사자 간의 찬반 갈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죽기 살기 식의 전쟁이다. 내 고장의 미래에 대한 진정한 고민은 애초부터 없는 것 같다. 오로지 상반된 이해 당사자의 득실만 중요한 요소일 뿐이다.

어려서부터 내 고장의 소중함을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이런 갈등은 애초부터 없었지 않았을까?

 

울릉도도 이런 갈등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개발할 수 있는 땅은 제한되어 있고 주민들의 개발욕구는 더욱 강력해 질 것이 자명한데 개발이 곧 환경파괴라는 등식으로 귀착되어 타 지역과 같은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 합의체를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어렸을 적부터 고향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과서가 있어 울릉도의 실체를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또한 ‘국제 관광섬 울릉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울릉군민 모두가 관광 가이드로 나서야 할 것이며 이는 어렸을 적부터 ‘울릉도’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고뇌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어서‘내 고장 울릉도’라는 교재를 보고 싶다.

** 중앙일보 2009-2-6 "시가현 비와호 박물관, 오사카 지구관 가보" 기사 원문**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483181
 

**우연히 서류를 정리하던 중 1990년 즈음, 교재에 들어 갈 내용의 골격을   메모해 놓았던 빛바랜 옛날자료가 있었다.

 

     @2009-6-20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릉도의 옥외간판  (0) 2023.01.28
울릉도에도 고급 식당 1호점을  (1) 2023.01.24
‘예림원’에 참나리 꽃 밭을  (0) 2023.01.16
독도의용수비대 기념사업회  (1) 2023.01.14
‘여의나루 역’ 화장실  (1) 202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