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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림원’에 참나리 꽃 밭을

by 빠피홍 2023. 1. 16.

해바라기 꽃으로 가득한 태백시의 산소길

 

 

*본 칼럼은 2009610일 울사모에 게재한 것으로 현재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림원’에 참나리 꽃 밭을

 

조간신문을 펼치는 순간 해바라기 꽃으로 가득한 태백시의 ‘산소(酸素)길’이 시원스레 눈앞에 다가온다. 2009년6월9일자 조선일보에 소개된 태백시 어느 언덕 위 해바라기 밭의 이미지다.

푸른 하늘과 키 큰 수목들을 양 팔로 안은 채 넓게 펼쳐져 있는 해바라기 꽃밭을 보는 순간 소피아로렌이 주연했던 영화 ‘해바라기 꽃’이 짠하고 가슴에 와 닿는다.

 

지오반나로 분한 이탈리아 여배우 소피아로렌이 전쟁터에서 행방불명이 된 남편 안토니오를 찾아서 우크라이나 들판을 지나고 있을 때, 바람에 흔들리며 벌판 끝없이 펼쳐지는 해바라기 꽃들이 지오반나의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진한 감동을 주지 않았던가? 어쩜 영원히 상봉 못할 것만 같은 예감의 애잔스런 멜로디의 그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몇 번이나 보고 또 보았던 1970년대의 영화 ‘The Sunflower’ 는 내게는 좀처럼 잊히지 않는 소중한 추억이다.

 

강원도가 2013년까지 ‘산소길. 자전거길’을 1700km나 조성한다고 한다. 강원도가 자랑하는 ‘맑은 공기. 울창한 산림’에 새로운 길을 내고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기존의 생태관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이다. 물론 그 길은 아름다운 꽃으로 꾸며진 데이트 코스일 것이고, 가족이 함께하는 산책길이며, 자전거 동호인의 길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꽃을 테마로 한 꽃 잔치가 축제라는 명목으로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진달래꽃을 테마로 한 거제의 ‘대금산 진달래 축제’,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 군항제’, 초봄이 되면 온 마을이 노랗게 물드는 경기도 이천시의 ‘산수유 꽃 축제’, 전북 남원시의 ‘지리산 바래봉 철쭉축제’ 등등.

이뿐만이 아니다. 고창의 ‘국화 꽃 축제’도 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로 시작되는 ‘국화 옆에서’ 의 시(詩) 한편 만으로도 우리네 가슴을 뭉클하게 하며, 수십만 송이의 국화꽃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에 충분할 것 같다.

굳이 축제가 아니면 어떤가? 봄이 오건, 가을이 오건 온 산천에 가득한 꽃만으로도 일상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것이고 시를 읊조리면서 이야기 거리를 만들면 멋진 스토리텔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꽃밭만으로도 연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최근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포항과 동해시에 이어 강릉에서도 터미널을 만들고 선박도 서너 척 증편하는 등 가까운 시일에 울릉도의 교통편이 한결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이 늘어나면 볼거리도 그만큼 더 늘어나야 할 것이다. 오징어 회에 소주한잔 마시고 섬 한 바퀴 도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이겠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감동의 코스도 만들어야 한다.

참나리가 가득한 울릉도 어느 언덕


울릉도야 말로 맑은 공기와 울창한 숲이 있다. 강원도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멋진 산소길도 있으며 국내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울릉도만의 꽃들도 즐비하다.

가을이 되면 울릉도 해안으로 쭉 뻗어있는 화강암 절벽에 온통 보라 빛으로 물들어있는 ‘왕해국’꽃과 짙은 노란색의 ‘털머위’꽃, 그리고 해안가나 가까운 산천에 피어나는 ‘참나리’꽃만 해도 다른 지역의 벚꽃과 철쭉, 진달래, 산수유의 꽃 단지와 비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사동 어느 곳에는 ‘왕해국’ 꽃 단지로 자전거길과 산소길을 만들고, 현포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길가 어딘가에는 노란 ‘털머위’ 꽃으로 수 천평의 언덕을 만들고, 저동의 동래폭포 해오름 길에는 ‘참나리’꽃 밭을 만들면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국적인 꽃밭이 될 것 같다.상상의 나래일지도 모르겠다.

 

평리에 있는 ‘예림원’에 인공폭포가 곧 만들어 진다고 한다.

오솔길을 따라 폭포주변의 전망대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예림원을 둘러싸고 있는 바로 뒤쪽의 넓은 땅을 참나리 꽃 밭으로 만들면 또 하나의 명소가 될 것 같다. 각종 목조각, 희귀식물, 분재, 몽돌 해변이 보이는 전망대와 함께 웅장한 폭포가 하모니를 이루고 온 산이 오렌지 빛으로 물든 참나리 꽃 밭이 만들어 지는 날 예림원은 울릉도의 명소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 곳에서 아내와 함께 산소길을 거닐며 시를 읽고 참나리 꽃밭에서 사진도 찍으리라.

 

내가‘해바라기 꽃’ 영화에 감동적인 추억을 간직하듯이 관광객들은 ‘참나리꽃’의 추억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겠다.

 

 

@2009-6-10

'왕해국' 울릉도 특산의 다년생이며 보라색으로 섬 전체에 가득함

 

노란 '털머위'

 

울릉국화




노고단 아래마을의 원추리 500만송이 향연 동영상보기(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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