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사모(思慕)
조금 늦었지만 오늘도 산으로 올랐다.
서울에 다녀온 뒤라 그만둘까도 했으나 날 기다릴 백구 두 놈도 생각이 나서 간단히 채비를 챙겼다. 물론 백구에게 줄 비스킷 몇 조각도 넣고서.
양봉집 백구는 비스킷 유인작전 사흘 만에 이미 꼬리를 내렸고 이제 내가 다가서면 꼬리를 흔들면서 난리를 핀지도 며칠이 지났다. 맨 꼭대기 윤씨네 백구 물통에 물이 한 방울도 없어 우물에서 한 병 받아 부어주고는 산으로 올랐다.
산으로 오를 때나 내려올 때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어머님 생각이 났다.
계은숙의 일본노래를 들으면서 걷고 있는데 노랫말 중에 ’오까상’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온 게 이유인 것 같았다. 평소 어머님에게 잘 해드리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곤 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머님만 생각하면 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산 속 나 혼자 있는 터라 찔끔 나오는 눈물도 닦지도 않고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있을 것만 같은 어머님을 그려본다.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드릴걸, 출장으로 외국에 갔다 올 때마다 크고 작은 선물을 많이 갖다드릴걸,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해외여행을 가까운 일본이라도 딱 한번 모시고 다녀올걸....
왜 그때는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정말 무심한 자식이었음에 틀림없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뿐이다.
면사무소를 다녀오면서 팔당호를 무심코 바라본다.
바위를 둘러싸고 붙어있던 얼음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봄 바람이 강물을 격자무늬로 만들어 내면서 봄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16년2월24일(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