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 같은 친구
내겐, 울릉도의 초등학교 친구들을 제외하고 서울에서 알게 된 오래된 친구들은 그리 많지 않다. 중학교 친구 딱 한 명, 고등학교 친구 두 명, 대학친구 약간 명 정도다.
오늘은 중학교 친구가 포함된 사회의 친구들과 만나서 막걸리 마시는 날이다.
꽤 오래 된 모임으로 ‘두금회’라고 부르게 되었다. 같은 직장에서 또 골프 모임으로 알게 된 친구들로서 다섯 명이다.
가끔 어울리곤 하는 강남의 ‘고향마을’에서 1시에 만나기로 했으나 시골에 살다보니 시간 맞추기가 여의치 않아 30분 일찍 도착했는데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왜 약속시간을 1시로 잡았는지 이내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날씨도 쌀쌀하여 딱히 밖에서 대기할 처지도 아니고 하여 입구 쪽에 자리가 하나 있어 예약인임을 말하고 걸터앉았다.
30분을 기다려야 할 판이어서 입가심거리를 주문했다.
“막걸리 한 병 주시요!”
얇은 묵 세 토막과 막걸리를 무엇에 쫒기 듯(아마도 시끌시끌한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서둘러 마시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왁자지껄하다. 나가는 손님과 종업원들이 부딪힐 듯 스쳐 지나가고 곧이어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노신사들이 그룹을 지어 들어온다. 단골들의 모임이 있는가 보다.
막걸리 한 병을 후딱 비우고 나자 중학교 친구인 박해민사장이 예의 그 멋쟁이답게 중절모자를 쓰고 패션 감각이 뛰어난 옷을 걸치고 들어온다. 난 해민이를 TV를 통해 수시로 화면에서 보게 된다. 미국 영화배우 클린턴 이스트우드를 보면 늘 그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유명한 패션잡지의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던 친구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내 단짝이었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 이후에 내가 다나무역의 무역부 네고담당으로, 그가 한성실업의 네고 담당직원으로 조흥은행 본점 외국영업부에서 만나게 되었고, 연락이 끊긴 후 명동 외환은행 본점 입구에서 또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이후 헤어지기만 하면 또 우연한 기회에 만나곤 했던 뿌리 깊은 인연이 있는 친구다.
건강하여 오래오래 만나길 바래본다.
2016년1월8일(금요일)
* 손님들이 자리를 비우자 내 막걸리도 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