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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로기마치(黑木町)가 셀프 여행족을 선호하는 이유는…

by 빠피홍 2022. 12. 26.

 

단체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도동항

 

 

 

* 본 칼럼은 14년 전인 2008년11월27일자 ‘울사모’ 칼럼난에 게재한 것으로 현재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구로기마치(黑木町)가 셀프 여행족을 선호하는 이유는…

 

얼마 전 일본 NHK TV에서 규슈(九州)온천지를 소개하는 특집방송을 본적이 있었다.

후쿠오까(福岡)에서 구마모토(熊本)로 내려가는 길 오른쪽 내륙지방에 위치한 곳이 구로기마치(黑木町)였다. 이 곳은 온천 이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는 촌락이라고 했다. 가로등 색깔도, 쓰레기통도, 온천 여관도 온통 검정색 일색이다. 그야말로 검정나무로 만든 동네만 같았다.

 

TV에서 인터뷰하는 촌장의 말로는 예전에는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온천을 찾아오는 것이 당연시되었으나 지금은 단체 손님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잘 받지도 않으며 개별 손님을 더 환영하고 있다고 했다.

 

어느 온천은 수 십 년간 미로 같은 굴을 파서 이제는 구로기마치(黑木町)에서 유명한 동굴온천이 되었으며, 이 곳에 오는 손님은 호텔숙박을 의미하는 증표(목줄이 있는 나무 팻말)하나 만으로도 동네에 있는 다른 온천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등을 1시간이나 방영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을 불문하고 이제 여행의 패턴이 셀프여행(개별여행)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을 하고 있지만 1세대 패키지여행에서  2세대 배낭여행으로, 그리고 3세대는 셀프여행으로 바뀌고 있다 한다. 일본은 벌써 셀프족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셀프족이란 스스로(Self)일정을 짜서, 손쉽고(Easy), 화려하게(Luxurious), 수시로(Frequent) 여행 가는 이들을 일컫는다고 한다. 값이 싸고 빨리 다녀올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패키지여행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은 이제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준비해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저만치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 일이다.


여행에 비교적 익숙한 30~40대들이 인터넷 블로그나 동호회를 통해서 여행일정을 스스로 짜고, 관광보다는 먹거리나 쇼핑 등에 더 치중하고,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연중 수시로 떠난다는 것이다. 일본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셀프여행으로 전환되면서 종전의 패키지여행보다 3배의 여행객이 증가했다는 소식도 전한다.

 

한양대 이훈(관광학부) 교수는 "셀프여행은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앞둔 국가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라며 "지금 일본 여행 업계를 주도하는 것도 10년 전에 처음 등장한 셀프족"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어느 동굴온천



여름휴가를 내어 고향에 가고 싶어 해도 선표를 구할 수 없어서 도로 돌아왔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성수기에는 여행사가 대부분 선표를 독점하고 있어서 여행을 떠난 셀프족들이 발걸음을 돌렸다는 이야기도 울릉군 홈페이지에 종종 나오곤 한다.

 

묵호나 포항 터미널 부두에는 언뜻 보아도 단체여행객으로 보이는 많은 승객들이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가슴에는 둥글고 조그만 철제 명찰을 단 채 승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미 일상화 되어있는 일이다.

 

최근에 와서 금강산 관광중단과 환율의 급격한 인상 그리고 독도문제의 영향으로 인해 울릉도로 방향을 돌려 관광객이 다소 늘었다고는 하나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어서 부가가치가 거의 없는 손님맞이 행사에 그칠 우려도 없지 않을 터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울릉도에 오는 관광객은 도동에 돈을 다 뿌리고 서면과 북면에는 똥만 싸고 간다고 말이다.

 

지난 11월3일 현재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이 25만6천 명을 넘기면서 꿈의 숫자로 불리던 입도객 25만 명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났다. 울릉도의 해상교통과 기상 그리고 지역 여건을 보았을 때 거의 불가능한 숫자가 아닌가?


울릉도 여행은 동해상의 기상조건에 따라 좌우되고 오로지 해상에만 의존해야 하는 교통수단을 갖고 있어 관광객 25만 명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한다. 그러함에도 금년에 많은 여행객이 울릉도를 찾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동 터미널이 단체 여행객으로 가득 찰 것인가? 단순히 신비의 섬이라고 해서 해마다 여행객이 늘어갈 것으로 자만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당분간 패키지여행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여행의 흐름이 확연히 바뀌게 될 것임을 예상하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 민관이 함께 대처를 잘 한다면 의외로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각적으로 입맛을 돋우게 하는 일본요리

 

여름 성수기에만 집중되는 관광객을 사계절 내내 분산시킬 수 있는 효과도 있을 것이고 단체로 일시에 들어와서 후다닥 떠나버리는 패키지 관광객과는 다르게 2~3명의 소그룹으로 들어와울릉도 주민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고성인봉에도 다녀오고느긋하게 버스를 타고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여유롭게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즐기다 돌아가는 스로우 투어로의 전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동이나 저동만이 아닌 서북면에도 체류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대아리조트 같은 초대형 호텔은 물론 장급 호텔민박집 등도 골고루 관광객을 수용하게 될 것이며 전혀 새로운 형태의 숙박즉 템플스테이나 안평전이나 주사꼴 같은 곳에 팜스테이 등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울릉인은 지금부터 주저하지 말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관광객 수용을 다양화하고 먹거리를 풍부하게 하는 것만이 다음 세대의 울릉인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유일한 방책이 될지 모르겠다.

 

 

 

@2008년11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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