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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출향인은 울릉도의 자산이자 미래다

by 빠피홍 2022. 12. 20.

울릉초등학교 100주년 기념행사장에 감사패를 수여받고 나란히 앉은 법여울 대표변호사 이철우 향우와 대성금속 대표이사 이재석 향우

 

 

[본 칼럼은 14년 전인 2008년10월18일자 ‘울사모’에 게재한 것으로 현재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으며 제 칼럼 난 한 곳에 모아 정리 한 것입니다]

 

 

출향인은 울릉도의 자산이자 미래다

 

 

 

지난 10월3일 중앙일보에 게재된 재외동포재단 권영건 이사장의 ‘재외동포는 민족 자산이다’ 라는 칼럼을 읽었다. 간략하면서도 아주 설득력 있게 재외동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었다. 재외동포는 ‘민족의 역사’이며 ‘민족의 자산’ 그리고 ‘민족의 미래’ 다 라고 갈파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 가슴 속으로 다가오는 짙은 동감을 느꼈다. ‘재외동포’를 ‘출향인’으로 바꾸어 몇 가지 자귀만 고치면 그대로 울릉도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신기하기도 했다. 출향인은 ‘울릉도의 역사’이며 ‘울릉도의 자산’ 그리고 ‘울릉도의 미래’라고 고쳐 쓰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몇 가지 생각해본다.

 

출향인은 ‘울릉도의 역사’이다.

 

한 달에 겨우 한번 정도 화물선으로 생필품을 싣고 오던 원시시대나 다름없이 모든 것이 단절되었던 그 시대와 화물선인 천양환의 짐짝 속에 스무 시간을 뒹굴며 뱃멀미와 함께 견뎌 내었던 세월이 있었다. 면사무소 바로 뒤쪽의 어느 가정에서는 복어 알을 먹고 일가족이 죽었다는 어렸을 적의 기억도 있다.

 

어려웠던 시절의 빨간 양철지붕이 남아있는 도동 뒷골목의 추억

 


조선일보 강천석(姜天錫) 주필이 8월8일에 쓴 ‘대통령 건국 60주년에 새로 출발하라’ 라는 칼럼에 60년 전의 처참했던 울릉도 이야기가 나온다.

 

“신생 대한민국은 가난과 질병의 나라였다. 1946년 4월 이후 한동안 울릉도 모든 학교에는 한 명의 학생 그림자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쌀이 동나 산나물로 배를 채워 학교까지 걸어갈 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울릉도뿐만 아니었다, 서울 거리에서도 굶어 죽고 얼어 죽은 시체가 흔하게 발에 밟혔고, 콜레라가 1만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굶주림에 쫓겨 일본으로 밀항(密航)한 숫자가 최고조였다고 했다. 모두들 울릉도에는 희망이 없다고 하여 돈 벌이를 위해 육지로 나가고자 했다.

 

출향인은 ‘울릉도의 자산’이다.

 

비록 육지에 나와 살고 있어도 태풍소식만 들리면 혹여 울릉도를 지나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이,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울릉도 소식’이라도 나오면 바짝 다가앉아서 고향 소식에 침을 삼키며 귀를 쫑긋 세운 채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눈을 부릅뜨고 화면을 응시하던 이, 이번 여름이 오면 아이들과 꼭 고향을 찾아 가보리라고 마음 설레며 기다리는 이, 고향이라면 무엇이라도 돕고 싶어 하는 이.

 

태풍 ‘매미’와 ‘나비’ 가 울릉도를 휩쓸고 지나간 이후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우리의 고향을 위해 옷과 구호금을 모아서 보내던 이, 매년 학생 체육복 수백 벌을 제작하여 빠짐없이 보내주는 이. 수년간 매월 1백만원 씩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며 정성을 보내는 이, 그리고 이왕이면 고향 까마귀라고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인. 돈이 없어 육지로 수학여행을 못 가는 학생들을 위해 아낌없이 비용을 보태주는 이. 비록 소액이지만 끊임없이 장학금을 보내주는 이.

 

이뿐만이 아니다. 각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집단이 상당 수 있다. 기업인, 금융인, 교육자, 공무원, 법조인, 자영업자 등 모두 울릉도를 떠나 온 출향인이 아닌가? 어림잡아 6만 명이 됨직 할 향우가 있다. 자산이 있는 것이다.

 

출향인은 ‘울릉도의 미래’다 

 

전국의 특별시, 광역시, 그리고 시. 군에는 우리들 ‘출향 울릉인’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해외의 곳곳에서도 터전을 만들어 가고 있다. 3년 전인가 보다. 울릉군에서 전국 향우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고 자료 수집을 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울릉군 보건의료원에서도 의료인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시도했다. 전국의 울릉인을 네트워크화 하려는 발상과 시도는 좋으나 구체적으로 실현화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것 같다. 당초의 계획대로 전국의 향우를 지역별, 직업별로 세분화하고 이를 네트워크로 묶어서 미래의 울릉도를 위해 활용하려는 계획을 재추진한다면 분명 울릉도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울릉초등 76회 졸업생들의 천연색 꿈이 곧 울릉도의 미래는 아닐는지...

 

이러한 역사와 자산을 가진 울릉인이 태어나고 자란 섬을 떠났다고 더 이상 외면해서도 아니 될 것이고 그들이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여 이상한 눈으로 보아서도 아니 될 것이다. 더욱이나 고향을 지키는 자 만이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고 너무 자만해서도 아니 될 것이다. 울릉도의 미래는 이들 출향인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크게 변모하리라는 느낌이 짙게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2008년10월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