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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주도가 남의 일 같지 아니한 것은…………

by 빠피홍 2022. 4. 7.

                             * 멀리 뒤쪽으로 보이는 도동 터미널에 관광객들이 들여 온 자동차가 가득하다


 

제주도가 남의 일 같지 아니한 것은…………

 

 

7월28일 동아일보 '기자의 눈' 난에 임재영 기자가 쓴 “바가지 요금 못 막을거면 그만둬”라는 기사가 눈에 확 들어온다.

김태환 제주지사가 해수욕장 바가지요금을 사전에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김모 해양수산국장을 전격 직위 해제했다는 내용이다.

 

“제주 관광이 비싸다”는 얘기는 끊임없이 나왔고,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주관광업계가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이미 고조되어있던 터였다. 제주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광호텔, 휴양펜션, 관광지, 박물관, 공연장, 골프장 등에서 줄줄이 가격을 내려 관광객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시기였다. 이 때 다시 바가지요금이 재차 발생하자 책임을 물은 것이다.

 

2006년7월 오랜 진통 끝에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되었고, 많은 제주도민들은 빠른 시일 내에 세계 최고의 휴양지 관광섬으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넘쳐 있었다. 그러나 ‘특별자치도 법률’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벌써 걱정을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용을 보면 울릉도와 유사한 점이 매우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울릉도에는 아직 골프장이 한 곳도 없어서 비교하기가 어려울지 모르겠으나 제주도에는 현재 골프장이 21개에, 공사 중인 것을 포함하면 곧 42개가 된다고 한다. 골프장 건설이야말로 휴양지 관광섬의 첫 발걸음이 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골프관광을 가는 것을 보아도 분명한 일이다. 이 골프장이 최근에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레이크힐스 골프장의 회원권이 5년 전에 2억5천만원에 분양하였으나 최근에 다시 3천만원에 분양을 하게 되었다는 것과 2006년 한해에 54억원의 적자가 났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골프장회원권 시세가 떨어지고, 적자운영이 되었다는 소식을 누가 믿겠는가?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제주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 가치가 떨어지고 적자를 봤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제주항공 등 언제든지 오갈 수 있는 공항이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고, 세계적인 관광섬으로 멋진 작품을 만들고자 정부가 특별자치도까지 만들어 준 섬이 아니던가? 이러한 곳이 찾는 사람이 없어서 골프 회원권의 가치가 무려 8/1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골프장도 많고, 관광코스도 잘 되어있고, 먹거리가 풍부한 제주도가 이러하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그러나 이는 엄연한 현실이며 이유는 ‘비싼 제주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울릉도라고 예외는 없는 것이고 보면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군 당국은 제주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내가 고향에 다니러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묵호까지 3시간, 다시 배로 2시간 반,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이고 홍콩이나 사이판 가는 것보다 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요금은 또 얼마나 비싼가? 몇 년 전에 울릉도에 갔을 때였다. 부두에서 관광객으로 보이는 어느 남자분이 소주가 든 박스를 양손에 들고 배에서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난 의아해 했다. 소주까지 박스 채로 사가지고 오다니 한동안 소주박스를 든 그 관광객이 뇌리를 떠나지 않은 적이 있었다.  

 

금년 초, 오랜만에 고향에 가려고 묵호 터미널까지 갔다가 10시 출항배가 아침 8시50분이 되어서야 파도가 높아서 뜨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야, 포항에서 15일간이나 묶여있던 일도 수차례 있고 하여 꽤나 익숙해 있던 터라 아무런 불만 없이 당일 돌아오고 말았지만 많은 관광객이 풀이 죽은 채 다시 버스에 오르는 것을 보니 한국드림관광의 이정환 회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여 간다는데 이분들을 어찌할 것인가? 묵호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울릉도로 간다면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 공연히 내가 불안했다.

 

울릉도에는 비행기 없이 선박에만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파도가 높아 결항한 회수가 2005년에 86회, 2006년에 74회나 되었으니, 결국, 관광객이 올 수 있는 기간이라고 해야 고작 6~7개월 정도이니 나처럼 터미널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한다면 누가 쉬 울릉도에 갈 수 있겠는가? 짜여 진 스케줄대로 빈틈없이 움직이는 현대인에게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여행이 될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닌가?

 

<"제주의 캐치프레이즈가 '아름다운 제주'가 아니라 '비싼 제주'인 것 같다” 각종 입장료도 비싸고, 특히 음식 값 부담이 크다. 그래서 해외 관광객 유치는커녕 국내 관광객도 해외로 빼앗기고 있는 형편이다>는 어느 관광객의 푸념이 참으로 와 닿는 것은 제주도를 울릉도로 바꾸어 읽어보면 딱 들어맞지나 않는지 모르겠다.


 (2008-7-29)

 

*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에 쓴 글인데 제주도와 울릉도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 같아 새삼스럽다. 그러나 아직도 곳곳에는 관광에 장애요소가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루빨리 선진화된 관광섬이 되어주길 기대하면서 이곳에 옮겨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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