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꿩 샤부샤부

by 빠피홍 2022. 12. 22.

▲ 학포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꿩 새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 아래 글은 14년 전인 2008115일자 울사모칼럼 난 에 게재한 것으로 현재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꿩 샤부샤부

 

명색이 ‘울사모’의 편집장을 자처하는 내가 아직까지 ‘학포’ 마을에 한 번도 다녀 온 바가 없어서 가보기로 했다. 지난 6월의 일이다. 뭐 특별한 이유로 우정 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위치도 잘 몰랐거니와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학포’ 해안의 절경만으로 만족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동차로 심한 경사를 조심스럽게 내려가는데 새끼 꿩들이 까투리 뒤를 줄줄이 따라가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자동차가 내려가고 있는데도 별 두려움이 없는지 힐끗힐끗 뒤를 보면서도 별로 피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

나와 함께 했던 친구의 이야기로는 꿩 때문에 울릉도 농민의 농사가 엉망진창이라고 했다. 꿩들이 옥수수와 감자는 물론 더덕, 배추 등 밭작물을 모두 파헤치기 때문에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할 정도라고 했다.

 

울릉도에 꿩이 나타난 것이 공식적으로는 1981년 초에 저동에 거주하고 있던 울릉도주민이 꿩 40여 마리를 들여온 것이 시초라고 한다. 관상용과 고기를 취하려는 목적으로 양계(養鷄)를 하고 있던 중 태풍이 불어 닥쳐 사육장이 날아가는 통에 이놈들이 산으로 도망갔고 결국 울릉도의 이민 1세대인 토착 꿩으로 살아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완전히 야계(野鷄)가 되어 수천 마리가 천적이 없는 신비의 섬 울릉도에서 산 속은 물론이고 도로까지 점령하여 유유히 다니게 된 것이라고 한다.

 

울릉도에는 꿩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꿩이 울릉도에서는 살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짧은 기간에 ‘꿩의 섬’이 될 줄은 아무도 미처 예견 못한 일이었다. 어떤 이는 울릉도의 적설량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즉, 1961년도부터 1971년 사이의 평균 적설량이 352.7mm 이었으나 1991년부터 2000년 사이의 적설량은 143.2mm 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적설량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에 사철 내내 먹이를 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게 되어 이들이 왕성한 번식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잘 아는 사실이지만 호주나 뉴질랜드에는 외부로부터 풀 한 포기도 허가 없이는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환경교란을 철저히 방지하려는 이들 선진국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모두들 먹고 살기가 바쁘다는 핑계와 시스템이 안 되어있다는 이유로 이런 것까지 신경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또 이런 우를 범하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 아닌가.

 

지난 90년도에는 고철환 울릉군수가 부임 시에 까치 30여 마리를 방사하였는데 현재까지 울릉도에 까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까치를 꼭 울릉도에까지 방사를 하려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결국 자연생태계에 대한 인식 문제가 군을 다스리는 수장에게도 있었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외래종 쥐인 뉴트리아가 토착동물로 자리매김하여 습지식물을 마구잡이로 먹어 치우는 통에 생태계 교란을 가져오고 있고 가시박이나 호미풀 같은 외래 잡초가 우리나라의 전 생태계를 위협하여 한국 고유종을 밀어내고 있듯이 울릉도산 명이나 고비, 부지깽이도 자칫 외래종으로 인해 울릉도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울릉도는 동식물의 교잡종 시험장이 결코 아니다. 철저한 검색 없이 마구잡이로 들여와서 생태계를 교란케 하여 울릉도 고유의 동식물이 자칫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내가 우문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울릉군이 울릉도에 거주하고 있는 엽사와 육지의 엽사를 초빙하는 등 비상대책을 세워 벌써 10여 년째 매년 11월부터 3월까지 꿩 포획을 실시한다고 한다. 1998년도의 1,500마리를 정점으로 하여 매년 1,000 여 마리 이상을 포획하고 있으나 좀처럼 꿩이 줄지 않고 있다는 데에 농민들의 시름이 여간 깊은 게 아닌가 보다.

 

지금 육지의 유명관광지에 가면 ‘꿩 요리’가 만만치 않게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 꿩 샤부샤부, 꿩 만두, 꿩 백숙 등을 만들어 귀한 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울릉군에서 이들 엽사들에게 어떤 조건으로 포획을 요청했는지 아는 바 없으나 포획한 꿩의 사후 용도가 확실하지 않으면 단순한 행사에 그치고 말아 결국 포획사업 자체가 시들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올 11월에도 꿩 포획 작전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이 되나 올해도 천여 마리나 포획이 된다면, 울릉도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오징어회와 약소 뿐만 아니라 ‘꿩 샤부샤부’ 같은 별미 요리를 만드는 식당 하나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11월이 시작되는 날씨 때문일까 괜스레 “꿩 샤부샤부”가 먹고 싶어진다.

 

 

@2008-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