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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금이 음식과 울릉도 향토음식

by 빠피홍 2022. 3. 25.

▲ 울릉도 주부들이 만들어 낸 향토음식들

 

 

장금이 음식과 울릉도 향토음식

 

2008년9월24일 “향토음식 활성화를 위한 체험교육”의 전 과정을 마친 수료생들이 수료증을 교부 받고, 음식 품평회도 가졌다는 소식이다. 4개월에 걸친 노력의 산물이다. 품평회에 나온 음식 이름만 봐도 입맛이 돌만한 다양한 메뉴가 준비된 듯하다. 울릉도의 주부들이 무언가를 만들어 보자는 의지와 울릉군이 약간의 뒷바라지를 한 결과인 것 같다.

 

 

“산나물 장아찌 비빔밥”, “엉겅퀴 해장국”, “울릉도 더덕불고기와 육장”, “특별한 오징어 무침회”, “대나무통 따개비밥” 등 약 30여 종류가 새롭게 선을 보였다.

 

체험 교육뿐 만이 아니라 지난 6월에는 “ 향토음식 개발·육성 경진대회”를 울릉군에서 개최하겠다고 공고 한바 있다. 울릉도에서 나오는 특산물을 활용해서 향토음식을 개발하고 이를 관광 상품화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본선에 진출한 20명의 명단과 품목이 이미 발표되었다. 몇 가지 주요 품목을 보면 “약소회비빔밥”, “울릉해양 심층수로 만든 흑(黑)호박 동동주”, “삼선암 국수”, “꽁치 오징어 순대”, “오징어 다시마 삼나물 말이” 등등이다. 10월의 우산문화제 때에 향토음식을 만들고 품평회를 거친 다음에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2008년5월8일자 중앙일보에 서울관광마케팅의 구삼열 초대사장의 인터뷰 기사가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온 적이 있었다. 서울관광마케팅㈜은 서울시의 관광객 유치 때문에 만들어졌고, 이를 위한 마케팅 및 홍보활동을 주 업무로 하기 위해 서울시와 대한항공, 신라호텔, 롯데관광 등 관련업체와 공동으로 106억 원을 출자해서 만든 회사라고 한다.

이 회사의 구삼열 사장은 “관광 서울의 경쟁력은 식당과 음식부터”라고 외치면서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은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가 만든 음식을 서울 어디에서 맛 볼 수 있을지를 궁금해 한다고 한다. 사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먹는 것이 그 어느 것 보다 첫째가 아닌지 모르겠다.

 

수 년 전 4월쯤이었나 보다. 오랜만에 서울의 친구들과 함께 고향에 다니러 올 기회가 있었다. 물론 패키지 투어로 다녀 온 것이긴 하지만, 도동의 항구에 있는 어느 호텔에서 식사를 배급 받은 적이 있었다. 바짝 말라 먹기가 거북한 약간의 나물과 먹기도 민망한 꽁치 한 토막(아마 통조림이었던 같다) 그리고 몇 가지 마른 반찬이었던 같다. 배식 쟁반을 들고 이곳저곳을 돌던 난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친구들의 반응이 어떤지 그들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던 일이 떠오른다.

 

이뿐 만이 아니다. 꽤나 유명하게 알려진 울릉도의 어느 식당을 서울에서 예약을 하고 현지에 살고 있는 고향친구 열 명 정도가 같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이고 종업원이고 어느 누구 하나 무엇을 들겠느냐는 등 일언반구도 없이 일방적으로 쇠고기를 담아서 내 놓았다. 자세히 보니 쇠고기의 어느 특정부분도 아닌 잡탕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울릉도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부위별로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 “모듬” 을 억지 춘향 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이런 사정을 모르는 난 몹시 화가 났으나 어쩌겠는가? 울릉도가 고향인 나로서 그냥 묵묵부답으로 맛없는 고기나마 약소인양 먹고 나온 기억이 난다. 울릉도의 약소는커녕 육지의 여느 한우만도 못한 고기 맛이었다.

 

난 오랫동안 일본출장을 자주 다니고, 이름 꽤나 있는 여행지도 많이 다녀온 편이어서 일본을 조금은 알고 있는 편인데  대개의 일본 관광지 여관들은 공통된 대 고객 서비스가 있다. 고객이 샤워를 마치고 방에 들어오면 다다미방에는 이미 풀 코스요리가 가지런히 놓인 식탁이 준비되어 있으며 사람에 따라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입맛을 돋우게 하는 각종요리가 준비가 되어있다. 냉장고에 있는 맥주도 꺼내서 한잔 마시고, 필요하면 도미회도 주문하면 앙증스럽고 깔끔하게 디자인되어 나온다. 도쿄나 오사카의 도시부터 시골 가고시마의 이브스키에 이르기까지 음식의 수준이 대동소이하다. 어느 한 곳 음식으로 인해 불쾌했던 기억이 별로 없을 정도이다.

울릉도에도 일본에서 하는 것과 같이 멋진 서비스와 음식으로 품격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관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관광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누군가가 나서서 진작 버려야 될 좋지 않은 관행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21세기에 맞는 관광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곳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울릉도의 주부들이 향토음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실현화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한 멋진 음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응용하고 실현화 할 것인지가 참 궁금하다. 즉, 관광객들에게 어떤 장소에서 어떤 요리를 어떤 서비스로서 내 놓을 것인가를 같이 연구해야 될 것이다. 단품 메뉴로서 식당에도 판매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호텔이나 여관에서 코스요리로 적합한 것인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좋은 음식을 개발해놓고도 이를 실현시킬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우선 일본을 벤치마킹하여 저녁 상 만이라도 일본식으로 서비스해보면 아니 될는지….  여기에 안주인이 시원한 맥주 한 병을 들고 “안녕하세요!” 라고 밝은 미소로 서비스를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서울에 온 관광객이 ‘장금’이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한다면 울릉도에 온 관광객은 무엇을 먹고 싶다고 할 것인가?  “울릉도 관광의 경쟁력은 식당과 음식부터”라고 외쳐도 될 것인가. 이제 이들이 있기에 변화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젊고 꿈이 있는 젊은이들이 변화의 깃발을 들고 나올 것 같아서 기분이 상쾌하다.

@2008-10-08 SP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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