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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루보시(丸帽)가 그리운 것은,

by 빠피홍 2022. 3. 15.

* 하시게(전마선.傳馬船)에 탄 많은 사람들이 해신제를 지내는 것 같다. 앞쪽의 스님과 배 안에 가득 찬 깃발들이 보인다.

 

 

마루보시(丸帽)가 그리운 것은,

 

며칠 전 대구일보에 민주당 이 낙연 의원이 도서지방의 택배비 지원법을 발의하였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이의원은 “물류비 지원은 고품질의 농·축산물을 생산해 놓고도 유통환경이 불리해 판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섬 지역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입법”이라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간 60억∼70억원의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지방에 꼭 필요한 법안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작년 1월 이발소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농민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옛날 농협에서 발간되던 ‘새농민’과 학원사에서 발간하던 농민관련 월간 잡지 이외에는 농민신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터라 그냥 지나치려고 했으나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해서 여러 면을 뒤적이고 있는데 “농산물 택배비, 군에서 절반을 지원해드립니다” 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음성군은 음성 청결고추, 햇사레 복숭아, 다올찬 쌀과 같은 농산물이 인터넷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직거래가 연간 20억원을 넘고 있고, 이의 택배비를 대부분 농가가 부담하고 있어서 군에서 택배비의 50%를 지원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군이 농가의 택배비 지원사업을 전개했다는 내용이다.
음성군은 지난해만 농산물 택배비 지원사업을 통해 675농가에 6,200만원을 지원해 14억원 어치의 농산물 판매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참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음성군의 농정과 담당 공무원의 세심한 배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담당 공무원으로서 지역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농민들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를 냉철히 판단한 것이 아닐까?


나는 추석이나 구정에 울릉도에 있는 후배들 상점에 간혹 해삼이나 문어, 고로쇠를 택배로 사곤 하였는데 울릉도까지의 택배비가 거의 일률적으로 1만원이어서 조금 쌌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하던 터라 더욱 관심이 갔다.


개인이 내게 보내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가격이 비교적 싼 우체국 택배는 거의 없었고 매번 가격이 비싼 민간 택배회사를 통해 물건이 도착하곤 하였다.
한번은 우체국 택배가 다른 택배사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싸기 때문에 앞으로는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즉각 반응이 왔다.

민간 택배사는 휴일에도 서비스를 하고 있고, 정상 업무시간을 넘겨도 직접 점포까지 와서 물건을 픽업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가격이 조금 싸다고 하여 굳이 우체국 택배를 이용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울릉도에서는 한진택배와 대한통운이 택배 서비스를 하고 있고 가격은 우체국보다 약간 비싼 편이나 택배비 부담을 점포 운영자가 아닌 소비자 부담인 착불로 대부분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민간회사와 정시를 따지는 우체국이 대비되는 것은 어쩐지 공무원과 민간업체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우체국장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다. 휴일에도 서비스를 해주라고, 울릉도 경제의 큰 축을 우편배달부가 맡고 있다고 말이다.

 

울릉도에는 현재 약 50여 점포가 수산물이나 농산물을 전화 또는 인터넷 주문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고 들은 바 있다. 내가 가끔 수산물을 구입하고 있는 상점 주인의 말에 따르면 본인은 연간 약 600건 이상 택배물량을 취급한다고 하였다. 일률적으로 평균을 하여 보면 약 3만 건이 되는 셈인데, 50% 를 지원하여 연간 1억5천만원의 택배비를 군이 부담하여 준다면 이의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고객들에게 “택배비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군이 50%를 지원합니다.”라는 적절한 홍보를 곁들이면 매출 증대효과가 매우 클 것 같다. 누구나 현지로부터 농수산물을 직접 구입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대해 요즈음의 고객들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택배사들과 협의과정을 거쳐서 지원 폭을 조금이라도 더 얻어 낼 수 있다면 택배비를 더욱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옛날 하시게와 청룡호, 천양환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세대 들은 아직도 선표를 사고 화물을 부치던 그 곳을 기억하고 있다. 도동 앞 골목의 연락선 매표소,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그냥 마루보시(丸帽)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오래 전에 작고하신 김유근 할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작은 키 짧은 머리, 흰 머리에 쩌렁쩌렁하던 목소리의 김유근 옹, 김용관 님의 아버님이 아니었던가?

그 마루보시가 오늘의 대한통운으로 변모하여 택배사업을 하는 것을 보면 울릉도 운송의 역사도 참으로 긴 인연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하여 오지의 산나물이나 농산물, 바닷가의 싱싱한 자연산 해산물 등을 직구매하는 시대이다.
울릉도와 같은 도서지방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2~3000원 이면 전국 어디로던 배달이 가능하지 않는가? 묘책을 짜 내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오늘, 둥근 마루보시 모자를 쓰고 뒷짐을 진 채 매표소 안을 어슬렁거리는 김유근 할아버지에게 부탁 한다면 혹시 오징어 한 축이나 문어 한 마리를 선불 싸인과 함께 그냥 부쳐주지는 않았을까?

 

2008-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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