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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방의회 해외서 ‘노세 노세’

by 빠피홍 2022. 2. 24.

 

 

지방의회 해외서 ‘노세 노세’

 

경실련이 지방의원들의 해외 출장에 대해 꽤나 궁금하였나 보다. 2006년 5월31일

지방선거 이후부터 올 4월30일까지 지방의원들의 해외 공무출장을 연수목적이 뚜렷한 일정과 관광성 일정으로 분류해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교육과 연수목적이 뚜렷한 일정이 27%인 반면 관광과 같은 비목적성 일정은 73%나 되었다고 “지방의회 해외서 ‘노세 노세’ 라는 타이틀로 한국일보가 11월7일자에 보도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공기업 감사나 지방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출장에 관한 많은 가십거리를 읽은 바 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공기업 감사들 스물한 명이 혁신포럼을 하기위해 남미로 떠났다는 기사가 2007년5월15일자 중앙일보에 나기 시작하면서 중남미가 공무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포럼 장소인 것같이 온 나라가 난리가 난 듯 연일 떠들어 대던 게 바로 엊그제 같다.

 

‘신이 내렸다는 공기업’ 감사의 무용론까지 확대 재생산되면서 여행을 중단하고 허둥지둥 귀국하던 해당 소속 감사 7인이 공항로비에 나타나자 마치 저승에서 온 사자인양 검정 한복에 갓을 쓴 ‘활빈단’단원들이 그들에게 미꾸라지를 냅다 뿌리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보인 바 있었다. 몸이 뚱뚱해 보이는 예금보험공사 이양환(64)감사가 공항로비에 들어오는 시점이었다.

 

미꾸라지를 뿌리는 뜻은 ‘미꾸라지 몇 마리가 맑은 강물을 흙탕물로 만든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부언설명도 곁들이고 있었다. 해외토픽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참여정부 말미에 왜 이리 많았는지 허탈감에서일까 난 한참 동안이나 계속 웃었던 적이 있다. 딸이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아빠, 뭐야?”하고 묻길래 대충 설명을 해주자 깔깔거리며 웃어대던 모습이 그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비웃음이 아니었을까?

 

 

“의원님은 지금 해외출장중” “서울 구청장 남미 행 강행” “외유성 아니라 문제없다”“청와대 뒤 늦게 감사외유 직접조사” “외유의 진수 보여준 같잖은 인간들 공기업 감사”(네이버 게시판) 등등 소제목이 온 나라의 매스컴에서 시끌벅적 야단이었다.

 

지난해에 많이 보도된 관광 성 해외출장에 대한 기사를 좀 더 보기로 하자.
공기업 감사포럼의 팀은 1인당 8백만원이 들었고, 서울의 구청장은 1100만과 수행원은590만원으로 총 1700만원이 소요되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허리 부러져라 일해서 낸 세금을 자기네 호주머니 돈으로만 여기고 있다고 어느 신문의 사설은 참담한 심정을 토해내고 있다. 물론 좌석은 일반석보다 값 절이나 되는 비즈니스 클래스이고 그들이 갈 출장 예정지는 한결같이 리오데자네이로, 이과수 폭포, 마추픽추, 쿠스코 등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이번 여행은 외유성이 아니라 세미나를 두 차례나 하는 업무적인 출장”이라는 관계자의 뻔뻔한 변명은 차라리 역겨울 정도다.


이번에는 정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해외출장을 확정 짓고도 여론 때문에 갑자기 취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대통령직속 균형 발전위원회가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을 열흘간 방문하는 ‘지역혁신 해외정책연수’가 갑자기 취소된 것이 그것이다.

국가의 살림을 살고 있는 큰 어르신들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을 왜 뚜렷한 이유 없이 거둬들였을까? 떠들면 없던 일로 집어넣고, 모르면 살금살금 해치우는, 참으로 얼굴 두꺼운 공복들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했다.

 

2006년10월26일 울릉군의회가 해외 출장을 계획하였다가 여론의 부담을 느꼈던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불안과 지역경제 침체 등으로 힘들어하는 군민들과 동참하기로 하여 연수비용 1천310만원을 반납하고 해외연수계획을 취소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어디를 막론하고 공무 해외여행에는 약간의 거품이 끼어있기 마련이지만 참된 교육과 연수라면 반납할 이유가 없다.  귀국 후의 철저한 분석과 대응책이 깔린 완벽한 보고서로 울릉군민에게 귀국 보고회라도 가진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는가?

 

‘나리분지 눈 축제’를 위해 삿포로에 가서 겨울 눈 축제를 벤치마킹 하려고 나리분지 이장과 몇몇이 함께 떠났던 배상용 의원이 “해외여행이 난생 처음” 이라고 고백하였던가?

동해의 섬, 울릉군의 군의원이 해외여행을 처음 하였다면 어쩜‘국제관광 휴양섬’을 만들겠다는 울릉군 수장의 열의에 한참 뒤쳐질지도 모르겠다.

 

울릉도의 공무원이나 의원들은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예산이 닿는 한 자주, 그리고 많은 공직자들이 해외연수를 다녀와야 한다. 조그만 외부의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이내 취소를 할 것이 아니다.

 

서울시 구청장 한 사람이 1100만원이나 쓰고 외유성 연수를 떠나는 오늘이다.

대한민국의 낙후된 섬에서 그것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섬에서 군민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애쓰고 있는 관계자들은 수시로 해외에 가서 보고, 느끼고 그리고 이를 어떻게 울릉도에 접목을 시킬 것인지를 깊이 연구하고 생각할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

특히, 우리 울릉군의 공직자들은 세계 곳곳을 많이 다녀야 한다. 세상은 참으로 넓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많은 ‘놀라움’을 줄 뿐만 아니라 다음세대를 위한 울릉도의 미래상이 무엇인지 집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울릉군민들도, “해외연수는 세금이나 축내고 놀러 다니는 것’이라고 연수자체를 비하하지 말고 이들의 해외연수를 적극 지원하도록 모두가 나서서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이것은 울릉도를 ‘국제관광 휴양섬’으로 하나씩 바꿔나가는 첫 단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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