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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덕평 휴게소와 내 고향

by 빠피홍 2022. 2. 16.

                                   *마치 갤러리 같은 덕평 휴게소의 정면이 보입니다.

 



덕평 휴게소와 내 고향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1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있는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는 수천 대의 차량으로 붐볐다. 화장실에 들르거나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것은 기본. 그런데 덕평휴게소엔 이런 차원을 뛰어넘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 원목과 유리로 된 건물, 소나무와 멋스러운 벤치가 있는 공원 등 첫인상부터 휴게소라기보다 고급스러운 노천카페 같은 분위기다.(중앙일보/2013-2-15)

 

내 이럴 줄 알았다.

‘덕평 휴게소’가 이렇게 큰일을 해낼 줄 알았다. 매출이 해마다 100억씩 늘어나고 잠시 쉬어가는 곳이 아닌 목적지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제일의 멋진 휴게소가 될 것임을 내 진작 알았었다. 지난해만 해도1200여만 명이 이용했다고 한다.

 

2008년4월20일에 우연히 들른 덕평휴게소는 한마디로 경악 그 자체였다. 당시의 느낌은 이러했다.

본관 옆의 화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어! 이런 곳도 있었나?” 하고 깜짝 놀랐다. 정면의 그림액자가 평소 고속도로 화장실에서 자주 접하는 가로세로 20cm x 15cm의 때에 찌든 판박이 소형 그림이 아니었다. 마치 한 폭의 예술품을 보는 듯했다.

 

화장실이 이렇게 쾌적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세면기도 깔끔하고,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듯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여유가 있어서 정말 좋다. 핸드드라이도 그냥 양손을 쑥 집어넣는 최신형이다. 공연히 손을 넣고 싶어진다.

 

큰 볼일을 보는 방이 저만치 안쪽에 있어 구중궁궐의 안방마님이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화장실’ ‘노크를 해주세요’ ‘조용히’ 등 아무런 안내 표시도 없다. 그냥 고요하기만 한데 양변기 그림만 빙긋이 웃고 있다. 안쪽은 비데 달린 안방의 은밀한 공간 같다.

 

소변 방이 세 개나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한 칸에 여섯 개씩, 세 개씩 서로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냄새도 없거니와 옆 사람과 스치기라도 하면 “실례했습니다” 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예의를 표할 것 같이 멋진 매너의 문화인이 된 느낌이다.

 

자율식당은 어느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에 들어 온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회색 대리석 바닥이 마치 한 장의 대형 거울 같다. 먼지가 한 톨도 없는 듯 천장 쪽에 붙어 있는 안내판이 바닥으로 투영되어 묘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대 식당 반을 갈라서 테이블과 의자를 검정과 흰색으로 배치하여 대칭의 미까지 보여주었다.

 

바로 옆의 정원을 볼 수 있도록 통 유리로 된 칸막이 접이문도 신선해 보였다. 그리고 건물과 어울리는 파라솔과 철제의자가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본관에서 오른 쪽 소 정원 옆의 매장과 식당, 바닥과 건물의 색이 또한 조화를 이룬다.

 

뒤쪽의 정원도 꽤나 넓다. ‘자엽자목’이라는 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여느 자목련과 달리 작은 진홍색 잎 목련이 화사하다. 처음으로 보는 아름다운 꽃이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어린이 놀이터도 이채롭다. 그 옆이 또 하나의 식당이다. 피자를 파는 식당도 있고 ‘풍경마루’ 라는 식당도 보인다. 어쩐지 들어가고 싶다. 음식 맛이 끝내 줄 것만 같다.

 

또 한 번의 쇼크다. 오래 전 일본 고베의 로꼬산 언덕 숲속에 있던 어느 고급식당에 초대받았던 그런 느낌이 든다. 종업원의 반기는 인사가 또한 예사롭지 않다. 식탁과 의자, 조명등, 안내 카운터, 잔잔한 멜로디 등 이럴 수는 없다. 이것이 우리의 원래 모습은 아니지 않느냐 말이다. 우리를 착각의 늪으로 빠지게 한 것은 아닌지 정말 해외의 어느 고급 식당에 들른 느낌이다.

 

기사를 보면 이제는 ‘덕평휴게소’를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로 찾는 이용객이 1200만 명으로 8%에 이른다고 한다. 매출이 570억 원으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72곳의 평균 매출 61억 원에 비하면 엄청난 실적이라고 한다.

단지, 먹고 마시는 휴게소가 아닌 쇼핑몰을 만든 게 매출1위의 공신이라고 한다. 물론 갤러리 같은 멋진 건물에 시설물 하나하나가 상상을 초월한 깔끔함과 최고급의 시설, 운영의 묘 등 복합적인 요인이 상승효과를 내었다고 보여 진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난 짜증이 난다.

나의 고향에는 왜 이런 곳이 없느냐고 말이다.

난, 고향에 갈 때마다 학포(鶴浦)가 내려다보이는 태하동(台河洞)언덕의 '만물상 전망대' 쉼터에서 사진도 찍고 더덕 주스도 마시면서 쉬어가곤 했다. 심호흡을 하면서 나의 지나 온 여러 일들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 곳은 정말 풍광이 뛰어 난 곳이다. 넓은 바다가 보이는, 마음이 뻥 뚫리는 천혜의 경관을 가진 곳이다. 서쪽으로 해 넘어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연간 3십만 명을 넘어 5십만 명을 바라보는 관광객이 울릉도로 물밀듯이 밀어 닥친다는데 섬 일주를 하면서 쉬어가는 명품 휴게소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는데 이 기사를 접하니 더욱 더 간절해진다.

 

이 곳은 잠깐 스쳐가는 관광객의 쉼터뿐만 아니라 목적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울릉도 특산물만으로도 쇼핑몰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이다.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멋진 추억을 만들고 미래를 꿈꾸는 최고의 명소가 될 것이다.

나의 아내와 딸과 아들이 한 번 더 올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삶의 활력소를 찾았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식당 찾아보기 힘든 울릉도에 고향 후배들이 쇼핑몰이 가능한 멋진 휴게소 하나쯤 만들어 주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2013-2-28

[후기] 2013년2월28일 울사모 카페에 게재된 글입니다.
 

▼탁 트인 바다를 내려다보며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멋진 곳,
학포가 내려다보이는 만물상 전망대에서


▼식당안의 모습이다. 회색빛 대리석이 깔려있다. 거울 속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테이블과 의자 또한 정갈스럽다. 오른쪽으로는 정원이 보이도록 큰 유리창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넓은 공간의 세면실로 세면기 양 옆으로 핸드드라이가 두 대가 설치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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