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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별지정 장학금 유감

by 빠피홍 2022. 2. 12.

 

특별지정 장학금 유감

 

 

울릉도 출신으로 서울대학교(응용생물화학부)와 경북대학교(치의예과)에 합격한 조조 군에게 특별지정 장학금 1천만 원이 전달됐다.
㈜울릉군교육발전위원회(이사장 김병수 울릉군수)는 지역업체인 ㈜우정산업(대표 한익현)과 ㈜동도레미콘(대표 방대식)이 조군에게 각각 500만 원씩 지정기탁 장학금을 8일 조 군에게 전달했다고 9일 밝혔다.
울릉도에서 레미콘을 생산하는 우정산업과 동도레미콘은 올해 1월 각 2천만 원의 장학금을 울릉군교육발전위원회에 기탁하면서 기탁금 중 각각 500백만 원을 조 군에게 특별지정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 이하 생략 ***(경북매일2022-02-10)

 

 

경북매일에서 전하는 장학금 소식과 함께 장학증서를 들고 있는 울릉군수와 조조군의 흐뭇해하는 모습이 시선을 끈다(상기 사진). 그것도 거금 1천만원이나 되는 장학증서를 들고 말이다. 서울대.경북대 합격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아! 두 곳이나 합격 했구나” 라는 기쁜 마음이 들었으나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무언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울릉도 향토기업인 우정산업과 동도레미콘 회사는 오래 전부터 불우이웃돕기와 장학금으로 매년 거금을 기부하여 울릉인들에게 칭송을 받고 있는 업체다. 지난달만 해도 장학금 2천만원과 성금 5백만원을 기부하였는데 또 기부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달 발표에는 조 군에게 특별히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었기에 조군에게 추가로 1천만원을 출연한 줄 알았다. 어쨌건 5백만원은 우정산업이 기부한 장학금 내에서, 추가 5백만원은 동도레미콘이 기탁한 분에서 지급했다니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지정장학금이 있고 특별지정 장학금 기준이 따로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기탁자가 어느 학생을 지정하여 울릉군교육발전위원회에 지급을 의뢰한다면 공평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 약간 걱정이 되었다. 차라리 기탁자 자신이 굳이 위원회 이사장명의를 빌리지 않고 직접 당사자에게 장학금을 전달했으면 어떠했을까? 위원회의 세부 선발규정은 모르겠으나 지정기탁의 원래의 의미는 어느 특정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울릉도에 도움이 되는 동량을 키우는데 필요한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있었을 것이다.

 

한 익현 우정산업 대표가 “울릉도 출신으로 교육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조군이 울릉도 인재로 성장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학금을 지정기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울릉도에 뛰어난 응용생물화학 전문가 필요해서, 아니면 치과의사가 필요해서, 차라리 울릉도라는 오지에서 서울대와 경북대 두 곳이나 합격하여 감격한 나머지 지정기탁을 하게 되었다고 사유를 분명히 했으면 오히려 설득력이 더 있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특별지정을 받지 못한 다른 동료 대학생도 어려운 환경과 울릉도의 인재로 성장하는 데는 조 군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한 사장이 말하는 울릉도의 인재란 무엇일까? 인재의 개념을 어떻게 해석할지 뚜렷이 알 수 없으나 우정산업은 왜 조군을 지정하여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을까? 그것도 특별지정 장학금이란 이름으로.

 

울릉군 교육발전위원회 조례 제4조(사업)2항은 ‘우수대학 진학자 장학금 지원’ 의 항목이 있는바 조군이 다른 학생들보다 배가 넘는 장학금(2016년도에는 일반대학생 1인당 4백만원)을 받게 되는 이유가 단지 우수대학 진학자여서 그렇다는 것인지 썩 와 닿지 않아서다. 문제는 다른 학생들과 부모들이 이를 수긍할 수 있느냐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기탁자가 수혜자를 지정했다고 해서 교육위원회가 차등화 된 장학금을 지급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서울대와 경북대에 동시에 합격했다고 해서 조 군만이 인재일 수는 없지 않는가? 또한 인재양성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이라면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기탁자가 위원회에 장학금을 출현하면서 원하는 학생을 지정하는 관례를 계속한다면 위원회에 굳이 기탁할 필요성이 없을 것이다. 

 

‘기탁자 명의 장학금’도 일종의 지정장학금의 대체방법이라 할 수 있다. 위원회에 장학금을 기부하되 ‘특정한 사람’이 아닌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목적’에 합당한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위원회가 선정을 하고 기탁자명의로 지급하는 형태가 바람직 할 것이다. 즉, 기탁자가 장학생을 지정해서는 아니 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울릉도가 필요로 하는 특수 목적에 부합되는 전공학생에게 특별지정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뜻으로 거액을 기부한 기탁자가 왜 개인을 지정하여 장학금 지급을 요청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조군이 서울대를 지원했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사회에 나오면 즉시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될 치의예과를 포기하고 응용생물화학과를 가기로 진로를 결정했다면 어땠을까?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는 국제적 수준의 첨단 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화학, 분자생물학, 식물미생물학, 식물병리학, 환경미생물학, 생태학, 환경화학 등 최고의 두뇌들이 미개척 분야를 연구하고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조군이 이런 곳에서 더 큰 꿈을 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과정이 쉽지는 않겠으나 울릉도가 만들어 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조군이 서울대를 포기하고 경북대 치의예과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했다. 서울의 강남에는 수많은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의사 모두가 머리가 좋고 공부도 잘해 의대를 나와도 외과나 내과보다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선택하는 것이 다른 직업보다 돈을 많이 벌어서라고 한다. 의사의 직업을 폄훼하자는 뜻이 아니다. 치과의사 또한 같은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조군이 이미 치의예과를 선택한 이상 그의 의사를 존중한다. 가족들과 함께 수 없이 토론하고 본인 자신도 엄청난 고민을 한 결과일 것이다.

조군처럼 머리 좋은 학생들이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 울릉도의 훌륭한 인재라고 하여 특별대우를 받는다면 다른 학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드릴까? 울릉도 출신 치과의사 하나 만들려고 ‘특별지정 장학금’이라는 거창한 명목이 자칫 특혜로 비춰진다면 교육발전위원회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2022년02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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