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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출향인의 울릉군수 도전

by 빠피홍 2022. 2. 14.

2014년 6월, 울릉군수에 당선된 최 수일 군수와 그의 지인들이 환호하고 있다

 

 

출향인의 울릉군수 도전

 

재선에 성공한 최수일<사진> 울릉군수는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달 1일 취임식을 하지 않고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현장을 방문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최 군수는 `세월호 참사`여파로 관광객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격려하고, 관광 인프라 구축의 하나인 SOC 사업 등의 빠른 추진을 위해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세부일정은 먼저 충혼탑을 참배하고 섬 일주도로 유보구간 개설현장, 울릉 신항 제2단계 동방파제 공사현장 등 국가에서 시행하는 정책사업장을 방문한다. 이어 울릉군이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서면 태하리 수토 문화조성사업, 삼국시대 우산국 관광자원개발사업, 남양 일몰전망대 모노레일사업현장을 방문해 진척 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2014-06-13, 경북매일)_

 

민선 군수선거가 1995년6월에 처음으로 실시되었으니 올해로 6회째 벌써 20여년이나 되었다. 이 전만해도 울릉군으로 발령을 받아 입도한 군수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1년 남짓한 짧은 기간이었으며 고위공무원들이 퇴직을 앞두고 잠깐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였으니 울릉인 스스로 지도자를 선택하게 된 지도 이젠 꽤나 연륜이 쌓인 셈이다. 

 

지난 6월4일에 끝난 울릉군수 선거에 최 수일 현 군수가 정 태원 농업기술센터소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재선되었다. 정 윤열 군수의 도중하차로 보선에 당선되었던 최 군수가 앞으로 4년간 울릉군의 책임자로서 군정을 맡게 되어 모두들 그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역대 민선 군수들이 그러했듯이 최 군수 또한 울릉도를 벗어나 육지에서 거주한 적이 없는 토박이 울릉인이다.  

 

20여년의 지방자치의 경험을 가진 울릉도에 아직까지 출향인 군수가 나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까지 울릉도에서 태어나 울릉도에서만 생활하는 현지인만이 유일한 해답일 수는 없을 것이다. 넓은 세상에서 배우고 많은 경륜을 쌓은 훌륭한 외부 인재를 수혈하는 것 또한 울릉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울릉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출향인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다소 논의가 있을 수 있겠으나 학창시절을 마치고 일찍 울릉도를 떠났거나, 오랫동안 육지에서 생활의 근거지를 두고 활약한 경우가 출향인의 범주에 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무원으로 울릉도에서 근무를 하다가 육지로 전근이 된 경우에는 출향인 이라 하기는 무리가 따를지 모르겠다. 이 경우 근거지를 아예 육지로 옮겼다고 보는 시각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3회 민선 군수 선거인 2002년에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에 서울에서 울릉도 식당을 경영하던 이 종국(도동)사장이 출향인으로서 입후보를 하였고 당시 울릉군 농업기술센터 오 창근 소장에게 패한 바 있다.  그리고 4년 후 명예 경영학 박사이며 많은 재력을 가진 이 석준(천부)회장이 도전하였으나 이 또한 정 윤열 군수에게 패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두 사람 모두 뜬금없는 출마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두 사람 공히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향우들에게 먼저 출사표를 던지고 지지를 호소하는 절차가 선행된 후에 고향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 표가 없는 향우들은 안중에 없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한시바삐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들은 마음만 급하여 서둘렀고 결국 많은 상처만 남긴 채 쓸쓸히 퇴각을 하고 말았다. 또다시 도전하겠다는 3전4기의 기백도 없이 조용히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번 선거에는 울릉군수에 도전한 출향인이 없었으나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어 매우 고무적이긴 하지만 그들이 치밀한 준비도 없이 자만에 빠진 채 행여 재향 울릉인의 군수후보들을 비하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육지에 나와 전문 분야에서 성과를 이루어서 경제계, 군, 관, 교육계 등에서 명성을 얻은 후, 넓은 시야로 고향을 보게 되면 좁은 울릉도에서만 생활하다가 군수로 나서는 후보들이 한심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울릉군수가 되어 멋진 울릉도 만들기에 도전하려는 출향인들에게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우선, 육지에 있는 생활근거지를 몽땅 고향으로 옮기고 5년 혹은 10년 정도 고향을 위해 공적(功績) 쌓기를 권하고 싶다. 가장 큰 공적은 공적(公的)활동을 통해 울릉도에 기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군의원이나 도의원 같은 의회선거에 도전하여 군민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의정활동을 통해 군 현황을 파악하고 울릉도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 등을 고민하고 이를 군 행정에 반영하는 일부터 우선하기를 권한다.  

 

다음으로 사회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울릉도에도 많은 NGO단체들이 있다. 이런 단체에 가입을 하여 육지에서 이루어 놓은 본인의 인맥을 통해 신선한 발상으로 업적을 올리거나 아니면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여 여타 사회활동을 통해 울릉도를 위해 공적을 쌓는 것이다. 이 활동은 선거전에 행할 수 있는 일과성에 그쳐서는 아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활동이다.  

앞에 열거한 공적(公的)활동이나 사회적(社會的)활동에 병행하여 경제(經濟)활동을 통해 울릉군민들에게 기여하는 것은 금상첨화다. 그러나 이 모두를 행하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경제활동만으로도 충분히 울릉도에 공적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고향을 위해 크게 헌신하거나 아무런 공적도 없으면서 육지에서 내가 잘 나가는 사람이었으니 내게 한번 맡겨달라는 식은 울릉군민을 우롱하는 처사일 수도 있다. 일단 고향을 벗어난 출향인은 재향인 보다 몇 배의 겸양과 노력을 요한다.  

 

이제 울릉군민들도 국제적인 감각과 경험을 보유하고 새 시대에 맞는 탁월한 출향인 지도자를 받아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출향인들이 치밀한 준비 없이 고향으로 내려가 “나, 이런 사람이야” 라는 식으로 지지를 호소한다고 하여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7월1일 취임식도 생략한 채 6기를 맞이하는 최수일 군수의 건투를 빈다.

 

@2014-06-22

 

[후기] 벌써 8년이 흘렀군요. 이 글은 2014년6월22일 울사모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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