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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섬개야광나무

by 빠피홍 2022. 2. 20.

▲ 사구남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섬개야광나무' 군락지 안내표석

 

 

섬개야광나무


달빛이 고운 밤에 살며시 들여다보면 광채가 난다는 나무가 ‘섬개야광나무’다. 국내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식물이 미국 식물원에 있다는 조선일보 2008년7월7일자의 보도다.

미국 보스톤에 있는 하버드대의 아놀드 수목원에 한국의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조사팀이 100ha 남짓한 이 수목원을 보름 동안 샅샅이 훑은 끝에 이곳에 심어진 전체 나무와 풀 가운데 4%가량이 한국산으로 확인되었다고 했다. 여기에서 바로 멸종 위기종인 섬개야광나무도 발견했다는 것이다.

발음하기도 쉽지 않는 이‘섬개야광나무’를 비롯하여 한란, 나도풍란, 광릉요강꽃, 매화마름, 돌매화나무 등 6종이 멸종의 위기를 맞이한 식물들이라고 한다.

 

이‘섬개야광나무’는 미국의 아놀드 수목원까지 애써 가지 않더라도 울릉도에 자생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울릉도 도동에서 동쪽으로 20분 내외의 가까운 ‘사구남’쪽에 ‘섬개야광나무’ 군락지가 지정 보호되고 있다. 1962년도에 천연기념물 제51호로 지정된 곳이다.

 

초등학교 시절 내 친구인 윤경수와 백제원이 사구남 바닷가에 살고 있어서 간혹 험한 사구남 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큰 바위덩어리가 협곡에 서로 엉키어 나뒹굴고 있고, 망자를 태우는 연기가 자주 보이던 화장터 같은 곳이어서 지나가기가 으스스한 골짜기였다. 안개가 자욱한 사구남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산꼭대기에 급경사로 된 계단 같은 길이 하도 험하여 가슴을 바짝 붙이고 산을 기어오르던 기억이 떠오른다.

 

도동 항구에서 왼쪽으로 새로 난 행남 산책로와 달리 이곳도 행남대로 가는 길이다. 안내인 없이 사구남의 지정보호 구역에 가서 섬개야광나무의 군락지를 찾아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울릉도 현포리의 ‘울릉예림원’에 오래된 ‘섬개야광나무’가 잘 보존되고 있다.

                                                    울릉예림원에 있는 ‘섬개야광나무’

 

울릉도에는 희귀식물이 꽤나 많이 있는 것 같다.

희귀 및 멸종식물 37호인 ‘섬말나리’만 해도 세계에서 보기 드문 울릉도 자생의 노란 색 나리꽃이 아닌가? 2004년도에 대구은행이 주관하고 푸른울릉도.독도가꾸기모임이 나리분지에 수백개가 넘는 ‘섬말나리’ 구근을 심는 복원행사를 가진 적이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섬시호’는 어떤가? 1916년에 발견되었으나 이미 멸종이 된 줄 알았던 섬시호가 아직도 울릉도에 자생하고 있다는 소식도 몇 해 전에 들은 바 있다.

이뿐만 아니다.‘섬현삼’,‘고란초’ 등과 같은 울릉도 자생의 이런 식물들을 지금이라도 보호하고 복원작업을 계속하여 자원의 보호는 물론이고 관광자원화 하는 방안도 좋을 듯하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바닷가 바위틈에 자생하는 ‘왕해국’ ‘노란털머위’ 나 ‘마가목’을 보았을 때 마치 해외에 나온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 아닐 때 관광객은 이국에 온 느낌을 갖게 되고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희귀식물이나 멸종위기 식물이 과감하게 복원되어 온 울릉도를 수놓을 날을 기대해 본다. 또한 이런 희귀식물을 대량생산하여 육지로, 세계로 판매를 한다면 농가소득에도 보탬이 되지않을까?

 


2008년7월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