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울릉도의 허준 ‘신촌 어른’이 그리운 것은

by 빠피홍 2022. 2. 22.

▲ 울릉도의 허준, 김하우 옹

 

 

울릉도의 허준 ‘신촌 어른’이 그리운 것은

 

 

천첩 태생의 신분에서 조선시대 최고의 명의(名醫)의 자리까지 오른 허준.
숭고한 인간애와 불멸의 업적으로 길이 추앙 받고 있는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許浚, 1539~1615]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1999년11월부터 2000년 6월에 종료된 MBC TV 창사특집 드라마 “허준”을 많은 사람들은 기억을 하고 있다. 주인공으로 분한 전광열과 황수정의 애절한 사랑과 온갖 정성을 다하여 수많은 병자들을 돌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제마 [李濟馬, 1838~1900]는 어떤가? 주역(周易)》의 태극설(太極說)인 태양(太陽) ·소양(少陽) ·태음(太陰) ·소음(少陰)의 사상(四象)을 인체에 적용하여, 사람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 인간을 4가지 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사상의학) 의학에 적용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를 계속하였고, 음양오행설에 따라 같은 병이라도 약의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는 이론으로 한의학의 새로운 처방 법을 전개한 조선의 한의가 아닌가? 우린 또한 2002년 KBS TV에서 방영한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 를 열연한 최수종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모두들 한의학 학문의 기초를 닦으면서 치료에 한평생을 바치신 분들이다


나는 우산국민학교 6년 동안 딱 한번 결석한 적이 있었다. 배가 아프고 열이 나서 도저히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날 신촌어른 댁으로 데리고 갔었다. 도동 뒷골목 옛날 세무서 위쪽 길 오른쪽 아래로 약간 내려가 있는 집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처마 끝에는 한약재가 걸려있었고 난 왼쪽에 있던 조그만 방으로 안내되어 신촌어른의 침을 맞은 적이 있었다.

 

경로당이 마침 신촌어른 댁 앞에 있었던 때문이었을까 뒷골목을 지나쳐가면 언제나 긴 수염과 망건을 쓰고 그곳에 앉아 누군가의 등에다가 긴 침을 놓던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침놓는 것이 하도 신기하기도 해서 경로당에 살그머니 내려가 댓 침을 놓던 신촌 어른을 몇 번이고 몰래 훔쳐 본적이 있었다. 바로 해강 김하우(金夏佑) 신촌어르신이다.

 

울릉도 사람치고 신촌어른을 모른다면 속된 말로 이건 정말 간첩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청(韓靑) 담 밑에 김하우 [1912년~1977년9월14일] 옹을 기념하는 송덕비를 세워놓았던 것이 기억난다. 옹은 김해인(金海人)으로 자(子)는 장숙이고 호(號)는 청강(淸岡)이며 1920년 8세 때 울릉도에 들어왔다.

 

한청 돌담 위에 시멘트를 발라서 송덕비의 본체를 만들고 잔잔한 글씨로 음각을 새겨 송덕비를 세우기도 했던 참으로 공적이 큰 어른이셨다. 지금 나이 50대 이상이면 어르신의 침을 맞거나 약재 한번 안 들어 본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용하기로도 유명하였거니와 그 당시 모두들 돈이 없으니 침은 물론이고 한약도 공짜로 가져다 병을 고치고 하였으니 울릉도에 이런 성인이 또 나올 수 있을 것인가?

한청 담벼락에 있었던 송덕비는 희미한 흔적만 남아있고 새로운 송덕비[1975년12월 울릉군민의 정성으로 헌증]는 약수터 화장실 앞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김하우 옹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 수 많은 울릉군민들이 모여 그의 은공을 기렸다

 

                                                        도동 약수공원에 있는 공덕비


2008년8월5일 울릉도에 선린한의원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다.

진료과목도 다양하다. 한방내과, 침구과, 한방소아과, 한방 신경정신과, 한방부인과, 한방재활의학과, 한방안이비인후, 피부과 등 7개 과목이나 된다고 한다. 특히 선린한의원 내 부설 경락치료, 피부관리센터를 함께 오픈해 울릉도 주민들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함께 지키게 된다고 하여 새삼 어르신의 순수한 의료시술이 그리워져서 생각해본다.

 

우리 모두 신촌어른의 크나 큰 은혜를 잊고 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르신의 후예들이 지금 허준을 꿈꾸며, 신촌어른을 꿈꾸며 연구에 매진을 하고 있다. 바로 서울 서초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구영 향우(도동, 58)와 인천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학 박사인 김재주 향우(도동,64)가 그들이다.

 

 

2008년9월20일

 

* 2008년9월20일에 울사모에 게재된 글입니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루보시(丸帽)가 그리운 것은,  (0) 2022.03.15
지방의회 해외서 ‘노세 노세’  (0) 2022.02.24
섬개야광나무  (0) 2022.02.20
덕평 휴게소와 내 고향  (0) 2022.02.16
출향인의 울릉군수 도전  (0) 202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