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나리가 만개하다
올해는 ‘박각시’가 오지 않았다.
내가 미처 못 본 탓일까? 뻐꾹나리가 필 때쯤이면 어김없이 날아와 벌새처럼 양 날개를 펄럭이며 꿀을 빨아먹던 나방이다. 벌새의 새끼로 착각했던 주둥이가 벌새처럼 닮은 박각시다. 그들과 해후하는 잠깐의 즐거움은 없지만 어김없이 꽃이 피고 있다.
꽃 자체는 작지만 꽃대가 꼿꼿하고 한 줄기에 너 댓개의 꽃이 핀다. 크림색 바탕에 붉은 점이 곳곳에 알맞게 박힌 멋진 꽃이다. 꽃잎 여섯 개가 깔때기 형태로 원형을 이루고 그 위에 여섯 개의 작은 꽃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화사하지도 않고 향기도 없으면서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을 주는 꽃이다.
한동안 뻐꾹나리에 매일 아침 인사를 해야할까보다.
@2022년10월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