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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 일상

해국(海菊)

by 빠피홍 2022. 10. 15.

 

 

해국(海菊)

 

 

해국 한 포기를 심었던 것이 벌써 10여 년 전인데 엄청 크게 자랐다. 한 두 송이 꽃을 피우더니 어느새 만개를 했다. 가을햇살이 쪼이는 정원에 귀한 자태를 뽐내며 뭇 꽃들을 지배하고 있다. 해국은 이름이 말해주듯이 바닷가에 피는 국화다. 지금이면 울릉도의 바위나 절벽에 무수히 많은 해국들이 향연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이 울릉도여서 더욱 애정이 가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두터운 잎과 보랏빛 꽃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고향에 온 느낌이다. 해안가의 깎아지른 바위 틈 사이에 뿌리를 박고 해마다 꽃을 피우는 강인한 꽃이다. 내가 이 꽃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잎과 줄기다. 겨우내 죽어있던 줄기가 봄이 되면 물이 오르고 작은 잎이 돋아나면서 일 년 내내 푸른 잎을 유지해주고 키 또한 크지 않아 매우 안정감을 주고 있어서다.

 

몇 년 전 많이 키워보려는 욕심에 삽목을 시도해 보았으나 몽땅 죽고만 적이 있었는데 지피식물처럼 줄기가 땅 바닥에 닿으면 거기에서 뿌리가 내려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재미있다. 뿌리가 있는 쪽의 잎은 매우 큰 반면에 꽃이 피는 쪽 잎은 작다. 큰 잎은 해국의 모체(母體)로서 자식을 넓히는 역할만 하는 느낌이다.

 

지난달 쌈지공원에 서른 포기를 심었는데 내년에 잘 살아나서 수 년 내로 해국이 덤불을 이루게 되어 내가 세상을 뜬 이후에는 큰 규모의 ‘해국 밭’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할 것이다.

 

 

 

@2022년10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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